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랙 팬서> 포스터

영화 <블랙 팬서>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최근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로 거론되어 논란이 되는 작품이 있다. 바로 <블랙팬서>이다. LA타임스는 마블이 최근 신설된 인기영화상 부문이 아니라 작품상 부문에 <블랙팬서>가 오르기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디즈니는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영화 <블랙 팬서>를 출품하기 위한 캠페인을 펼칠 것으로 알려졌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2019년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블랙 팬서>가 올라 아카데미의 천장을 뚫는 최초의 코믹북 원작 영화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는 언급을 했다고 한다.

이런 <블랙팬서>의 작품상 후보 문제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이 작품이 작품성이 있느냐'는 문제부터 백인 우월주의 논란 후 지나치게 인종 문제에 손을 들어주는 아카데미의 분위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반대 입장은 '이 영화가 영화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무려 97%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는 건 물론 전세계 흥행 수익이 13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흥행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잡은 작품'이라 말하고 있다. 특히 아카데미가 최근 인기영화상을 신설하는 등 떨어지는 인기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이때 <블랙팬서>의 작품상 후보 선정은 탁월한 선택이라는 의견이 있다.

영화 <블랙팬서>는 가상의 최강 희귀 금속 '비브라늄'으로 이루어진 와칸다 왕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면서 왕국의 왕위를 계승한 티찰라(채드윅 보스만)와 왕위를 노리는 세력들과의 다툼을 다루고 있다. 부산 로케이션 촬영으로 국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고 '와칸다 포에버'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낼 만큼 열풍도 불었지만 국내 흥행에서는 500만 관객을 넘기면서 마블 영화 중에서는 약간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로 선댄스와 칸에서 수상을 한 흑인 감독 라이언 쿠글러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이 만든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는 새해가 시작된 1월 1일 새벽,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한 흑인 오스카 그랜트가 지하철 내 다툼으로 인해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살해당한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흑인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은 감독이다. 이런 라이언 쿠글러 감독 덕분인지 <블랙팬서>는 참으로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이 영화에는 세 가지 특징이 '없다'.

흑인영화 특유의 전형성 부순 영화, 아카데미 이유 있다

 영화 <블랙 팬서> 스틸컷

영화 <블랙 팬서>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첫 번째는 흑인 주인공이 가지는 특징이다. 거친 말투와 행동, 사회적인 차별과 불만 등 전형적이라 할 수 있는 요소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힙합 특유의 리듬감이 있지만 이 리듬감이 인물들의 행동을 껄렁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두 번째는 전통에서 오는 이질감이다. 와칸다는 지구에서 가장 과학이 발달한 도시 국가이다. 헌데 이 국가는 왕이 있고 왕족을 전하는데 결투가 있으며 부족이 존재한다. 의상 역시 부족적인 색체가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 영화는 이를 이질감 없이 전달한다. 아프리카 부족의 전통을 현대 문명에 접목시키며 생길 수 있는 어색함을 지워낸 것이다.

세 번째는 여성 캐릭터의 전형성이다. 액션 영화 속 여성 캐릭터는 몸매가 부각된 옷을 입고 등장하며 꼭 여성 캐릭터끼리만 싸움을 붙인다. 남성 캐릭터가 주인공이면 여성 캐릭터는 약한 존재로 묘사되며 앞서 말한 여성 캐릭터끼리의 싸움이 아니면 희생 혹은 도움을 청하는 캐릭터로 역할이 제한된다. 와칸다의 여성들에게는 이런 느낌이 없다. 그녀들은 군인이며 기사의 역할에 충실하다. 성별을 바꾼다 하더라도 어색함이 없을 만큼 성적인 역할에 얽매이지 않는다. <블랙팬서>는 아카데미가 작품상을 주었던 혹은 후보에 올려왔던 그 어떤 작품들보다 편견과 차별에 대해 심도 있게 접근하는 영화이다.

인종문제, 문화 상대주의, 여성문제를 다루고 있으면서 이에 대한 전형성에서 탈피하고 있다. '흑인도 성공할 수 있다'라면서 백인 사회 안에서 주인공에게 고난과 시련을 주는 대신 과학기술이 최고로 발전한 국가를 아프리카의 흑인들의 왕국으로 설정한다. 제3세계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라 말하는 대신 와칸다라는 최고로 발달한 국가에 아프리카의 부족 문화를 담아낸다. <지. 아이. 제인>처럼 남성 집단 안에서 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여성의 모습이 아닌 여성으로 이루어진 군인들이 상대가 누구든 국가와 왕실을 위해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다크 나이트> 스틸컷

영화 <다크 나이트>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 (주)해리슨앤컴


이런 모습들은 해당 문화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오락영화 특유의 몰입감과 속도감이 흥미를 더해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들고 이 속에서 이질감을 느끼지 못한 관객들은 '차이'라 여겼던 '차별'의 지점들이 '편견'이었음을 인지한다. 사실 그동안 아카데미는 좋은 영화들을 단순히 '코믹스 원작의 오락성 짙은 영화'라는 편견에 얽매여 놓쳐왔다. 먼저 <다크나이트>는 선과 악에 대해 질문한 질문을 던진다. 이 영화만큼 동전의 양면과 같은 선과 악의 관계를 심도 있게 그려낸 영화는 본 적이 없다. 만약 원작이 <배트맨>이 아니었다면 아카데미 작품상에 올랐을 것이다.

다음으로 <원더우먼>도 뽑을 수 있다. <원더우먼>은 단순한 여성 히어로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여성 히어로물 역시 남성들이 정해둔 틀 안에서 싸워야 하는 기존의 히어로 무비들과 달리 여성이 주체가 되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를 다루었기 때문이다. '편견'을 이겨내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카데미 입장에서는 최고의 작품이 될 수 있었음에도 역시 외면당했다. <로건> 역시 마찬가지다. <로건>은 <희랍인 조르바>, <그랜 토리노> 수준에서나 할 수 있는 사회적인 문제나 악습에 대해 기성세대가 할 수 있는 미래세대를 위한 자세를 다루고 있다.

특히 <엑스맨> 시리즈를 통해 쌓아올린 서사와 뛰어난 오락성은 분명 높게 평가받아야 함에도 불구 역시나 코믹스 원작이라는 이유로 외면 받았다. 마블과 DC를 중심으로 코믹스 영화들의 영화화는 갈수록 힘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인들의 영화 축제를 내세운 아카데미 시상식이 코믹스가 원작이라는 이유로 잘 만든 영화를 외면하는 건 옳지 못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물론 전통을 지키려는 보수적인 자세가 오늘날의 아카데미 시상식의 위상을 만들었다 생각한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있다.

더 이상 관객들은 잘 만든 영화가 코믹스 원작이라는 이유로 MTV영화제나 새턴 어워즈에서만 수상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다크나이트> 때부터 시작된 이 논란은 10년째 지속 중이며 영화제 흥행을 고려한 인기영화상 신설로 고조되었다. 과연 아카데미가 <브로크백 마운틴> 대신 <크래쉬>에게 작품상을 수여한 것처럼 보수적인 선택을 할지 아니면 남녀 주연상으로 흑인 배우를 선정한 제74회 시상식처럼 진보된 선택을 할지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브런치, 블로그와 루나글로벌스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