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최용수 해설위원

SBS 최용수 해설위원 ⓒ SBS


그의 현역 시절을 잘 모르는 세대에게는 '광고판에서 떨어진 재미있는 아저씨' 정도로 알려졌을지 모르지만 사실 최용수는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 계보를 잇는 대형 스타 출신이다. 그가 현역 시절 69번의 A매치에서 기록한 27골은 21세기 한국축구의 아이콘인 안정환(71경기 17골), 박지성(100경기 13골), 손흥민(70경기 23골)을 능가하는 역대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지도자로서도 최용수의 커리어는 충분히 화려하다. 2006년 현역 은퇴 후 2010년까지 FC서울의 코치를 역임한 최용수 감독은 2012년 FC 서울의 사령탑으로 부임하자마자 K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2013년에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FC 서울의 준우승을 견인했다. 장쑤 쑤닝의 감독을 맡았던 2016년에는 중국 슈퍼리그와 FA컵 준우승을 차지했다. 대표팀을 지도한 경력은 없지만 감독으로서도 충분히 훌륭한 실적들을 쌓아가고 있다.

작년 6월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의 책임을 지고 장쑤에서 물러난 최용수 감독은 국내는 물론 일본 J리그의 많은 구단들로부터 감독 제의를 받았지만 모두 고사했다. 그렇게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는 최용수 감독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지도자가 아닌 SBS 축구 해설위원으로 축구 팬들을 만나고 있다. 이제 단 한 경기를 중계했을 뿐이지만 최용수 위원의 입담은 축구 팬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독일전 승리' 예언한 최용수... 해설위원 데뷔

사실 좋은 선수가 반드시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없는 것처럼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꼭 좋은 해설을 한다는 보장은 없다. 대표적인 예가 '야신'으로 불리던 김성근 전 감독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SK 와이번스를 이끌던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SBS의 특별 해설위원으로 초빙됐다. SBS는 타사 해설위원들에 비해 월등히 앞선 김성근 감독의 야구에 대한 지식과 경험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자신이 가진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시청자들에게 쉽고 편안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재일교포 출신의 김성근 감독은 일본식 억양이나 표현을 여과 없이 사용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경상도 억양이 매우 강한 MBC의 허구연 해설위원이 20년이 넘는 해설경력을 앞세워 노련하게 시청자들을 조련(?)한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었다.

연세대에 진학하기 전까지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만 학창시절을 보낸 최용수 감독 역시 사투리 억양이 심하고 발음도 그리 정확한 편이 아니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모 매체에서 2002 한일 월드컵의 주역들을 인터뷰할 때도 최용수 감독은 "나는 사투리가 심해 해설을 하게 될 일은 없을 것 같다"며 지상파 3사의 메인 해설위원으로 나서는 후배들(안정환, 이영표, 박지성)에게 격려의 메시지만 남겼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이 개막하기 전 한 방송에서 했던 발언을 통해 일약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한국이 속한 F조 전력 분석에서 스웨덴이나 멕시코를 잡아야 한다는 차범근 전 감독이나 박문성 해설위원과는 달리 최용수 감독은 독일을 1승 제물로 삼아야 한다는 발언을 던진 것이다. 당시에는 출연자들 모두 농담이라 생각하고 웃어 넘겼지만 최용수 감독의 발언은 농담이 아닌 '예언'이 되고 말았다.

러시아 월드컵을 끝으로 박지성이 영국으로 돌아간 SBS에서는 최용수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물론 아시아를 호령하던 스트라이커에서 K리그 우승 감독,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및 중국 슈퍼리그 준우숭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최용수 감독의 '스펙'은 지상파 메인 해설위원으로 나서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 독일전 승리를 정확히 예측한 '촉'까지 더해지면서 최용수 감독은 사투리 핸디캡(?)을 이겨내고 SBS의 축구 해설위원이 됐다.

황선홍과 자신의 흑역사 소환, '논란' 황희찬에겐 격려

서울 황선홍 감독, '목표는 1위' 지난 2월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8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서울 황선홍 감독이 올 시즌 목표 순위를 밝히고 있다. 2018.2.27

지난 2월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8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서울 황선홍 감독이 올 시즌 목표 순위를 밝히고 있다. 2018.2.27 ⓒ 연합뉴스


대회 개막을 앞두고 여러 번의 일정 변화로 인한 혼란은 김학범 감독 이하 대표팀에게는 물론 '신인 해설가' 최용수 위원을 데뷔시켜야 하는 SBS에도 큰 스트레스였다. 일정 변화로 국내 평가전이 취소되면서 해설위원으로서 리허설을 해볼 틈도 없이 인도네시아로 날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용수 감독은 키르기스스탄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실전'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해설 데뷔전을 치렀다.

경기 초반까지 다소 경직된 듯 말수가 적었던 최용수 위원은 경기가 열기를 더해 가면서 점점 입이 풀리기 시작했다. 특히 전반 28분 황인범의 중거리슛이 공중으로 떴을 때는 "정말 제가 존경하는 황선홍 선배의 슈팅을 보는 것 같습니다"라는 소신발언(?)을 하기도 했다. 황선홍이 1994년 미국 월드컵 볼리비아전에서 수많은 골 찬스를 놓쳤던 것을 언급한 것(경기가 끝난 후 황선홍에게 "왜 가만히 있는 사람을 건드리느냐"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전반에 선배의 '흑역사'를 소환한 최용수 위원은 후반엔 '셀프디스'도 마다하지 않았다. 최용수 위원은 한국이 1-0으로 앞선 후반 18분, 김진야의 크로스를 받은 황희찬이 골포스트를 넘기는 슛으로 골 기회를 놓치자 "저건 (2002년) 미국전의 저를 보는 것 같네요"라고 '셀프디스'를 날렸다. 사실 '독수리슛'으로 불리는 최용수 위원의 미국전 실수는 선수 생활에서 잊고 싶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데 최용수 위원은 이를 유머 있게 풀어내며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안겨줬다.

황희찬 골 15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1차전 한국과 바레인의 경기.

한국 황희찬이 여섯번째 골을 성공시키고 기뻐하고 있다.

▲ 황희찬 골 15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1차전 한국과 바레인의 경기. 한국 황희찬이 여섯번째 골을 성공시키고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기 후 축구 팬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이 됐던 황희찬의 '사포' 시도에 대해서도 최용수 위원은 짧은 침묵 후 "나쁘지 않아요"라며 비교적 관대한 평가를 내렸다. 사실 공격수는 단 한 번의 골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실수를 할 수밖에 없는 자리다. 물론 그 상황에서 황희찬이 더 영리한 플레이를 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최용수 위원은 하나의 실수보다는 교체 선수로 들어와 활발한 움직임으로 키르기스스탄의 문전을 위협한 황희찬의 적극성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한국은 23일 오후 9시 30분 이란과 16강전을 치른다. 한국은 이란과의 A매치 상대 전적에서 9승 8무 13패로 열세에 있지만 23세 이하의 연령별 대표팀 간의 대결에서는 4승 1무 2패로 앞서 있다. 만약 이란에게 패한다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최용수 위원의 해설은 단 2경기로 끝난다. 해설 데뷔전부터 많은 어록을 남기며 축구 팬들을 즐겁게 해준 최용수 위원의 해설을 더 듣기 위해서라도 대표팀의 이란전 승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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