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락슨 넘어 승리 27일 오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8강전 한국과 필리핀의 경기. 91-82로 승리한 라건아가 필리핀 클락슨 등과 인사하고 있다

▲ 클락슨 넘어 승리27일 오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8강전 한국과 필리핀의 경기. 91-82로 승리한 라건아가 필리핀 클락슨 등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NBA 스타 조던 클락슨(클리블랜드)이 버틴 필리핀 농구의 화력은 확실히 대단했다. 하지만 팀은 개인보다 더 강했다. '원 팀'으로 똘똘 뭉친 한국 농구대표팀이 클락슨의 필리핀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 스포츠 컴플렉스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8강전에서 라건아의 활약을 앞세워 필리핀을 91-82로 물리쳤다. 한국은 이란-일본전 승자와 30일 오후 6시(한국시각) 4강전을 치른다.

우여곡절 끝에 아시안게임 참가한 필리핀

필리핀은 아시아무대에서 여러 차례 한국농구를 괴롭혀온 난적이었다. 필리핀은 지난 7월 2019 농구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 호주와의 경기 도중 집단 난투극을 벌이며 코치는 물론 10여 명의 선수들이 무더기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당초 이번 아시안게임 출전 포기를 심각하게 고려했을 정도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필리핀 농구협회가 대표팀을 다시 꾸려 아시안게임 출전을 결정했고 조던 클락슨의 합류가 전격 결정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미국과 필리핀 혼혈인 클락슨은 NBA 무대에서도 주전급으로 꼽히는 스타 선수다. 이번 대회부터 NBA 선수들의 아시안게임 출전이 허용되며 중국의 저우치(휴스턴 로케츠), 딩안유항(댈러스 매버릭스) 등도 가세했지만 클락슨은 아예 레벨이 다른 선수로 꼽혔다.

클락슨은 지난 중국과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부상으로 4쿼터를 거의 뛰지 않고도 28점을 몰아넣는 괴력을 선보이며 클래스를 증명했다. 예상대로 8강에서 필리핀을 만나게 된 농구대표팀으로서도 클락슨을 대체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가 최대 관건으로 꼽혔다.

8강전은 한국과 필리핀 양 팀이 만날 때마다 보여주는 전형적인 경기 패턴을 이번에도 재현한 승부였다. 한국은 2013년 아시아컵(79-86 필리핀 승),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97-95 한국 승)나 2017 아시아컵(118-86 한국 승) 등 수많은 국제대회에서 만날 때마다 치열한 다득점 공방전을 펼친 바 있다. 개인능력과 기술에서 앞선 필리핀을, 조직력과 수비에서 앞선 한국이 맞서는 형국이었다.

필리핀의 NBA 선수 클락슨, 후반 갈수록 체력 고갈

클락슨을 압박하는수비 27일 오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8강전 한국과 필리핀의 경기. 4쿼터 한국 전준범(왼쪽)과 허일영이 필리핀의 NBA 출신 선수 조던 클락슨의 돌파를 저지하며 압박 수비를 펼치고 있다.

▲ 클락슨을 압박하는수비27일 오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8강전 한국과 필리핀의 경기. 4쿼터 한국 전준범(왼쪽)과 허일영이 필리핀의 NBA 출신 선수 조던 클락슨의 돌파를 저지하며 압박 수비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우려한 대로 대표팀은 클락슨을 앞세운 필리핀의 공격농구에 상당히 고전했다. 3쿼터까지 엎치락뒤치락 하며 근소한 점수차를 유지했지만 마지막 리드는 항상 필리핀의 몫이었다. 전반끼지 지역방어로 그럭저럭 잘 막아냈던 클락슨마저 3쿼터에 15점을 몰아치며 후반 46-54로 8점 차까지 벌어지자 위기를 맞이하는 듯했다.

하지만 4쿼터 들어 '팀의 격차'가 서서히 드러났다. '시소 게임' 양상을 주고받았지만 몇몇 선수들의 개인능력과 드리블에 의존한 필리핀과, 팀플레이로 손쉽게 공간을 만들어내는 한국은 체력 면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은 라건아 외에도 전준범과 허일영, 김선형 등 여러 선수들이 고르게 득점에 가담하며 점수차를 벌려나갔다. 클락슨은 4쿼터에도 묘기에 가까운 슛을 성공시키기도 했으나 체력이 떨어지며 막판으로 갈수록 힘을 쓰지 못했다. 이미 중국전에서도 반복되었던 문제였다.

귀화선수 라건아는 30점 14리바운드로 골밑을 사수하며 클락슨과의 에이스 대결에서 사실상 판정승을 거뒀다. 라건아는 본인의 득점 외에도 2대2 상황에서 스크린과 패스 등 궃은 일까지 능숙하게 소화하며 안정적인 팀플레이를 보여줬다. 후반 대폭발한 김선형도 17득점 10어시스트 7리바운드 4스틸을 기록하며 코트를 종횡무진했다. 김선형의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돌파와 속공이 살아나면서 전반 라건아에게 의존하며 정체된 공격의 흐름을 바꾸는 결과를 가져왔다.

조연들의 활약도 빼놓을수 없다. 이승현은 빅맨으로서 작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골밑에서 적극적인 몸싸움과 박스아웃으로 필리핀을 괴롭혔고 찬스가 나면 직접 중장거리슛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수비와 리바운드에서 이승현의 보이지 않는 헌신이 있었기에 라건아와 외곽슈터들이 보다 자유롭게 공간을 활용할수 있었다.

슈터진은 이정현이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코트를 떠나며 위기를 맞이하는 듯했으나, 후반 투입된 전준범과 허일영이 승부의 흐름을 바꾸는 3점슛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다시 한국 쪽으로 흐름을 가져올 수 있었다. 아무리 개인능력과 공격이 좋아도, 한국처럼 수비와 조직적인 팀플레이에서 앞선 팀을 넘기는 힘들다는 것이 필리핀 농구의 한계였다.

라건아 의존도 높아... 이란 상대로도 공격 통할까

대표팀이 후반으로 갈수록 경기력이 점점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고무적이지만 한편으로 숙제도 남겼다. 라건아에 대한 골밑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앞으로 필리핀보다 훨씬 강력한 높이를 보유한 중국이나 이란을 상대로도 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두 팀에는 하다디-저우치 같이 210cm 이상의 장신 빅맨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포워드진의 신장도 높다. 한국은 주전인 라건아와 이승현이 모두 2m가 되지 않는 언더사이즈 빅맨들이다. 전반처럼 라건아가 포스트에서 공을 잡았을 때 슈터들이 빈 공간을 찾아 활발하게 움직여주는 모습이 나오지 않으면 공격 흐름이 정체되기 십상이다.

라건아 펄펄 날았다 2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8강전 한국과 필리핀의 경기. 라건아가 덩크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 라건아 펄펄 날았다2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8강전 한국과 필리핀의 경기. 라건아가 덩크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식스맨 활용도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경우 대회 일정이 여유가 있어서 체력적 부담은 덜한 편이지만 특정 선수에게 공이 집중되거나 40분 가까이 풀타임을 소화하는 것은 부담이 적지 않다. 라건아와 이승현 중 한 명만 파울 트러블에 걸려도 대표팀은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오세근-김종규 등 경험 많은 빅맨들이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대표팀에 장신 센터가 부족하기는 하다. 하지만 김준일-강상재 등은 '왜 뽑았는지 의아할 정도로 활용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들 발탁 논란'으로 우려를 자아낸 허웅과 허훈도 식스맨으로 팀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허웅은 필리핀전 후반 추격의 고비에서 노마크 3점슛만 3연속으로 놓쳤고 수비에서도 아쉬운 모습을 보이며 전준범-허일영 등과 교체당했다. 신장이 작은 허훈은 김선형과 박찬희가 버틴 주전 가드진에 비하여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특출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거의 코트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클락슨의 원맨팀에 불과했던 필리핀이 한국의 적수가 되지 못했듯이 한국도 중국과 이란전에서 라건아의 원맨팀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금메달 2연패를 목표로 하는 허재호가 필리핀전 승리에 자만하지 말고 원팀으로서의 완성도를 더 높여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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