여자 테니스 선수에 대한 복장 제한 논란을 보도하는 미국 CNN 뉴스 갈무리.

여자 테니스 선수에 대한 복장 제한 논란을 보도하는 미국 CNN 뉴스 갈무리. ⓒ CNN


테니스 코트가 다시 '성차별' 논란에 휘말렸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테니스연맹(FFT)은 미국 여자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엄스가 2018 프랑스오픈에서 입고 나와 화제가 됐던 '캣슈트'(catsuit) 착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FFT의 버나드 가이디셀리 회장은 내년부터 새롭게 정한 대회 복장 규정에서 "우리는 가끔 지나칠 때가 있다"라며 "캣슈트를 더 이상 허용할 수 없으며 경기와 장소를 중시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새 규정은 선수들에게 흰옷을 입게 하는 윔블던 대회만큼 엄격하지 않을 것이나 특정한 제한을 부과할 것"이라며 "선수 복장을 사전에 볼 수 있도록 제조업체에 요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윌리엄스는 지난 6월 열린 프랑스 오픈에서 전신을 감싸는 검은 캣슈트를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관련 기사 : 출산 후 복귀한 테니스 전설, 스커트 안 입은 이유는?). 당시 윌리엄스는 폐색전(혈전이 폐혈관을 막는 질환)을 앓고 있어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되는 캣슈트를 입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멋지다'라는 테니스 팬의 의견도 있었지만, FFT가 보인 반응은 달랐다. 일각에서 '윌리엄스의 캣슈트가 여성의 성적 매력을 부각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프랑스오픈의 전통과 규율을 내세워 금지에 나선 것이다.

FFT의 발표는 즉각 여자 테니스 선수들과 팬들의 격렬한 반발을 일으켰다. 윌리엄스의 캣슈트를 제작한 나이키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슈퍼 영웅의 옷을 빼앗을 수는 있지만, 그녀의 막강한 힘만큼은 빼앗아갈 수 없다"라는 글을 올리며 윌리엄스의 복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윌리엄스는 캣슈트 금지에 행동으로 받아쳤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US오픈에서 캣슈트 대신 화려한 발레복 '튀튀' 스타일의 옷을 입고 코트에 등장했다. '이런 옷을 입고 나와야 만족하겠느냐'는 '무언의 항의'였다.

US 오픈, 여성 선수 복장 제한에 '성차별' 항의 받아

여성 선수의 복장에 관해 US오픈에서도 또 다른 논란이 나왔다. 프랑스 출신의 리제 코르네가 지난 29일 열린 여자 단식 1회전에서 경기 중 휴식시간에 코트에서 옷을 고쳐 입자 '예의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심판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것이다.

코르네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결국 경기에서 역전패를 당했다. 경기가 끝나자 '심판이 성차별적인 행동을 했다'는 비난이 들끓었다. 남자 선수는 코트 안에서 상의를 완전히 벗고 있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데 여자 선수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것이다.

리제 코르네가 경고를 받은 것에 관해 여자프로테니스협회(WTA)는 "불공정한 처사"라며 "코르네는 잘못한 것이 없고, 심판의 경고에 유감"이라고 항의했다. 남자 선수인 영국의 앤디 머레이도 "남녀 선수에게 서로 다른 규정을 적용하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황당한 이유로 경고를 받은 리제 코르네는 정작 윌리엄스의 캣슈트를 금지한 프랑스오픈에 관해 더 강하게 비판했다. CNN 기사에 따르면, 코르네는 "내가 받은 경고보다 윌리엄스에 대한 복장 제한이 1만 배는 더 나쁘다"라며 "FFT 회장은 다른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지난 몇년간 테니스는 남녀 상금 격차를 시작으로 유독 성차별 논란이 잦았다. 이 때문에 국제테니스연맹(ITF)에서 독립한 WTA가 출범하면서 여성 선수의 권리 보호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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