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리를 앞세운 <야간개장>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성유리를 앞세운 <야간개장>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SBS Plus


"성유리씨는 지금 신혼이고, 특별히 밤에 밖에 나가지 않을 거 같은데.."
"그러긴 한데, 저의 주 활동 시간이 밤이에요. 낮에는 거의 늘어져 있고. 제가 진짜 밤의 여왕이에요."

SBS Plus <당신에게 유리한 밤! 야간개장>(이하 <야간개장>)은 성유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쉽사리 자신의 사생활을 노출시키지 않았던 성유리의 등장은 많은 관심을 끌었다. 스스로를 꽁꽁 숨겼던 성유리가 그것도 '관찰 예능'에 나오겠다니 방송사의 입장에선 얼마나 반가운 일이겠는가. 처음에는 대중들도 그의 출연을 반겼다. 셀럽의 삶은 여전히 들여다보고 싶은 욕망을 자극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야간개장>은 셀럽들이 밤에 어떤 곳을 가는지, 무엇을 하는지 등을 관찰하며 밤문화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최근 예능의 트렌드를 반영하듯 다큐멘터리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성유리를 비롯해 서장훈, 나르샤, 붐 등 진행자들은 근래 정착된 주 52시간 근무제를 언급하면서 요즘 가장 큰 화두가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이라 이야기했다.

 <야간개장>의 한 장면

<야간개장>의 한 장면ⓒ SBS Plus


그러면서 야행성 인간을 뜻하는 올빼미족, 심야에 즐길 거리를 찾아 나서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호모나이트쿠스(Homo nightcus)에 대해서도 운을 띄웠다. 호모나이트쿠스는 2002년 국립국어원이 신조어로 선정했을 만큼 제법 역사를 지닌 단어다. 빅데이터 분석기업인 다음소프트가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호모나이트쿠스 언급량이 2013년 6만2823건에서 2016년 10만3152건으로 64%나 증가했다고 한다.

호모나이트쿠스가 우리 사회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만큼 충분히 다뤄볼 만한 주제였다. 예능적으로도 그려봄직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낮에는 거의 늘어져 있고. 제가 진짜 밤의 여왕이에요"라는 성유리의 말을 듣는 순간 약간의 씁쓸함이 밀려왔다. 벌써부터 공감이 되지 않았다. 끼워맞추기 식 캐스팅의 전형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사실 심야시간을 즐기는 문화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해외여행을 가보면 대부분의 도시는 밤이 어둡다. 저녁이 되면 가게들은 문을 닫는다. 우리처럼 밤이 휘황찬란한 곳은 드물다. 앞서 '심야를 즐기는 문화'라고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심야를 즐길 수밖에 없는 문화'라고 말하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시각까지 일(공부)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남는 시간은 '밤'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야간개장>의 한 장면

<야간개장>의 한 장면ⓒ SBS Plus


사람은 본래 균형을 찾으려는 본능이 있다. '워크'가 가중되면 가중될수록 '라이프'에 대한 갈망은 커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에게 '밤'이라는 시간이 주는 위안,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그 시간이 소중한 까닭은 그만큼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숨 쉴 틈 없이 바쁘게 일상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성유리는 그 '워라밸'의 의미를 보여줄 수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우려가 현실이 됐다. <야간개장>은 성유리의 하루를 쭉 훑어 보여줬는데, 그의 삶은 '공주의 하루'와 같았다. 시청자들은 뜬금없이 '공주생활 감상'을 해야만 했다. 성유리는 느지막이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난데없이 리코더를 불었고, 강아지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잠깐의 촬영이 있어 나름대로의 '워크'를 했지만, 굉장히 짧은 시간에 불과했다. 그 다음엔 여유롭게 골프를 치며 취미생활을 했다.

 <야간개장>의 한 장면

<야간개장>의 한 장면ⓒ SBS Plus


그리고 맞이한 밤에는 그림을 그리고, 야식으로 떡볶이를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 피아노를 치며 시간을 보냈다. 이쯤 되니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가 의심스러워졌다. '가진 자들의 삶이란 이런 것이다'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대관절 누가 성유리의 '밤 라이프'에 공감할 수 있었을까. 그리되니 어린 나이부터 방송 생활을 하는 바람에 불면증이 생겼고, 그 때문에 상당 시간을 힘들게 보냈다는 성유리의 고백조차 가볍게 느껴졌다.

성유리를 앞세운 덕분에 <야간개장>은 화제가 됐다. 다만, 그 대부분은 성유리의 남편인 프로골퍼 안성현과 그들의 고급스러운 신혼집의 인테리어에 국한됐다. "핑클의 화이트 이미지를 깨고 싶고,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는 성유리가 이번 방송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 궁금하다. 관찰 예능의 폐해가 극에 달한 이 마당에 시작한 또 다른 관찰 예능이 나타나 시청자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이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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