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목격자> 포스터.

영화 <목격자> 포스터. ⓒ NEW


배송차량 진입 금지에 따른 택배대란과 경비실 에어컨 설치 반대 논란, 입주자대표회의 전횡 등 아파트 관련 뉴스들에는 아파트 주민의 이기주의에 대한 비판이 포함 돼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집값 하락을 막는다는 이유로 인근에 특수시설이나 학교가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는 소식도 여론의 주목을 받기도 한다.

'아파트 숲'이라고 불릴 만큼 수많은 아파트들이 세워지고 있고 대표적 주거공간으로 자리매김 됐지만 때로는 따뜻한 인정보다는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의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이웃에 대한 다정다감보다는 무관심과 외면이 일상화 된 것도 원인이 있다.

살인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영화 <목격자>의 한 장면

영화 <목격자>의 한 장면 ⓒ NEW


여기 한 회사원이 있다. 대출을 받아 어렵게 숲이 붙어 있는 '숲세권' 아파트를 장만한 상훈은 아내와 딸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회사 일은 힘들지만 가장으로서 행복을 누리고 있는 중이다. 어느 날 퇴근길에 상훈은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 주민으로부터 비명소리를 들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대충 흘려듣고 넘기려는 찰나, 집안에 들어간 순간 상훈 역시 비명소리를 듣게 된다. 창밖을 통해 보게 되는 아파트 내 도로에서의 살인 현장, 놀란 상훈의 집을 쳐다보는 범인의 눈.

이때부터 상훈은 복잡한 사건에 얽히게 된다.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목격자를 찾기 위해 아파트 주변을 탐문하면서 마땅한 증언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펼친다. 목격한 사실을 증언하고 싶지만 괜한 일에 끼어들기 싫은 마음 한편으로 엄습해 오는 불안과 위협적 상황들이 발생하면서 그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나와 관계없는 일에 끼어들어 불편을 겪기 보다는 한 발짝 떨어져서 있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 <목격자>는 아파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한다. 범인을 잡기 위해 추적하는 형사와 목격자를 확인하기 위해 사건 현장 주변을 떠도는 살인범에 대한 이야기다. 스릴러 성격이 강하게 풍기는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살인사건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은 외형상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으나, 핵심은 다른 데 있다. 바로 아파트에 대한 문제다. 정면으로 다루기보다는 몇 가지 에피소드와 함께 스치듯 짚고 지나가지만, 강렬함도 만만치 않다. 그러다보니 영화가 정작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살인사건보다는 아파트에 대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게 된다.

사람은 많지만 외딴 숲과도 다름없는 아파트 숲은 몰인정과 이기주의가 만연한 곳일 뿐이다. 이웃의 아픔에 대한 위로나 걱정은 집값 이기주의 앞에 가로 막힌다. 보듬고 안아줘야 할 사람에게 매정한 것도 인색하기만 한 것이 영화 속 아파트의 풍경이다. 다양한 뉴스로 전해지고 있는 아파트의 문제의 한 단면을 영화를 통해 영리하게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에 대한 우화

 영화 <목격자>의 한 장면

영화 <목격자>의 한 장면 ⓒ NEW


영화 <목격자>는 한국사회 아파트에 대한 우화다.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라고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수많은 사람이 살지만 사람이 죽어가도 나 몰라라 외면하고 입 닫은 채 집값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아파트의 현실을 비판한다. 음험하게 느껴지는 울창한 숲만큼이나 사람이 모여 있는 콘크리트 숲은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스릴러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살인사건만큼이나 무서운 기운이 아파트에서 전달되기도 한다.

주민들 간의 묵시적인 담합이 만들어 낸 것은 상생이나 공생보다는 이기주의를 강화시키는 것 뿐이다. 이를 주도하는 사람들은 더 주민들이 그 이기주의에 동참하길 원하고 그것이 재산권을 지키고 아파트의 가치가 오르는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영화는 과연 그 태도가 올바른 모습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되묻는다. 공동체성이 상실되고 있는 사회에서 이기주의 첨병에 서 있는 아파트 주민들에 대한 우려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영화 제목인 '목격자'는 살인사건 목격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기서 '목격자'는 바로 영화를 본 관객들이기도 하다. 공존보다는 독존을 지향하는 세태의 모습을 목격한 사람들에게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할 것이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식물들과 동물들이 주로 존재하는 곳과는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목격자>는 배우들의 열연도 뛰어났지만, 무엇보다 영화가 담고 있는 사회적 메시지가 마음을 울리는 작품이다. 문제의 핵심을 주변부에 놓고 영화가 전개되는 가운데 틈틈이 한 번씩 강조하는 연출력도 인상적이다. 제작비 70억 원대 스릴러 영화가 개봉 다음날부터 대작들을 물리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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