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 22> 영화 포스터

▲ <마일 22> 영화 포스터 ⓒ 유니콘미디어(주)


전 세계 6개 도시를 공격할 분량의 핵미사일을 만들 수 있는 세슘이 분실된다. 동남아시아 인도카르 시티의 경찰 리(이코 우웨이스 분)는 세슘을 되찾을 정보 제공을 대가로 미국 망명을 요구한다. 미국 정부는 미국 대사관부터 22마일 떨어진 공항까지 그를 안전하게 이송하는 작전을 외교, 군사의 사각지대에서 활약하는 비밀 조직 '오버워치'에게 맡긴다.

실바(마크 월버그 분), 앨리스(로렌 코핸 분), 샘(론다 로우지 분) 등 오버워치는 원격 지원 전술팀 수장 비숍(존 말코비치 분)의 도움을 받아 리를 노리는 적들의 공격을 막으며 목숨을 건 이송 작전을 수행한다. 도착지에 가까워지며 베일에 싸인 적의 정체는 드러나고 오버워치는 또 다른 위기를 맞는다.

<마일 22>는 피터 버그 감독과 주연 배우 마크 월버그가 <론 서바이버><딥워터 호라이즌><패트리어트 데이>에 이어 4번째로 손을 잡은 프로젝트다. 두 사람은 이전 작품에서 실화를 기반으로 하여 미국의 영웅주의와 가족주의를 보여준 바 있다. <마일 22>에서 둘은 허구의 영역에서 선악의 경계에 위치한 반영웅을 앞세운 액션 스릴러를 표방하며 변화를 모색한다. 물론 뜨거운 애국심은 변함이 없다.

피터 버그 감독은 "<론 서바이버><딥워터 호라이즌><패트리어트 데이> 등 실화를 바탕으로 한 논픽션 영화에 이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액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며 연출 의도를 밝힌다. 정해진 시간 동안 타깃을 옮기고, 그 과정에서 다수 암살자의 공격을 받는다는 <마일 22>의 설정은 <식스틴 블럭>(2006)과 <레이드: 첫 번째 습격>(2011), 더욱 거슬러 올라가면 <건틀릿>(1977)의 영향을 받은 걸로 짐작된다.

총격과 무술로 펼치는 액션, 드론과 항공 뷰로 담았다

<마일 22> 영화의 한 장면

▲ <마일 22> 영화의 한 장면 ⓒ 유니콘미디어(주)


<마일 22>는 액션 스릴러답게 액션 장면 연출에 정성을 쏟았다. 피터 버그 감독은 "세트장의 블루스크린을 최소화하는 데 신경 썼다"고 말하며 실제 액션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이야기한다. 실바로 분한 마크 월버그는 "무술과 무기 등을 활용한 다양한 액션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고 설명한다.

<레이드> 시리즈를 통해 맨몸 액션 연기를 보여준 이코 우웨이스는 <마일 22>에 할리우드에서 볼 수 없던 사실감 넘치는 액션을 더했다. 두 명의 암살자와 리가 좁은 공간에서 벌이는 싸움은 영화 속 액션 장면의 백미다. 속옷 차림으로 수갑을 찬 채로 병원 침대에 매달려 싸우는 이코 우웨이스에게 피터 버그 감독은 "이코 우웨이스는 제가 <마일 22>를 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이자 시작점"이라고 애정을 표시했다.

이코 우웨이스가 몸의 액션을 보여준다면 마크 월버그는 총의 액션을 펼친다. 미국의 애틀란타와 조지아, 콜롬비아의 보고타에서 촬영된 <마일 22>는 도심 속 카체이싱, 건물 안에서 벌어지는 총격전, 폭발 장면 등 액션 시퀀스를 쉴 새 없이 보여준다. 자크 조프렛 촬영감독은 핸드헬드 스타일로 촬영하여 액션을 가까이에서 느끼도록 찍었다. 오버워치를 원격으로 지원하는 전술팀이 미션을 수행하는 장면에선 항공 뷰, CCTV, 드론 등을 활용하여 다양한 시점을 추가했다.

액션 장면은 <나쁜 녀석들>과 <트랜스포머>의 마이클 베이를 연상케 하는 빠르고 분할된 편집으로 짜였다. 그러나 분절 효과에 지나치게 치중한 탓에 혼란스러움이 크다. 후반부 건물 안에서 벌어지는 액션 시퀀스는 피아 식별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마크 월버그와 이코 우웨이스의 액션 스타일도 완전히 달라 영화의 톤 역시 갈팡질팡한다.

총알, 피, 폭발 등 액션이 비디오게임 같은 쾌감 주긴 하지만...

<마일 22> 영화의 한 장면

▲ <마일 22> 영화의 한 장면 ⓒ 유니콘미디어(주)


<마일 22>는 여타 액션 영화에 비해 이야기가 제법 무겁다. 비숍이 자리한 원격 지원 전술팀의 컴퓨터 위엔 미국 역대 대통령의 피규어들이 놓여있다. 배후를 암시하는 설정이다. "정치인은 국민을 흔든다"란 대사나 '선거 해킹'을 운운하는 장면엔 미국 정부를 향한 냉소적인 조롱이 담겼다. "존재하지만 존재를 모른다", "전쟁이 전장 밖으로 확산됐다", "거대한 게임이 계속된다"는 9·11 이후 미국을 은유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런 대사들이 서사와 인물로 스며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카리오>에 어울릴 법한 실바의 대사는 그저 액션 장면에 양념으로 처진 느낌이다. 실바와 리가 비슷하면서 다르다는 내면의 묘사는 공염불에 그친다. 러시아를 끌어들인 부분은 억지로 욱여넣은 수준이다.

임무 수행으로 가정에 소홀하다가 이혼 위기를 앞둔 앨리스의 서브플롯도 왜 나오는 건가 의문이다. 작전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요원들에게서 비장함이 보이질 않는다. 도심에서 벌어지는 살육전도 영화가 보여주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 이야기와 액션 전부 '톤 앤 매너'가 다소 일정하질 않다.

<마일 22> 영화의 한 장면

▲ <마일 22> 영화의 한 장면 ⓒ 유니콘미디어(주)


무엇보다 <마일 22>는 주제가 희미하다. 미국과 국제 정세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공허하게 울린다. 좋은 배우들을 모아 놓고 제대로 쓰질 못햇다. 총알, 피, 폭발로 점철된 액션만이 비디오게임 같은 쾌감을 전달할 따름이다. <8인: 최후의 결사단>처럼 역사와 무협을 놓친 실패 사례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마일 22>는 <본>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존 윅> 시리즈가 되고 싶은 야심(<마일 22>는 북미 개봉 이전에 이미 속편을 준비 중이란 소식이다)을 불태우나 작품성, 상업성, 독창성에서 비교 불가다. 피터 버그와 마크 월버그의 협업은 이번에는 실패에 가까운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론 서바이버><딥워터 호라이즌><패트리어트 데이>를 떠올리면 5번째 공동 작업이 궁금하긴 하다.

피터 버그 마크 월버그 로렌 코핸 존 말코비치 이코 우웨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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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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