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익숙한 대중 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팬텀싱어2' 윤종신 10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JTBC 예능프로그램 <팬텀싱어2> 제작발표회에서 프로듀서인 뮤지션 윤종신이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팬텀싱어2>는 성악, 뮤지컬, K-POP 보컬에 이르기까지 진정한 실력파 보컬리스트들을 발굴해 크로스오버보컬 4중창을 선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11일 금요일오후 9시 첫 방송.

지난해 8월 서울 상암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JTBC 예능프로그램 <팬텀싱어2> 제작발표회에서 프로듀서인 뮤지션 윤종신이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이정민


가수 윤종신을 한 가지 단어로 정의하라고 묻는다면, 어떤 단어를 골라야 할까? 여러 가지 단어들이 떠오른다. 많은 사람들은 윤종신을 대한민국 최고의 사랑 노래 작사가라고 말한다. 성시경의 '굿모닝'이나 윤종신의 '동네 한 바퀴'를 들어보자. 두 곡의 공통점은, 일상에 사람의 감정을 투영하는 윤종신의 노랫말이 빛났다는 것이다. 윤종신은 새롭지 않은 소재에 생기를 불어넣는 힘이 있다.

"침대 옆 가습기 서럽게 숨을 쉬고
눈을 떠 본 방안에 흩어지는 어젯밤 기억들 중에
취한 가슴이 중얼거리던 애태운 그리움들이
또 한번 내 아침 힘을 뺀다."
- 성시경 '굿모닝' 중에서(윤종신 작사).

섬세한 가사에 공감하며 눈물을 흘리다가도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 스타>에서 실없는 개그를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상당한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과거 그가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으로 나섰을 때 "'팥빙수' 부르는 개그맨이 무슨 자격으로 심사를 보느냐"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그의 재능은 라디오, DJ, 예능 프로그램 등 수많은 영역에서 빛난다. 특히 그는 상대방의 말을 받아치는 애드리브에 능하다. 네티즌들은 그에게 '윤자기'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위치 선정 능력이 훌륭한 축구 선수 필리포 인자기에 비유한 것이다.) '방송인 윤종신'은 자연스럽게 그의 또 다른 얼굴이 되었다.

음악과 예능 사이에서 줄타기하느라 바쁘던 지난해 '좋니'라는 곡이 그를 찾아왔다. (포스티노가 곡을 쓰고, 윤종신이 가사를 썼다.) 서서히 바람을 탄 '좋니'는 윤종신을 다시 인기 가수로 복귀시켰다. 요즈음 보기 힘들었던 '절창'과 구구절절한 가사는 수많은 사람의 감정을 관통했다. 아이돌 가수들로 점철되는 연말 가요 시상식에 당당히 섰고, 아이돌 못지않은 환호를 받았다.

한없이 자유로운 무대, '월간 윤종신'

우리가 뮤지션 윤종신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지 말아야 할 키워드가 있다면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일 것이다. '월간 윤종신'은 2010년부터 거의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매달 새로운 싱글을 내놓는 프로젝트다. 이 플랫폼은 윤종신이 얼마나 부지런한 창작자인지를 증명한다. 음악만 하는 뮤지션도 매달 새로운 창작물을 내놓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월간 윤종신'은 히트곡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아티스트의 폭넓은 욕심을 펼치는 무대다. '오르막길'이나 '본능적으로'처럼 돌고 돌아 히트곡이 된 곡도 있지만, 아직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명곡들이 더 많다. 이 중에는 '세로'나 '나이'처럼 우리네 삶을 돌아보도록 돕는 곡도 있고, '바래바래'처럼 경쾌하게 춤출 수 있는 곡도 있다. 2016년 12월에 발표한 '그래도 크리스마스' 역시 인상적인 곡이다. 이 곡은 당시 시국에 대한 비판, 그리고 상처받은 촛불 시민에 대한 위로를 유연하게 담아냈다.

1990년 '텅 빈 거리에서'를 부르며 등장한 이후, 대중들에게 윤종신은 곧 발라드 가수였다. 그러나 '월간 윤종신'에서 그는 발라드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록, 헤비메탈, 시티팝, 스탠다드 재즈 등 다양한 장르에 팔을 뻗쳤다. 빈지노, 지코, 이규호, 정준일, 유희열, 윤하, 호란, 장재인, 스윙스 등 다양한 세대의 뮤지션들과의 손을 잡고 새로운 멋을 모색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버드맨> 등 그에게 영감을 준 영화들이 음악으로 새로이 구현되기도 했다. 지난 8년 동안 윤종신이 차곡차곡 쌓아 올린 이 프로젝트는 뮤지션 윤종신의 역사와 다름없다.

지난 2015년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윤종신은 자신이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2008년 발표한 <동네 한바퀴> 앨범이 흥행하지 못 했다. 그는 흥행에만 아쉬움을 느낀 것이 아니었다. 그를 안타깝게 한 것은 앨범 발표와 동시에 성패가 판가름나는 음악계의 현실이었다. 이제 상업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나의 음악을 하자'고 결심한 계기였다.

윤종신의 행보는 여전히 재미있다

 윤종신 신곡 '떠나' 앨범 커버 이미지.

윤종신 신곡 '떠나' 앨범 커버 이미지.ⓒ (주)아이리버


지난 24일 윤종신은 다소 늦은 시기에 '떠나'라는 여름 노래를 발표했다. 월간 윤종신의 신곡이 발매된 당일, 음원 사이트 메인에서 '떠나'라는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티스트 본인의 의사에 따라 신곡 발매를 음원 사이트 첫 화면에 노출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보다 많은 사람이 곡을 스트리밍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마케팅인데도 포기했다. 윤종신은 '떠나'의 발표를 앞둔 21일 자신의 SNS에 이런 내용의 글을 올렸다.

"우리나라의 음원 플랫폼 첫 페이지 맨 위의 최신앨범 코너는 일종의 마트 입구에 있는 매대에 가깝습니다. 그 곳에 진열되어야 많은 사람들이 듣거나 '아! 신곡 나왔구나' 알 수 있는거죠."

"조금만 더 타 미디어의 영향력에 덜 기대고 여러분과 직접 음악과 생각들을 자주 나누고 싶습니다."

윤종신의 시선은 당장의 이익이 아닌, 보다 넓은 곳을 향했다. 그는 음원 사이트가 사용자의 취향을 반영하고, 그에 따라 곡을 추천하는 형태로 개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를 롤모델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실시간 차트 전체 재생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다소 급진적(?)인 문제제기로 여겨질 수 있겠지만, 나는 그의 문제 의식에 상당 부분 공감한다.

한국 음원 시장에서 실시간 차트는 절대적인 권력이다. 차트가 우리의 음악감상 문화를 좌우하고 있다. 자신의 취향이 없는, 몰개성의 리스너를 양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정 아티스트의 음원 조작 문제가 불거지는 것, 새벽 시간마다 아이돌 그룹의 곡들이 '줄세우기'를 하는 극단적인 경쟁 역시 결국 '차트지상주의'에서 근거했다.

윤종신의 실험이 과연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윤종신이 우리 가요계의 발전에 있어 필요한 과제를 던졌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지난 30여 년 동안 윤종신은 늘 대중에게 가까이 있었다. 많은 세대에게 윤종신은 친숙한 존재다. 그러나 이 친숙함이 '뻔함'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윤종신을 어떤 이름으로 기억하든, 그의 행보(行步)를 따라가는 일은 여전히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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