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아시아 최강의 자리는 다음 기회에' 2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팔렘방 겔로라 스리위자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4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1-2로 패한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며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 여자축구 '아시아 최강의 자리는 다음 기회에' 2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팔렘방 겔로라 스리위자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4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1-2로 패한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며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운명의 한일전 대역전승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상대는 2015년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월드컵 준우승(개최국 캐나다), 2011년 FIFA 여자월드컵 우승(개최국 독일)에 빛나는 강팀 일본이었지만 믿기 힘들 정도로 훨씬 우세한 공격력을 보여주었다.

일본 여자축구가 한국을 상대로 이렇게 흔들리는 것은 거의 처음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우리 선수들은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이번에는 메달 색깔 바꿔보자고 어느 때보다 의지를 불태웠지만 안타깝게도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려난 것이다.

윤덕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28일 오후 6시 인도네시아 팔렘방에 있는 JSC 겔로라 스리위자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1-2로 안타깝게 패하며 31일 오후 5시에 벌어지는 동메달 결정전에 나서게 됐다.

이른 선취골 허용, 20분부터 공격 주도권 잡은 한국

경기 시작 후 5분도 안 돼 먼저 골을 내주는 바람에 '이번에도 안 되나' 싶었다. 아리요시 사오리의 기습적인 롱 패스를 우리 센터백 임선주와 신담영이 따라잡지 못했고 그 빈틈을 파고든 골잡이 스가사와 유이카가 반 박자 빠른 오른발 토킥을 성공시킨 것이다.

이 경기에서 한국이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밀고 올라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일본 선수들의 능수능란한 대응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1분 뒤에 우리 수비 라인은 또 한 번 크게 흔들렸다. 노련한 일본 공격수 이와부치 마나의 역습 드리블과 전진 패스에 또 한 번 스가사와를 놓친 것이다.

막혀버린 장슬기의 슛 2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팔렘방 겔로라 스리위자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4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1-2로 패한 한국의 장슬기의 슛이 일본 수비에 막히고 있다.

▲ 막혀버린 장슬기의 슛 2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팔렘방 겔로라 스리위자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4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1-2로 패한 한국의 장슬기의 슛이 일본 수비에 막히고 있다. ⓒ 연합뉴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스가사와의 오른발 슛이 윤영글 골키퍼가 지키고 있는 한국 골문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초반부터 0-2로 끌려가는 흐름이었지만 천만다행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악재가 겹쳤다. 13분, 일본 골키퍼 야마시타 아야카와 공 다툼을 펼치다가 다리를 다친 골잡이 이현영이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들것에 실려 나가는 불운을 겪은 것이다.

이현영은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오지 못하고 17분에 문미라가 대신 들어가야 했다. 윤덕여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뛰던 이금민을 원톱 자리로 올리고 문미라를 측면 미드필더로 배치했다.

이러한 곡절을 겪으며 정신을 차린 우리 선수들은 20분에 이민아와 지소연의 날카로운 2:1 패스로 일본 골문을 크게 위협하면서 공격 주도권을 틀어쥐기 시작했다. 지소연의 오른발 슛이 일본 골문 왼쪽으로 빨려들어가는 듯 보였지만 골키퍼 뒤에서 커버 플레이를 펼친 수비수가 몸으로 막아내는 바람에 지소연의 동점골 희망은 무산되고 말았다.

이민아가 아름다운 동점골 만들었지만... 86분 자책골로 '눈물'

한국, 이민아의 동점골 2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팔렘방 겔로라 스리위자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4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이민아가 후반 동점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한국, 이민아의 동점골 2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팔렘방 겔로라 스리위자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4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이민아가 후반 동점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후반전을 시작한 윤덕여 감독은 비교적 이른 시간에 과감한 선수 교체를 단행하며 역전승 의지를 불어넣었다. 61분에 전가을 대신 손화연을, 66분에 센터백 신담영 대신 왼쪽 풀백 이은미를 들여보낸 것이다. 신담영이 뛰던 센터백 자리에는 주장 조소현을 뒤로 물러서게 했고, 왼쪽 풀백으로 뛰던 장슬기를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로 올려세운 것이다.

장슬기는 지소연-이민아와 함께 역삼각형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맡아 중원의 힘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거짓말처럼 1분만에 아름다운 동점골을 뽑아냈다. 67분, 역습 과정에서 문미라의 왼쪽 크로스가 포물선을 그리며 올라갔고 반대쪽에서 달려든 이민아가 정확한 헤더 슛으로 일본 골문을 연 것이다.

패스할 곳 찾은 이민아 2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팔렘방 겔로라 스리위자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4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이민아가 드리블을 하며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 패스할 곳 찾은 이민아 2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팔렘방 겔로라 스리위자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4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이민아가 드리블을 하며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 연합뉴스


후반전 중간 쯤 경기 흐름을 우리 선수들이 완전히 휘어잡은 셈이다. 이 기세를 몰아 지소연의 패스를 받은 이금민의 왼발 슛이 72분에 빛났지만 아쉽게도 일본 골문 왼쪽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일본도 그냥 물러설 수 없었기에 오른쪽 측면 역습을 적극적으로 시도한 끝에 행운의 결승골을 얻어냈다.

86분에 일본 오른쪽 풀백 시미즈의 크로스가 길게 넘어가 반대쪽으로 날아갔고 이 공을 선취골 주인공 스가사와가 헤더로 방향을 바꿨다. 하지만 이 순간 바로 앞에서 공을 걷어내려던 센터백 임선주의 머리에 맞고 방향이 바뀌어 골문 안에 떨어진 것이다. 윤영글 골키퍼가 스가사와의 헤더 패스를 차단할 수 있는 자리였지만 축구장의 신이 일본 쪽으로 윙크한 셈이다.

추가 시간까지 포함하여 이후 약 8분 가량 남아있었지만 우리 선수들은 끝내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90분에 동점골 주인공 이민아가 기막힌 방향 전환 드리블 기술을 자랑하며 일본 골문 바로 앞에서 오른발 강슛을 날렸지만 온몸을 내던진 일본 수비수의 몸에 맞고 골문을 넘어가고 말았다. 우리 선수들의 안간힘은 바로 거기까지였다.

로빅치(홍콩) 주심의 야속한 종료 휘슬이 울리자 임선주는 그라운드에 엎드려 눈물을 쏟았다. 동료 선수들이 일으켜세우며 위로했지만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멈추기 힘들었다. 그만큼 우리 선수들이 한국 여자축구 사상 최초로 올라가고 싶은 결승전 무대였다는 뜻이기도 했다.

'선주야, 일어나자 최선을 다했잖아' 2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팔렘방 겔로라 스리위자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4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1-2 한국의 패로 끝난 뒤 윤영글(뒤), 김혜리(오른쪽)가 임선주를 일으켜 세우고 있다.

▲ '선주야, 일어나자 최선을 다했잖아' 2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팔렘방 겔로라 스리위자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4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1-2 한국의 패로 끝난 뒤 윤영글(뒤), 김혜리(오른쪽)가 임선주를 일으켜 세우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여자축구가 여기서 고개를 숙이고 있을 필요는 없다. 최근에 열린 두 차례의 여자 월드컵에서 모두 결승전에 올라 한 번은 우승, 나머지 한 번은 준우승을 거둔 최고 수준의 팀 일본을 압도할 수 있는 실력을 키웠다. 그렇기 때문에 오는 31일 열리는 동메달 결정전에 경기력을 다시 끌어모아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2019년 6월 7일부터 프랑스에서 열리는 FIFA 여자월드컵에서 또 하나의 멋진 역사를 만들어내면 되는 것이다. 축구로 흘린 눈물은 동료들과 다시 뭉쳐 이룬 축구로 닦는 것이 가장 아름답지 않은가!

지소연 중거리 슛 2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팔렘방 겔로라 스리위자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 한국과 홍콩의 경기에서 지소연이 중거리 슛을 시도하고 있다

▲ 지소연 중거리 슛 2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팔렘방 겔로라 스리위자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 한국과 홍콩의 경기에서 지소연이 중거리 슛을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준결승 결과
- 8월 28일(화) 오후 6시, JSC 겔로라 스리위자야 스타디움(인도네시아 팔렘방)

★ 한국 1-2 일본 [득점 : 이민아(67분,도움-문미라) / 스가사와 유이카(5분,도움-아리요시 사오리), 임선주 자책골(86분)]

◎ 한국 선수들
FW : 이현영(17분↔문미라)
AMF : 전가을(61분↔손화연), 지소연, 이민아, 이금민
DMF : 조소현
DF : 장슬기, 신담영(66분↔이은미), 임선주, 김혜리
GK : 윤영글


◇ 주요 경기 기록 비교
슛 : 한국 14개, 일본 4개
유효 슛 : 한국 5개, 일본 2개
점유율 : 한국 53%, 일본 47%
코너킥 : 한국 7개, 일본 1개
프리킥 : 한국 14개, 일본 16개
오프사이드 : 한국 5개, 일본 1개
경고 : 한국 0개, 일본 1개


◇ 여자축구 동메달 결정전 및 결승전 일정
☆ 동메달 결정전 : 한국 vs (중국-대만 패자) 8월 31일 오후 5시
☆ 결승전 : 일본 vs (중국-대만 승자) 8월 31일 오후 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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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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