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자 스미스의 첫 정규 앨범 < Lost & Found >

조자 스미스의 첫 정규 앨범 < Lost & Found >ⓒ Famm Limited


영국은 미국 못지않게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는 시장이다. 영국의 오피셜 차트만 보아도, 미국의 빌보드 차트에 비해 음악적 다양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영국 음악신에는 새로운 트렌드, 그리고 레트로(복고)가 공존한다. 2016년에 데뷔한 조자 스미스를 빼놓을 수 업다. 아직 우리 나라에서는 생소한 이름일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현재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블랙 뮤직의 기대주다. 음악뿐 아니라 세련된 패션과 분위기로 많은 마니아를 형성한 스타이기도 하다.

조자 스미스는 뮤지션이었던 아버지, 보석 세공업자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통해 들었던 음악들은 그녀가 뮤지션이 되는 데에 좋은 자양분이 되었다. 특히 조자 스미스가 어린 시절 즐겨 들었던 에이미 와인하우스, 리한나, 에리카 바두, 로린 힐 등의 뮤지션은 그녀에게 하나의 이정표였다. 몇 년전만 해도 그녀는 스타벅스에서 바리스타로 일했다. 낮에는 아르바이트와 씨름하고, 밤에는 틈틈이 사운드 클라우드에 자신의 음악을 올렸다.

좋은 음악은 입소문을 타기 마련인 것일까. 그녀가 자전적인 노래 'Blue Lights'를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린 이후, 이 노래는 10만 번이 넘게 재생되었다. 드레이크, 스톰지, 스크릴렉스 같은 스타 뮤지션들이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Blue Lights'를 발표할 때만 해도 바리스타 일을 한창 하고 있는 중이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더 이상 커피를 내릴 수 없게 된 것이다. 누구보다 슈퍼스타 드레이크의 역할이 컸다. 드레이크는 그의 믹스테이프 < More Life >에 'Jorja Interude'라는 이름의 트랙을 수록했고, 'Get It Together'에서는 함께 입을 맞췄다.

여러 매체가 일제히 그녀를 주목해야 할 신인으로 지목했다. BBC 'Sound Of 2017'은 그녀를 4위에 올렸고, 브릿 어워즈에서는 평론가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데뷔 앨범은 현재 영국 머큐리상(Mercury Prize)의 후보에 올라 있다. 함께 후보에 오른 뮤지션들을 살펴보면 킹 크룰(King Krule), 플로렌스 앤 더 머신(Florence and the Machine),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 악틱 몽키즈(Arctic Monkeys) 등 쟁쟁함 그 자체다.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우상들의 멋을 이어 받아 자신의 색으로


지난 6월, 많은 팬들의 기다림 속에 첫 정규 앨범 < Lost & Found >가 발표되었다. 그녀의 허스키한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또래 알앤비 뮤지션들에 비해 원숙하다는 느낌이 든다. 조자 스미스의 보컬은 농도 짙은 소울에서 그 빛을 발하지만, 다양한 장르와 궁합이 잘 맞는다. 기본적으로 복고를 추구하고 있지만, 감상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들이 몇 가지 있다. 'On Your Own'은 둥둥거리는 퍼커션이 독특한 그루브를 형성한다. 오케스트라를 통해 감정의 스케일을 키운 'The One'도 인상깊다. 절제된 리듬의 'Where Did I Go'는 이번 앨범에서 가장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일 것이다.

"I wanna turn those blue lights into strobe lights
나는 푸른 불빛이 화려한 불빛으로 바뀌길 원해

조자 스미스는 훌륭한 이야기꾼이다. 데뷔곡인 'Blue Lights'는 그녀의 작사 능력을 증명하기에 충분한 곡이다. 푸른 불빛(blue lights)이란 경찰의 사이렌을 의미한다. 이 곡에서 그녀는 범죄가 빗발치는 게토(Ghetto) 지역을 소재로 젊은 날의 불안을 노래하고 있다.

'Teenage Fantasy'에서는 사랑을 하면서 느낀 허무함을 노래한다. 톰 미쉬(Tom Misch)가 프로듀싱한 Lifeboats (Freestyle) 역시 중요한 트랙이다. 여유로운 리듬에 뼈 있는 가사가 얹혔다. 조자 스미스는 현실을 직시한다. 돈이 없는 사람은 무너지고, 힘 있는 이들은 그들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 현실. 그녀는 분명히 자신의 시선을 개인에서 사회로 확장하고 있다.

"So why are all the richest staying a float?
왜 부자들만 이 곳에 떠다니고 있는가?

Seeing all my brothers drowning even though they nicked the boat
보트에 숨어 탄 형제들이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다네.

Mothership ain't helping anyone"
그 어떤 모선도 도우려 하지 않아.

- 'Lifeboats(Freestyle) 중


복고를 추구하다 보면 음악이 뻔해질 위험이 있다. 그러나 그녀의 첫 앨범을 다 듣고 나면 신선하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조자 스미스의 탁월한 곡 해석력이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 이유는 복고를 기반으로 깔되, 뻔한 음악이 되지 않고자 고민한 덕분이다. 세 번째는 조자 스미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다. 그녀가 단순히 좋은 보컬일 뿐 아니라, 깊은 사유를 하는 인간이라는 것을 이 앨범이 증명한다. 방향성을 명확하게 잡았다. 낙관이나 열정보다는 아픔에 대한 고뇌, 번민 등의 감정이 이 앨범을 감싸고 있다. 알앤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조자 스미스의 이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맨유팬, 흥이 넘치는 스물여섯 청년. http://blog.naver.com/2hyunpa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