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 포스터.

MBN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 포스터.ⓒ MBN


MBN 시사 교양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는 최고 시청률 7.1%(지난 2월 방송분. 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를 자랑한다. 지상파 방송이 아닌 종편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꽤 높은 수치다. 시청률뿐만 아니라 탄탄한 마니아층도 확보했다.

<나는 자연인이다>에서는 특이점도 발견할 수 있다. 주변에서는 50대 이상 장년층보다 40대 중년층이 <나는 자연인이다>를 더 열심히 챙겨 본다. 사회적으로 40대는 중간 관리자의 위치다.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도 가장 많을 나이, 몸과 마음이 자유로운 자연인들의 삶을 동경하게 된 배경이 주 시청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 또한 <나는 자연인이다>의 열혈 시청자다. 아직은 산 속 생활과는 거리가 먼 나이이기는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은퇴 후 생활을 그려보기도 한다. 이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이유는 자연에 대한 낭만때문 만은 아니다.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자연인들의 소소한 일상생활에서 내 어릴 적 시골 생활의 추억까지도 되살려 볼 수 있어 이 프로그램에 푹 빠진 이유다.

 MBN <나는 자연인이다> 캡처.

MBN <나는 자연인이다> 캡처.ⓒ MBN


다 쓰러져 가는 흙벽의 허름한 초가집 생활의 기억들. 흙으로 아무렇게 빚어 만든 시커먼 아궁이에 가마솥 걸어 놓고, 산에서 주워 온 땔감을 이용 밥을 지어 먹었던 불편했지만 잊을 수 없는 기억들. 쌀 한 톨 섞어 있지 않는 꽁보리밥도 사치다. 요즘으로 치면 도배용 풀이나 다를 바 없는 밀가루 죽까지. 가난했지만 소중했던 기억들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금 떠올려 본다.

특히 그 시절 기억으로 남아 있는 전기 없는 등잔불의 추억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생각이 난다. 한여름 모깃불 피워 놓은 마당에 멍석을 깔아놓고 그 위에 드러누워 하늘에서 무수히 쏟아지는 별빛을 온몸으로 받곤 했던 아름다운 추억들, 산과 들이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그 겨울 해질녘 집집마다 모락모락 피워나는 굴뚝 연기는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하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척척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첨단 시대, 편리하고 살맛 나는 디지털 세상이라고 하지만 그때 시절 아날로그 추억은 제 아무리 발달한 과학기술로도 만들어 낼 수 없기에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이 즐겁다. 세상사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나는 자연인이다>가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이유도 분명히 있지 않나 싶다.

누군가는 <나는 자연인이다>에 등장한 자연인들을 두고 '현실 도피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사회와 단절한 채 산 속에서 혼자 생활한다는 점에서 그렇게 생각할지 모를 일이다. 이 말을 전혀 틀렸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치열한 경쟁 사회와 교류를 끊는 자체만으로도 현실 도피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MBN <나는 자연인이다> 캡처.

MBN <나는 자연인이다> 캡처.ⓒ MBN


그러나 엄밀히 따져 보면 생각을 달리하게 된다. 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지 않았다는 점이다. 프로그램에 등장한 자연인들이 산 속에 들어가기까지의 사연을 들어 보면 사회생활을 이미 해 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단지 사회에서 맛보지 못했던 행복을 자연에서 찾고자 산을 택한 이들이다. 이들에게 '현실도피'라는 꼬리표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설사 이들이 사회를 피해 산속으로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현실 도피를 한 게 아니라 사회가 이들을 도피시킨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산속을 택한 일부 자연인들을 빼면, 한결같이 사회에 대한 상처를 안고 있었다. 사기를 당해 잘 나가던 사업이 망한 자연인들, 믿었던 친구 빚 보증으로 전 재산을 날린 자연인 등. 이들은 모두 사회가 싫어서 산 속에 들어갔다.

자연인들의 상처 많은 사연을 들어보면 우리도 잠재적 자연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치열한 경쟁 사회 그 어느 누구도 이런 사회로부터 도피를 강요받지 말란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 우린 이걸 깨닫지 못한다. 현실이 되어서야 비로소 사회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음을 안다. 그리고 자연의 품을 찾는다. 어려울 때 반겨 주는 곳이라곤 자연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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