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아시안게임 시범종목 중 하나로 <리그 오브 레전드> 단체전 한국과 중국의 경기가 열렸다. LOL 최고 스타로 손꼽히는 '페이커' 이상혁이 경기 중단 상황(퍼즈) 발생으로 잠시 숨을 돌리고 있다. (방송 화면 캡처)

지난 27일 아시안게임 시범종목 중 하나로 <리그 오브 레전드> 단체전 한국과 중국의 경기가 열렸다. LOL 최고 스타로 손꼽히는 '페이커' 이상혁이 경기 중단 상황(퍼즈) 발생으로 잠시 숨을 돌리고 있다. (방송 화면 캡처)ⓒ SBS


27일은 한국 지상파 TV 및 e스포츠 역사에 의미있는 한 줄을 그은 날이다. 지상파 사상 최초로 e스포츠 경기가 생중계로 방영되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열리고 있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시범종목으로 e스포츠가 채택됐다. 세부 종목 중 하나이자 최고 인기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 이하 LOL)' 경기가 각각 KBS, SBS를 통해 생방송으로 전파를 탔기 때문이다.

과거 2000년대 '스타크래프트 2'의 전성기 때 KBS와 SBS를 통해 몇 차례 중계 방송이 되긴 했지만 이는 심야 녹화 방송 및 하이라이트 방영에 국한되었다. e스포츠 경기 중계는 철저히 온게임넷(OGN), MBC게임(현 MBC뮤직), 스포티비 게임 등 전문 케이블 채널의 몫이었다.

이번 LOL의 지상파 중계 소식은 게임 전문 커뮤니티 뿐만아니라 LOL을 즐기는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과연 e스포츠 첫 지상파 입성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전문 인력 없는 KBS+SBS, 케이블 중계진 초빙

지상파 방송국은 e스포츠 중계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과연 게임 전문 케이블 채널에 눈높이가 맞춰진 시청자들의 기준을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27일 지상파 방송국들은 외부 전문 중계 인력을 섭외해 한국과 중국 경기 생방송을 맡겼다.

KBS는 성승헌 캐스터, 1세대 LOL 게이머인 이현우, 고인규 해설위원 체제로 중계에 돌입했고 SBS는 박상현 캐스터, 김동준+강승현 해설위원을 섭외한 데 아예 아프리카TV와의 제휴를 통해 방송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비록 게임 중계 경험이 전혀 없는 두 방송사였지만 준비 부분에 있어선 합격점을 줄 만했다. 그런데 한국 대 중국의 생중계는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 허망하게 끝이 나고 말았다.

현지 사정으로 잦은 경기 중단... 돋보인 중계진의 순발력

 아시안게임 LOL중계를 위해 KBS와 SBS는 각각 케이블 전문 인력을 섭외해 대회 준비를 끝마쳤다.

아시안게임 LOL중계를 위해 KBS와 SBS는 각각 케이블 전문 인력을 섭외해 대회 준비를 끝마쳤다.ⓒ KBS, SBS


예상대로 LOL 최고 스타 '페이커' 이상혁을 앞세운 한국팀은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 중국팀을 매섭게 몰아부쳤다. 그런데 3차례에 걸친 '퍼즈(Pause)' 발생으로 인해 경기가 자주 중단되면서 생방송 역시 난항을 겪고 말았다. 퍼즈는 일시정지를 뜻하는 용어로 e스포츠 특성상 네트워크 접속 장애 사고 혹은 사용하는 PC의 고장 등 다양한 이유로 종종 생중계가 중단되는 일이 생긴다.

현지 경기장에서 발생한 3번째 퍼즈 문제의 해결이 지연되면서 결국 KBS, SBS는 TV 생방송을 마감하고 인터넷 채널로 중계를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 중계 전환 10여 분 만에 한국 팀의 압도적인 공격이 주효, 중국팀을 꺾고 예선 2승째를 차지했다. 경기를 지켜보던 시청자 입장에선 방송사들이 조금만 더 기다려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비록 지상파 생중계는 예상과 다른 내용으로 막을 내렸지만 중계진은 경기 중단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노련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를 극복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중단 30여 분 가까이 양 방송사 중계진은, e스포츠 및 LOL을 잘 모르는 시청자들을 위해 해당 종목에 대한 상세한 소개 및 설명을 하면서 돌발 상황을 훌륭히 극복했다.

e스포츠 관련 방송, 지상파에서 자주 볼 수 있을까?

비록 잦은 경기 중단에 따른 생방송 조기 마감이란 아쉬움을 남겼지만 아시안게임 e스포츠 지상파 생중계는 나름의 의의와 숙제를 동시에 남겼다. 시범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상 높은 화제몰이를 할 만큼 LOL을 비롯한 e스포츠에 대한 시청자들의 방송 갈증이 제법 컸다는 점이 이번 방송을 통해 확인되었다.

게다가 2022년 열리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어 열린다는 점에서  치밀한 기획이 뒷받침만 해준다면 e스포츠도 충분히 지상파 방송의 신규 콘텐츠로서 충분히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KBS는 자체 온라인 생방송 플랫폼인 <마이K>를 통해 2018 아시안게임 LOL 주요 경기를 생중계하고 있다. (방송 화면 캡쳐)

KBS는 자체 온라인 생방송 플랫폼인 <마이K>를 통해 2018 아시안게임 LOL 주요 경기를 생중계하고 있다. (방송 화면 캡쳐)ⓒ KBS


실제로 KBS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맞아 LOL 주요 경기를 자체 모바일 방송 플랫폼인 <마이K>를 통해 생중계하며 e스포츠 방송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비록 인도네시아 현지 캐스터+해설자의 방송인 관계로 전부 영어로만 진행되지만 LOL을 좋아하는 팬들에겐 좋은 선물이 되고 있다.

반면 지상파 중계를 하기엔 시청자 계층이 주로 젊은 연령대에 치우쳐 다른 스포츠 종목에 비해 넓지 않다는 약점도 존재한다. 게다가 퍼즈 같은 돌발 경기 중단 상황도 편성 시간에 큰 제약이 없는 전문 케이블 채널과 달리, 지상파 TV에겐 생중계 선택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e스포츠는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1인 방송을 중심으로 온라인 시장에선 이미 기존 축구+야구 같은 스포츠의 인기를 압도하며 매출 증대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2017년 12월 4일 <동아일보> 온라인방송 흥행, e스포츠 중계가 좌우).

이를 감안하면 온라인 역량 강화를 고심하는 지상파 방송국에게 e스포츠는 이번 아시안게임 중계를 계기로 새로운 블루오션 후보감으로 떠오른 셈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