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2루타 세러모니 포즈를 취하고 있는 롯데 외국인타자 번즈

특유의 2루타 세러모니 포즈를 취하고 있는 롯데 외국인타자 번즈 ⓒ 롯데 자이언츠

 
과연 2019시즌에도 앤디 번즈 특유의 '2루타 세레머니'를 볼 수 있을까.  최근 8연패를 당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이 현실적으로 좌절된 롯데(52승 2무 67패)는 사실상 내년시즌을 위한 구상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부진했던 외국인 투수 듀브론트와 일찌감치 결별을 택하고 웨이버공시 처리한 것도 내년 시즌 준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듀브론트와 마찬가지로 다른 외국인 선수인 번즈와 레일리의 입지도 좁아진 것이 사실이다. 특히 외국인 타자 번즈의 경우 그의 재계약 여부가 시즌내내 롯데 팬들의 주요 토론거리 중 하나였을 정도로 재계약에 대한 갑론을박이 심한 상태다.

이유는 번즈가 다른 선수들보다 유독 장·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장점이 뚜렷한 것은 호재지만 단점 역시 도드라진 것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사실상 하나밖에 없는 외국인 타자 슬롯에 단점이 명확한 선수를 쓰는 것은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 선수라면 단점에도 불구하고 계속 기용할 수 있지만 슬롯이 한정적인 외국인 선수로 쓰는 것은 팀 전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번즈가 귀화하여 한국인 선수가 된다면 드래프트 1순위 가치의 선수가 되었을 것이라는 농담도 괜히 나온 평가는 아니다.

번즈의 장점은 역시 센터라인 내야수임에도 불구하고 20홈런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펀치력이다. 올시즌 23개의 홈런을 때려내고 있는 번즈보다 많은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2루수는 kt의 박경수(25개)밖에 없다. 
 
 롯데 번즈의 최근 2시즌 주요 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롯데 번즈의 최근 2시즌 주요 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단순히 홈런만 많은 것이 아니라 갭파워가 뛰어나 2루타 이상의 장타 생산 능력 역시 탁월하다. 2루수 홈런 1위 박경수가 올해 2루타가 18개인 것에 비해 번즈는 현재 31개의 2루타를 기록하고 있다. 장타를 때려내고 2루에 안착한 뒤 셰프의 소금을 뿌리는 동작을 흉내내는 세레모니는 이미 번즈의 전매특허로 자리잡았다.

다만 타격에서의 문제는 번즈의 컨택 능력이다. 올해 번즈는 무려 117개의 삼진을 당하고 있다. 이는 리그 전체 7위에 해당하는 매우 높은 수치다. 타율 역시 0.280으로 정확도도 리그 평균(0.285)에 미치지 못한다. 정교함이 약점인만큼 타격 컨디션의 기복도 심해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리그 최고 수준의 타격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팀 타선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게 타격의 장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에 번즈는 주로 하위타순에 배치되어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보통 외국인 타자들이 중심타선에 배치되어 타격 생산력을 배가시켜 주는 것을 감안해볼 때 이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올 시즌에는 번즈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혔던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현재 번즈는 18개의 실책을 기록하며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실책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리그 역대급 2루수 수비라 칭송받으며 남다른 수비실력과 범위를 뽐내던 번즈였지만 올해는 호수비만큼이나 잔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
 
 리그 최정상급 수비력을 보였던 지난해 번즈

리그 최정상급 수비력을 보였던 지난해 번즈 ⓒ 롯데 자이언츠

 
롯데가 타격에서 명확한 단점을 안고 있는 번즈를 1년 더 신뢰했던 이유는 바로 그가 뛰어난 수비를 가진 2루수라는 점이 크게 작용되었다. 롯데는 얼마전 열린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1라운드에 북일고 2루수 고승민을 지명했을 정도로 믿을만한 2루수 자원이 부족한 상태다.

거기에 롯데는 보통 외국인 타자를 주로 선발하는 포지션인 1루수나 지명타자, 코너 외야수 쪽에는 국내 자원이 비교적 풍부한 상황이다. 1루수와 지명타자 쪽에는 이대호와 채태인, 이병규가 내년 시즌에도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코너 외야수 쪽에는 전준우와 손아섭이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타자를 고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

롯데의 현재 팀 사정상 외국인 타자가 가장 필요한 포지션은 2루수 또는 유격수다. 때문에 번즈를 교체하더라도 센터라인 내야수로 활용 가능한 선수를 영입해야만 한다. 

하지만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데려온다 하더라도 번즈 이상의 선수를 데려오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수준급의 내야수비를 갖추면서 타격까지 잘 하는 자원은 미국에서도 흔치 않다. 

실제로 롯데처럼 키스톤 쪽에 고민을 안고 있는 SK는 로맥을 영입하기 이전에 키스톤 내야수비가 가능한 헥터 고메즈와 대니 워스를 외국인 타자로 영입했으나 모두 실패로 귀결됐다. 롯데가 만약 번즈 이상의 선수를 영입하려고 한다면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하거나 철저한 준비를 해서 선수를 스카우트해야 하지만 이제 새로운 외국인 선수 영입 시에는 총액 100만 달러로 금액 제한 규정까지 생기고 말았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낯선 이방인이었던 번즈는 현재 사직구장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선수 중 하나다. 화끈한 플레이 스타일과 쇼맨십이 열정적인 롯데 팬들의 성향에 딱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롯데 선수단과 잘어울린다는 평을 받는 번즈를 내년에도 사직구장에서 만나볼 수 있을까? 롯데 프런트의 재계약 딜레마를 지우기 위해선 잔여 경기에서 번즈가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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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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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 김정학 기자) 본 기사는 스포츠전문지[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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