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 '늘 그대' 양희은과 성시경이 컬래버레이션한 싱글 프로젝트 <뜻밖의 만남> 작업 현장.

▲ 양희은 '늘 그대' 양희은과 성시경이 컬래버레이션한 싱글 프로젝트 <뜻밖의 만남> 작업 현장. ⓒ 옹달샘


가수 양희은이 지난 19일 싱글 프로젝트 <뜻밖의 만남>의 아홉 번째 결과물로 성시경과 함께 작업한 '늘 그대'를 발표했다. 양희은은 쉽지 않았던 작업기를 다음처럼 전했다.

"내 식대로 내 세월의 것을 주장한다면 <뜻밖의 만남>은 의미가 없다. 내가 여태 해 온 노래들과는 사뭇 다르다. 그래도 해냈고. 아무리 선배라 해도 그냥 넘어가는 건 있을 수 없다. 드디어 오케이가 떨어졌다." (소속사 옹달샘 제공, 작업기 인터뷰 중)

양희은이 어떤 태도로 음악을 대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양희은과 성시경이 함께 했단 것, 심현보 작사에 성시경이 작곡·프로듀싱, 코러스까지 참여했다는 것 모두가 뜻밖이지만, 가장 뜻밖인 건 양희은의 감성이었다. '늘 그대'에서 느껴지는 양희은의 목소리에선 중견가수 양희은, '아침이슬'의 양희은, "너 이름이 뭐니"의 양희은 그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늘 그대'란 노래에 가장 자연스럽게 스며든 목소리만 들렸다.

이 곡은 쏟아져 나오는 많은 노래들과 같은 주제다. 바로 사랑이다. 하지만 수많은 사랑노래 속에서도 양희은의 사랑노래는 울림의 깊이가 달랐다. 사랑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거나 기쁘다는 단면적인 감정이 아니라 사랑 이면의 섬세한 결을 깊이 들여다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사랑노래지만 삶 자체를 노래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심현보와 성시경이 말했듯, 이 곡은 진폭이 큰 감성의 노래인데 양희은은 담담하면서도 쓸쓸하게, 그러면서도 따뜻하게 소화해냈다.    

양희은이 부른 '늘 그대'를 들으면서 사랑의 섬세하고 깊은 결이 느껴지는 건, 삶의 경사와 묵직함이 느껴지는 건 왜 일까. 그건 양희은이란 사람 자체의 힘이 아닐까 싶다. 다르게 말한다면, 양희은이란 사람이 살아온 삶의 힘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창작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자산은 습작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왔는가 하는 작가의 삶이다." (박완서)

노래도 글 창작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양희은의 목소리에서 더 많은 저릿함과 더 많은 위로가 느껴지는 것은 그가 노래 연습을 다른 가수보다 많이 해서라기 보단, 그의 삶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지난 19일 방송한 JTBC <히든싱어5> 양희은 편을 보면서였다.

양희은 JTBC <히든싱어5>에 출연한 양희은

▲ 양희은 JTBC <히든싱어5>에 출연한 양희은 ⓒ JTBC


<히든싱어5>에서 양희은은 노래와 함께 살아온 이야기를 담담히 꺼내놓았다. 토크시간을 채우기 위해 살아온 이야기를 늘어놓은 건 아니었다. 노래의 탄생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선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노래가 본인 삶의 굴곡 사이사이 골짜기 속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양희은은 3라운드 미션곡인 '하얀 목련'에 대해 "서른 살에 난소암 수술을 하고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시절에 편지 한 통을 받고 써내려간 노래"라고 소개했다. 양희은은 "당시 친구로부터 '너와 똑같은 병을 앓다가 세상을 떠난 여자의 장례식을 다녀왔다. 공원에서 목련이 툭툭 지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고 단숨에 가사를 썼다"고 밝혔다.

그때 받은 마음의 상처도 털어놓았다. 그는 "청계천 음반 가게들이 모여 있는 곳에 '양희은 암 선고, 시한부 판정'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더라. 누가 내 음반 장사를 신나게 하고 있다는 얘길 들었고 '이건 너무한다' 싶어서 전화를 해 항의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그분이 내게 '이 참에 새 노래를 내라'고 하더라"며 회상했다.

양희은은 이날 방송에서 '아침이슬',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하얀 목련', '슬픔 이젠 안녕' 등을 불렀고 그의 울림을 담은 목소리에 출연진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88표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는 건 다른 이가 그의 삶이 묻어난 목소리를 흉내내기 쉽지 않다는 말과 같았다. 목소리는 비슷하게 모사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의 감성은 그의 목소리가 아닌 삶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이 흉내 낼 수 없는 감성을 지녔다는 건 가수에겐 큰 자부심이 아닐 수 없겠다.

 양희은의 1971년 1집 음반 (2011년 CD 재발매반) 표지.  대표곡 '아침이슬'이 금지곡 처분을 받고 판매금지 되었다가 1987년이 되서야 해금조치됐다.

양희은의 1971년 1집 음반 (2011년 CD 재발매반) 표지. 대표곡 '아침이슬'이 금지곡 처분을 받고 판매금지 되었다가 1987년이 되서야 해금조치됐다. ⓒ 예전미디어


데뷔 48년차 양희은은 한국 가요계의 산증인이다. 그를 말하며 1971년 발표한 데뷔곡 '아침이슬'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저항가요의 첫 번째로 꼽히는 이 노래로 양희은은 한국 가요계의 산증인이자 동시에 한국 역사의 산증인이 됐다. '아침이슬'은 처음부터 저항 의도를 갖고 만들어진 노래는 아니었다고 한다. 앞서 데뷔 35주년 기념 콘서트 기자회견에서 양희은은 "아침이슬이 사회 참여에 쓰일 줄 전혀 짐작조차 못했다. 노래의 무서운 사회성을 깨달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희은의 '상록수'도 시위현장에서 많이 불린 민중가요로서 나라의 역사를 함께 한 곡이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양희은, '아침이슬' 중에서)

양희은, 44년만에 첫 쇼케이스 가수 양희은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2014 양희은' 발매 쇼케이스에서 '나영이네 냉장고', '당신 생각',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말' '김치깍두기', '넌 아직 예뻐'를 열창하고 있다. 1971년 '아침이슬'로 데뷔한 44년차 가수 양희은의 이번 음반은 젊은 뮤지션들과의 작업과 듀엣 곡, 생애 첫 뮤직비디오, 자신만의 목소리, 악기배치, 아이디어, 편곡 등 최근 유행하는 트랜드와의 차별화를 꾀한 새로운 시도를 담고 있다.

가수 양희은이 지난 2014년 11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2014 양희은' 발매 쇼케이스에서 '나영이네 냉장고', '당신 생각',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말' '김치깍두기', '넌 아직 예뻐'를 열창하고 있다. ⓒ 이정민


어쩌면 대중에게 양희은은 '늘 그대',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와 같은 사랑노래보다 '아침이슬', '상록수'와 같은 민중가요로 먼저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양희은은 '아침이슬의 양희은' 그 울타리 너머의 땅을 쉬지 않고 개척 중이다. 후배가수들과 진행 중인 싱글 프로젝트 <뜻밖의 만남>의 행보를 봐도 그가 머물러 있는 레전드가 아니라 현대의 감성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표현해내는 현재진행형 가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양희은은 오는 10월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을 시작으로 전국투어 공연 <뜻밖의 선물>을 내년 초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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