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영 JTBC '히든싱어5'에 출연한 홍진영.

▲ 홍진영 JTBC '히든싱어5'에 출연한 홍진영. ⓒ JTBC


"트로트를 좀 더 폭넓은 연령층이 즐기는, 어린 친구들에게도 친숙한 장르로 바꾸고 싶었다. 예전에는 어른들만의 노래라는 거부감이 있었다면, 지금은 '나도 트로트 가수가 되고 싶어요' 하는 쪽지를 어리고 젊은 층에서도 많이 받는 등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

젊은 트로트 가수의 대표주자 홍진영은 지난 2월 7일 디지털 싱글 '잘가라' 발매 쇼케이스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어머나'의 장윤정과 '곤드레만드레'의 박현빈이 젊은 트로트가수의 문을 연 1세대라면 홍진영은 그 바통을 이어받은 2세대 트로트 가수라고 할 수 있다. 그의 히트곡 '사랑의 배터리'는 '어머나'와 '곤드레만드레'가 그랬던 것처럼 트로트라는 장르를 넘어 국민가요로 자리매김했고, 이로써 트로트는 나이 많은 어른들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더 강하게 부쉈다.

2007년, 슈퍼주니어의 유닛 트로트 그룹 '슈퍼주니어 T'(이특, 희철, 강인, 신동, 성민, 은혁)는 '로꾸거!!!'로 아이돌스럽지 않은 트로트풍 노래를 선보였다. '아이돌스럽지 않다'는 기준이란 게 정해져 있진 않지만 이들의 활동은 젊어도 아이돌이어도 트로트를 할 수 있다는 것, 나아가 트로트는 어떤 연령층이라도 즐길 수 있는 장르라는 걸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작년 1월 해체한 아이돌그룹 엠아이비(M.I.B)의 보컬이었던 강남은 트로트 가수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오는 30일 개최하는 '소리바다 어워즈'에서 그는 트로트 라이징 스타에게 주어지는 '신한류 트로트 루키상' 수상을 확정하기도 했다. 강남은 태진아와 컬래버레이션 곡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두 사람이 '전통시장'을 함께 부르며 강남은 트로트계에 입문했고 이후 '사람팔자', '장지기장', '댁이나 잘하세요' 등 트로트곡들을 선보여왔다.

젊은 가수들이 부르는 트로트는 그럼 태진아, 송대관, 나훈아 등으로 대표되는 선배 가수들의 곡들과 어떻게 다를까. 노래마다 다르겠지만 '쿨함'이 대표적 특징이다. 홍진영의 '잘가라'의 예를 들어보자. "이까짓 거 사랑 몇 번은 더 할 테니" 잘가라며 쿨하게 작별을 고하는 가사가 인상 깊다. 사랑의 슬픔에 대한 애달픈 정서가 대부분이었던 선배들의 트로트에 비해 자유로워진 듯하다.

홍진영의 '잘가라'를 작사한 김이나는 앨범의 발매 쇼케이스에 참석해 트로트란 장르에 대한 오랜 열망을 밝히기도 했다. 김이나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은 사랑을 받는 장르가 트로트라서 늘 작사에 욕심나지만 진입장벽이 높다. 트로트의 경우는 지금까지 해오신 선생님들께서 쭉 해오는 편이라 가요하는 사람들에겐 마치 미지의 세계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트로트 작사에 대한 열정이 있어서 작사를 해 먼저 의뢰를 한 적도 수차례지만 많이 거절당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계속 트로트 진입을 희망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트로트의 본질에 바탕을 두고 설명했다. "모든 사람들에겐 '뽕끼'를 갈구하는 본능 같은 게 있어서 가요를 만드는 사람들도 늘 하는 말이 뽕끼가 향수처럼 (소량) 들어가야만 한다는 것"이라는 요지였다.

강남 강남은 트로트계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 강남 강남은 트로트계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 2018 SOBA


사람들의 기본적인 정서를 건드는 트로트의 매력에 빠져 트로트계에 문을 두드리는 젊은 가수들이 늘고 있다. 늘고 있다는 표현이 부족할 만큼 예전에 비한다면 '쏟아지고' 있는 것. 금잔디, 신유, 조정민, 설하윤, 서인아, 진달래, 금단비, 윤수현, 한여름, 김가현, 이윤미, 전민경, 박서진, 류원정, 배아현, 진해성, 차은성, 한가빈, 임수빈, 황선아, 장민호 등 모두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젊은 트로트 가수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좋은 쪽만 있는 게 아니다. 얼마 전 JTBC 예능 프로그램 <히든싱어5>에 출연한 홍진영은 파란만장했던 가수 도전기를 털어놨다. 그는 가수의 꿈을 안고 스무 살 때 서울로 올라와 클럽 진, 핑크 스파이시, 스완이라는 걸그룹으로 데뷔하려 했지만 세 번의 실패를 겪었고, 실패 끝에 트로트 가수로 전향했다. 실패 후에 결정한 장르였지만 트로트는 그를 '여왕' 자리에 앉혀놓으며 짜릿한 반전을 선물했다. 그 후 "(트로트로 전향해) 돈 따라간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주변 시선 때문에 마음고생은 심했지만 이 또한 좋은 방향으로 극복했다. 홍진영은 "그때의 시선 때문에 트로트 가수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좀 더 넓혀봐야겠다는 포부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젊은 트로트 가수 중에 트로트를 향한 순수한 열정이 아닌 다른 이유로 발을 디딘 가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갈수록 트로트의 핵심이 '흥'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홍진영이나 강남, 슈퍼주니어T 멤버들을 떠올려도 그렇고 홍진영과 '따르릉'을 듀엣하여 큰 인기를 끈 개그맨 김영철을 떠올려봐도 트로트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흥의 힘은 중요해 보인다.

더불어 트로트 가수가 젊은 리스너들을 매혹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정해진 답은 없겠지만 홍진영에게 '사랑의 배터리'가 오래도록 사랑받은 비결을 묻는 질문에 답한 것을 힌트로 삼을 수도 있겠다. 홍진영은 "이 노래로 활동을 길게 한 게 가장 큰 이유고, 또한 젊은 층이 듣게 좋게 EDM 버전으로 편곡해 들려드리는 등 질리지 않게 바꿔서 꾸준히 들려드리고자 했다"고 답했다.

이런 젊은 트로트가수들 덕분에 트로트라는 장르가 더이상은 철옹성 안에 있지 않다. 더 매력적이고 신선한 트로트 곡들은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거라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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