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전 MBC 앵커와 김세의 MBC 기자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좌파정권 방송장악 피해자 지원 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배현진 전 MBC 앵커와 김세의 MBC 기자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좌파정권 방송장악 피해자 지원 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남소연


"초등학생도 하지 않는 이지매와 린치들을 얘기하면서 회사에 침을 뱉고 싶지 않았다. 나는 현 정권의 공공연한 블랙리스트다. 저와 선배들,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수십 명의 기자들이 뿔뿔이 흩어져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 자기 소신대로 일하겠다는 사람들에게 적폐와 부역자라는 오명을 씌우지 말라."

지난 3월 27일, 자유한국당이 개최한 '좌파정권 방송장악 피해자 지원 특별위원회'(박대출 위원장)의 첫 번째 공식회의. 당시 MBC를 떠난 뒤 서울 송파을 당협위원장을 맡으며 6.13 지방선거 출마를 앞두고 있던 배현진 전 아나운서는 "나는 현 정권의 블랙리스트"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난 2012년 총파업에 참가하지 않았던 전·현직 MBC 방송인들이 다수 참가해 최승호 MBC 사장 체제 하에서 탄압받았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낙선 후 지금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배 전 아나운서를 비롯해 김세의 MBC 기자, 박상후 전 MBC 시사제작국 부국장 등이다.

이들 중 김세의 기자는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고, 박 전 부국장은 지난 6월 사측으로부터 해고를 당했다. 그리고, 비록 이 자리엔 함께 하지 않았지만 앞서 지난 5월 MBC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고, 'MBC 블랙리스트'와도 밀접하게 관련된 전 MBC 구성원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최대현 전 아나운서, 아니 최대현 '펜앤드마이크 부장'이 그 주인공이다.

'MBC 블랙리스트' 작성했던 최대현 아나운서의 이적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를 전하고 있는 MBC 최대현 아나운서.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를 전하고 있는 MBC 최대현 아나운서.ⓒ MBC


21일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최 아나운서는 작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했던 '극우논객'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이 창간한 인터넷 매체 '펜앤드마이크'에 지난 20일부터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펜앤드마이크 측은 "최대현 전 MBC 차장을 부장(방송제작담당)으로 영입했다"며 "최 신임 부장은 이날부터 정상 출근해 앞으로 앵커 및 방송 제작 업무 전반을 담당하게 된다"고 밝혔다. 최고경영자이자 발행인인 정규재 대표 겸 주필 하에서 최대현 '부장'이 방송 실무를 총괄, 인터넷 신문과 유튜브 방송을 맡게 된다는 것이다.

MBC 전 아나운서가 극우 인터넷 방송의 '마이크' 역할로 나선 셈이 됐다. 최대현 전 아나운서는 김세의 기자와 함께 MBC 제3노조(MBC노동조합) 공동위원장을 지낸 인물로, 지난 5월 과거 MBC 경영진이 아나운서들의 성향과 노조 활동 여부를 분류해 관리한 블랙리스트 문건을 직접 작성·보고한 사실 등이 드러나 해고된 바 있다.

또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성향의 태극기 집회에 참석,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고 쓰인 피켓 앞에서 찍은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를 전한 것도 최대현 전 아나운서였다.

한편 해고 두 달여만인 지난 7월 최 전 아나운서는 MBC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아래 방문진) 이사에 도전하기도 했다. 최 전 아나운서는 후보 공개모집에 응모, 작금의 MBC를 비판하며, 최승호 사장이 지난 10년 간 정권 차원에서 자행된 '적폐' 청산과 재발 방지를 위해 만든 'MBC 정상화 위원회'의 해체를 주장했다.

정규재 TV와 유튜브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단독인터뷰했던 정규재TV.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단독인터뷰했던 정규재TV.ⓒ 정규재TV


지상파와 지상파 뉴스의 시청률 악화는 기정사실이다. 뉴스 역시 스마트폰과 유튜브를 포함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비하는 시대다. 특히 유튜브는 근래 들어 한국인들의 전폭적인 '애정'을 받고 있다. 최근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2018년 4월 기준 안드로이드 폰 사용자들의 유튜브 총 사용시간은 258억 분으로 압도적 1위였다.

이어 카카오톡 189억 분, 네이버 126억 분, 페이스북 40억 분, 다음이 28억 분을 기록했다. 유튜브는 비단 10~20대만이 아니라 30대와 40대 역시 1위였다. 또 온라인 기반 시장 조사기관인 오픈서베이가 실시한 소셜미디어 이용 관련 설문조사 결과, 40~5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도 유튜브였다. 그 40~50대가 즐겨 찾는 방송 중 하나가 정규재 TV와 같은 극우/보수 성향 시사/뉴스 채널이다.

"지난 16일 기준 유튜브 코리아의 50개 '인기영상'엔 '정규재TV' '태극전사TV' '신의 한수' 'KOREA우파V' '개미애국방송' 'KTV BREAKING NEWS(브레이킹 뉴스)' '황장수의 뉴스브리핑' '조갑제TV' 등 보수 성향 인터넷 채널에서 제작한 영상이 뉴스·시사 분야 영상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제목을 보면 '문재인 8·15 경축사의 8가지 오류' '김문수 "문재인이 수상하다"' '8·15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문(재인) 탄핵집회 행진' '청와대 난리났다! 김경수에 이어 송인배까지…' 등이다."


지난 18일자 <한겨레> 토요판의 <태어나 '말보다 먼저 배운' 유튜브, 우린 갓튜브 제국에 산다> 기사 중 일부다. 이 기사는 최근 "뉴스·시사 콘텐츠 중에서 가장 많이 인기영상에 오른 채널은 '황장수의 뉴스브리핑'(13건)이었고, 다음이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9건)였다"고도 했다.

요컨대, 10~20대 뿐만 아니라 40대 이상 스마트폰 사용자들 역시 유튜브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정규재TV와 같은 보수 성향 인터넷 방송들이 유튜브 '시사/뉴스' 카테고리를 점령했고, 그에 따라 '가짜뉴스'나 확인되지 않는 정보들이 범람하고 있다는 것이다.

21일 CBS노컷뉴스 역시 <"文, 뭐했다고 과로로 쓰러져?" 유튜브 점령한 가짜뉴스>라는 기사에서 보수 성향 유튜브 시사/뉴스 방송의 폐해를 꼬집었다. 성공회대 최진봉 교수의 인터뷰가 대표적이었다.

"젊은 층에 비해 사고가 경직된 중장년층들은 본인들이 믿고자 하는 정보만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어 유튜브가 가짜뉴스를 확산시키는 통로역할이 된다."
"특정 정파성을 가진 집단이 정보에 취약하고 보수적인 중장년층을 매개로 의도적으로 가짜뉴스를 가공해 확산시키는 것은 이미 자명하게 알려진 사실."


지난 10년 간 추락했던 MBC 뉴스의 신뢰도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시청자들은 케이블로, 종편으로, 소셜미디어와 유튜브로 급속도로 이동했다. 또 '가짜뉴스'의 범람과 함께 극우/보수 유튜브 채널 역시 무섭게 세를 확장 중이다.

MBC 뉴스가 시청률 꼴찌와 낮은 신뢰도로 헤매는 사이, 그 망가진 MBC의 얼굴이었던 이들은 자유한국당으로, 극우 인터넷 방송으로 자리를 옮겨 '마이크'와 '스피커' 역할을 담당하는 중이다. 최대현 전 아나운서의 이직은 이러한 흐름에서 평가해야 할 '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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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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