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월드컵 소감 밝히는 신태용 감독 러시아월드컵에서 세계 1위 독일팀을 2대 0으로 이겼으나, 16강 진출에는 실패한 축구대표팀이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해단식을 가졌다. 신태용 감독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 러시아월드컵 소감 밝히는 신태용 감독 러시아월드컵에서 세계 1위 독일팀을 2대 0으로 이겼으나, 16강 진출에는 실패한 축구대표팀이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해단식을 가졌다. 신태용 감독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 권우성


파울루 벤투 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이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의 새로운 선장으로 영입됐다. 이로서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던 신태용 전 감독은 자연스럽게 과거의 역사가 됐다. 지난 1년간 우여곡절 끝에 한국 축구를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으로 이끌었고 사상 최초로 월드컵에서 독일을 격파하는 업적을 남기기도 했던 신감독은 그렇게 마지막 작별인사도 남기지 못한 채 쓸쓸하게 퇴장했다.

신태용호에 대한 평가 유보한 축협, 그 의미는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월드컵 이후 신태용호에 대한 공식적인 평가를 유보해왔다. 심지어 김판곤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장은 신태용 감독을 여전히 차기 감독 후보로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감독 교체를 검토한다면 전임 감독의 공과에 대한 평가가 먼저 선행되어야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러시아 월드컵에 대한 평가가 채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기존 감독을 다른 후보들과 동일선상에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신태용 감독과 축구협회 양쪽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수년간 위기때마다 각급 대표팀의 구원투수로 헌신했지만 객관적인 평가를 받지 못한 채 축구협회의 결정만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대표팀을 이끌면서 느낀 소감이나 자신의 축구철학을 소명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의 실패와 의리 축구 논란 등으로 사임한 홍명보 전무도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대표팀 운영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 주어졌다. 신태용 감독의 사례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또한 신감독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차기 대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되면서 일부 축구 팬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축구협회와 김판곤 위원장의 행태를 보면 과연 신감독을 얼마나 진지하게 차기 감독 후보로 여겼는지 의문이 든다.

김판곤 위원장은 처음부터 차기 감독에 대한 높은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외국인 감독 영입에 무게가 기운 모습이 역력했다. 축구계 사정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신감독이 유임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러면서도 신태용 감독의 거취에 대해서는 벤투 감독이 최종적으로 선임될 때까지 사실상 무관심으로 방치했다. 이는 한국 축구를 위해 희생한 지도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신태용 감독은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서 지난 4년간 한국 축구를 위해 헌신했던 지도자다. 슈틸리케호의 코치로서 2015년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 코치와 감독으로 동아시안컵 2회 우승, 감독으로 2016 리우 올림픽 8강, 2017 FIFA U-20 월드컵 16강,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 및 독일전 승리 등이 신감독의 대표적인 업적이다.

구원투수, 소방수로 투입돼 제 몫 다했던 신태용

[월드컵] 작전지시하는 신태용 (카잔=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한국 신태용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월드컵] 작전지시하는 신태용 (카잔=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한국 신태용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4년간 한국 축구가 나설 수 있는 거의 모든 국제대회에 신태용 감독이 있었다. 비록 '대박'이라고 부를 만한 성공은 없지만 하나같이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던 팀을 급하게 이어받아 수렁에서 건져내는 '소방수'로서는 충분히 제 몫을 다했다.

신감독은 그동안 중요한 국제 대회를 6개월에서 1년여 남긴 급박한 시점에서 전임 감독의 부진이나 유고 상황으로 공백이 된 대표팀을 물려받아야 했다. 심지어 A 대표팀 데뷔전이었던 월드컵 최종 예선은 한국 축구의 9회 연속 본선진출이 걸려있는 벼랑끝 승부였다. 만일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신감독이 모든 책임을 독박으로 뒤집어 쓸 수도 있었지만 그는 기꺼이 어려운 '흙길'을 헤쳐나가는 길을 선택했다.

물론 신감독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대표팀 감독으로서 부족한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월드컵이 끝났다고 해서 그간의 노고와 희생에 대한 최소한의 박수도 없이, 그저 실패한 감독으로만 치부되는 듯한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과거 차범근이나 허정무, 최강희, 홍명보 같은 지도자들이 그러했듯이 한국 축구는 이번에도 월드컵을 치르면서 또 한명의 가능성있던 국내 지도자의 커리어에 흠집만 남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축구협회가 신태용 감독을 '용도폐기' 하는 모양새가 찜찜한 이유는, 바로 신태용 감독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협회가 스스로의 의무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월드컵이 실패한 대회이고 감독 교체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신태용 감독만의 책임이 아니라 지난 4년간 한국축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지 못한 축구협회의 실패이기도 하다.

외국인 감독의 영입이라는 대형 이슈로 신태용호와 러시아 월드컵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그대로 묻혀버리는 듯한 현실은, 바로 축구협회 수뇌부가 지난 월드컵의 실패에 대하여 자기반성이나 책임지는 일이 없이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직무유기와 다르지 않다. 반성 없는 역사는 필연적으로 되풀이 되기 마련이다. 혹시 앞으로 한국축구에 다시 위기가 찾아온다고 해도, 이런 축구협회와 대표팀을 위해 어떤 지도자가 비난과 부담감을 감수하며 헌신하려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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