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치>는 갑자기 사라진 딸을 찾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실종 스릴러'라는 장르는 새로울 게 없지만 사라진 딸의 흔적을 쫓는 방식이 신선하다. 그는 밖에 나가 경찰에 신고하거나 딸의 친구를 직접 만나지 않는다. 대신 딸이 남긴 온라인상의 흔적을 추적하면서 실마리를 얻는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가 컴퓨터 앞에 앉아서 바라보는 사각의 바탕화면은 그대로 스크린이 된다. 2시간 내내 피시(PC) 화면 안에서만 모든 일이 일어나고 해결되는 독특한 영화다. 등장인물은 PC 프레임 밖으로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는다.

전통적인 방식에 기대지 않고도 스릴러를 보여주다

 <서치> 스틸 컷.

<서치> 스틸 컷. ⓒ 소니픽쳐스


전통적인 스릴러물이라면, 관객이 으레 기대하는 장면이 있다. 추적 신, 격투 신 등이 그것이다. 특히 어떤 영화든 한 프레임 안에서 2명의 배우가 마주보고 대화하는 신은 꼭 나오게 마련인데, 이 영화는 추적 신과 격투 신은 물론 그 흔한 대화 신조차 나오지 않는다.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극장을 찾은 관객이라면, 바탕화면 밖 세상을 보여주는 장면을 기다리다가 끝내 나오지 않는 경험을 할 것이다.

이렇게 전통적인 촬영방식을 따르지 않는 영화이기에 주연배우인 존 조는 처음에 출연을 고사했다고 한다. 유튜브 동영상 같은 영화는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고. 하지만 존 조는 결국 출연을 수락했고, 제작까지 참여했다. 전통적인 영화 제작방식과 영화의 고유한 형식을 파괴하는 실험적인 면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서치>는 전통적인 방식에 기대지 않고도 스릴러의 관습(Convention)을 무난하게 완성한다. 아빠 데이빗은 딸이 남긴 온라인상의 흔적들을 단서로 삼아 딸의 소재를 추적해 나간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이용하는 SNS, 메신저, 화상 통화, 인터넷 1인 방송, 구글 지도 등이 주요 실마리가 되기에 그만큼 친숙하고 기발하다. 친구나 지인의 페이스북에 들어가 페북 친구를 보기도 하고,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계정에 새 번호를 설정해 재접속하는 등 전혀 영화적이지 않은 경험이라 여겼던 것들이 영화적으로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다만 엎치락 뒤치락하는 크고 작은 반전, 곳곳에 숨겨진 정보들, 이 과정에서 주어지는 서스펜스 등 스토리 자체는 여느 스릴러와 비교할 때 그렇게 새로운 요소가 있진 않은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고 허술하다거나 몰입감이 떨어지진 않는다.

온라인 세상에 관한 통찰력 보여주는 영화

배우의 감정선을 표현하는 방식은 새로웠다. 아빠 데이빗이 홈 비디오나 가족 사진을 클릭해서 보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이것을 통해 그가 아내를 그리워하며 엄마 없는 사춘기 딸을 각별히 애틋해한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메신저에서 썼다가 지운 뒤 끝내 보내지 못한 문장이 등장하는 모습도 관객에게 공감을 줄 법하다. 또 주인공 가족이 편부 가정으로 설정되면서 꼭 딸을 찾고자 하는 아빠의 간절하고 절박한 심정이 가족애로 따뜻하게 표현된 것도 강점이다.    

이 영화는 오프라인과 다른 온라인 세상에 대한 관찰과 통찰력도 보여준다. 딸이 실종되자 온라인상에선 아빠 데이빗을 용의자로 지목하거나 비난하는 댓글이 난무한다. 제3자를 동의없이 무단 촬영해 온라인에 유포, 마녀사냥하는 현실은 우리와 미국이 다르지 않다는 것도 보여준다. 개인정보가 온라인에서 추적되고 수집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현대사회의 악몽도 드러낸다.
         
 <서치> 스틸 컷.

<서치> 스틸 컷. ⓒ 소니픽쳐스


<서치>는 한국계 미국인이 주연배우로 캐스팅되면서 자연스럽게 딸, 아내, 동생 등의 가족 역할도 한국계 배우가 섭외됐다. 그간 아시아계 배우들이 한 영화에 여럿이 나오는 경우는 별로 없었기에, 영화를 찍어내는 공장이라 불리는 할리우드에서도 흔한 작품은 아니다. 저예산에 20대 감독의 데뷔작이지만 실험적인 형식도 돋보인다. 올해 초 열린 선댄스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돼 관객상을 받았고, 지난 5월 열린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다만 영화의 형식에 있어선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상영시간 내내 PC 화면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볼거리 요소가 한정돼 있다. 화상 카메라라는 설정으로 인해 앵글 변화가 거의 없고, 클로즈업이 주로 나오면서 전통적인 영화에서처럼 숏 사이즈를 다양하게 변주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단조롭고 답답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영화가 채택한 파격적인 형식에 비하면 스토리는 평이하고 소품 축에 든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12세 이상 관람가. 29일 개봉.

 <서치> 포스터.

<서치> 포스터. ⓒ 소니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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