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싱어5>의 한 장면

<히든싱어5>의 한 장면ⓒ JTBC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그 장면'을 발견할 수 없었다. 1라운드가 지나고 2라운드도 지났다. 위기라고 볼 만한 상황은 아예 없었다. 분명 '그 장면'이 있으니 기대하라고 예고편에 나와 있었는데 말이다. 무난하게 방송이 끝날 무렵에서야 '속았다' 싶었다. 씁쓸한 마음이 제법 크게 생겼다. 지난 19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히든싱어5> 양희은 편 이야기다.

지난 12일 <히든싱어5> 바다편 방송 이후 보여준 다음주 예고편에는 양희은이 갑자기 무대를 떠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를 확인한 제작진은 화들짝 놀라 "선생님!"이라 외치며 그 뒤를 쫓아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무사히 방송을 마칠 수 있을까?'라는 자막을 달아두었다. 아무리 봐도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던 것처럼 구성된 예고였고, 사실상 원조가수의 탈락을 예견할 수 있을 법한 장면이었다.

원조 가수 탈락처럼 보였던 장면... 제작진의 노림수

 <히든싱어5>의 한 장면

<히든싱어5>의 한 장면ⓒ JTBC


그런데 정작 본방송의 분위기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양희은은 1라운드('아침이슬')에서 0표를 받으며 가뿐히 통과했다. 그 누구의 의심도 받지 않았을 만큼 독보적인 음색이었다. 2라운드('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3라운드('하얀 목련')에서도 각각 2등, 1등을 기록했다. 최종 라운드('슬픔 이젠 안녕')에서는 88표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그만큼 쉬워도 너무 쉬웠다.

무엇보다 예고편에 등장했던 양희은의 무대 이탈은 본방송에서 아예 나오지 않았다. 시청자들을 낚기 위한 <히든싱어5> 제작진의 노림수였던 셈이다. 물론 <히든싱어>를 오랫동안 시청해 왔던 사람들은 예고편의 그 장면이 생각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닐 것이라 짐작했을 것이다. 그동안 <히든싱어>가 '낚시성 예고편'을 통해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 전력이 많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다르다. 본방송의 일부를 편집해 자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방송에는 내보내지도 않을 장면을 보여주면서 엄청난 사건이 발생한 것처럼 꾸몄으니 말이다. 도대체 그 장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작진에게 묻고 싶을 정도다.

충분히 감동적이었던 본방송, 진짜 중요한 것은

 <히든싱어5>의 한 장면

<히든싱어5>의 한 장면ⓒ JTBC


방송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히든싱어5> 양희은 편은 감동의 연속이었다. 물론 워낙 독보적인 음색을 보유한 터라 양희은을 위협할 만한 모창 능력자는 존재하지 않았고, 따라서 원조 가수가 누구인지 추리하고 맞히는 쫄깃쫄깃한 재미는 없었다. 그럼에도 한국 가요계의 역사이자 산증인인 '데뷔 48년차' 양희은의 노래를 육성으로 직접 듣는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게다가 양희은이 들려주는 노래에 대한 사연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노래 가운데 하나인 '아침이슬'이 겪어야 했던 우여곡절과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 그 노래가 자신의 운명이 될 줄 몰랐다는 고백에 객석은 숙연해졌다. 또, 난소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시절에 편지 한 통을 받고 써내려간 노래 '하얀 목련'의 스토리는 듣는 이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히든싱어5>의 한 장면

<히든싱어5>의 한 장면ⓒ JTBC


불필요한 낚시를 하지 않았더라도 충분했을 방송이었다. 본방송 내용 만으로 충분히 레전드 편으로 남을 만 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낚시용' 예고 편이 통하는 걸까. <히든싱어5> 10회 시청률은 7.537%(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전국 기준)로 지난 9회(5.372%)에 비해 급등했다.

물론 이 시청률이 오로지 예고편 때문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어쨌든 작전이 통했으니 제작진은 또 다시 이런 일을 반복할지도 모르겠다. 만약 제작진이 계속 같은 방법을 선택한다면, 이후 시청자들은 아무리 놀라운 <히든싱어5> 예고편을 봐도 별로 기대하지 않게 될 것이다. 부디 제작진이 이제라도 이 사실을 알아 차리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쌓아온 시청자와의 끈끈한 관계를 상실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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