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포스터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포스터 ⓒ (주)디오시네마


1990년대 후반 개봉한 일본 영화 가운데 관객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영화가 꽤 많다. 물론 지금도 한국 관객의 정서와 잘 맞지 않는 일본 영화들은 수입되지 않는다. 일본 영화가 가장 많이 소개되는 곳은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일 것이다. 지난 7월 12일부터 22일까지 10일간 진행되었던 제22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도 많은 일본 영화가 소개되었다. 그중에서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관객들에게 꽤 좋은 반응을 받았다. 이 영화가 오는 23일 정식 개봉을 앞두고 시사회를 열었다.

1997년에 만들어진 일본 영화 중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라는 영화가 있다. 라디오 생방송 드라마를 갑자기 맡아 진행하게 된 작가가 배우들과의 의견 충돌로 인해 파행을 맞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리는 영화였다. 예측하지 못한 상황으로 인한 슬랩스틱, 온갖 갑질의 향연, 어떻게든 촬영을 이어가려는 스태프들의 노고가 담겨 있다. 방송되는 프로그램이나 영화에는 그런 노고들이 모두 편집되고 완성된 작품만 남는다. 하지만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라면 어떤 상황이든 발생할 수 있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방송 전에 리허설을 여러 번 하고 방송 기기들도 여러 번 점검한다. 하지만 그렇게 확인을 거치더라도 특수한 상황은 늘 발생한다. 그때 발휘되는 스태프의 임기응변은 곧 방송의 완성도와 직결된다. 그들은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쓴다.

괴상한 좀비 영화를 보고 나서 이어지는 유쾌한 뒷이야기

 22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무대 인사 중

22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무대 인사 중 ⓒ (주)디오시네마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도 예측 불가능한 생방송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스태프와 배우들을 코믹하게 잘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초반 30분 정도를 완성된 좀비 영화를 보여주는 데 할애한다. 원 테이크(one take)로 한 번에 촬영된 영화인데 쉴새없이 이어지는 상황들에 관객들은 어리둥절하게 된다. 그 30분의 괴상한 좀비 영화가 끝난 이후 본격적인 영화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 속에서 만들고자 하는 생방송 영화의 완성본을 맨 앞에 배치해 관객들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뒷부분에 그 이면에 숨겨진 상황들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영화는 히구라시 타카유키 감독(하마츠 다카유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에게 한 방송사 간부가 접근해 원테이크 생방송 좀비 영화를 찍을 것을 제안한다. 그는 딸인 마오(마오) 가 좋아하는 남자 배우 카미야 카즈유키(나가야 가즈아키) 때문에 덥석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 영화 속 히구라시와 딸 마오의 관계도 썩 좋지 못하다. 아버지인 히구라시는 영화의 전반에 딸과 멀어진 것에 대한 서운한 마음과 과거 어린 딸과의 추억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있다. 히구라시는 방송 시스템에서 단편 재연 영상 등을 주로 찍던 감독이었고, 크게 인기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리고 늘 상대방의 의견을 맞춰 콘셉트나 스크립트를 수정하고, 자신이 항상 먼저 사과하는 타입이다. 영화 속 톱스타로 등장하는 카미야와 마츠모토 아이카(아키야마 유즈키)는 카메라가 꺼진 상태에서는 감독에게 이런저런 요구를 하는 등 갑질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카메라 뒤에서 히구라시는 그저 사람 좋은 척 모든 걸 맞춰준다.

후반부 좀비 생방송 드라마 촬영...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였다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 ⓒ (주)디오시네마


영화의 후반부 원테이크 좀비 생방송 드라마를 찍을 때부터 영화는 관객의 배꼽을 빼버릴 듯 폭소를 유발한다. 무리한 생방송이 진행되는 가운데, 어떤 배우는 배탈이 나고 어떤 배우는 사고를 당해 촬영장에 나오지 못한다. 그리고 어떤 배우는 술에 취해 연기를 할 수 없다. 그때 대역 배우로 등장하는 히구라시의 아내 히구라시 하루미(슈하마 하루미)는 그야말로 이 영화의 웃음 제조기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뽕!' 소리만 나면 깔깔대며 웃음을 짓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 의성어 하나 만으로도 영화의 분위기를 다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 영화의 시작과 끝이 매끄럽게 연결된다고는 하기는 어렵다. 관객은 시작부터 등장하는 괴상한 좀비 영화를 볼 때 당황스러운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시사회 진행 전에 배급사 관계자는 "30분만 참고 보시면 그 이후에는 기대하시는 장면을 볼 수 있다"고 미리 귀띔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야 관계자의 말이 이해가 간다.

무엇보다 스태프의 노고를 보여주는 작품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중에서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중에서 ⓒ (주)디오시네마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카메라 뒤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의 노력이 보인다.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갈 때 실제로 롱테이크로 찍는 제작과정이 간략하게 나온다. 영화 만큼은 아니지만 스태프들은 최대한 극이 연결되도록 뒤에서 뛰고 구른다. 그렇게 한 번에 찍은 영상이 바로 영화의 앞부분에 그대로 배치되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영화는 방송사 혹은 제작사가 원하는 콘셉트를 찍어 누르는 감독과 회사 또는 배우 간의 상하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극 중 감독인 히구라시는 유명하지 않은 감독이기 때문에 회사와 배우에 끌려다니며 갑질을 당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겼다. 하지만 생방송 영화를 찍으면서 그 관계는 잠시 전복되는데 그때는 누구라도 통쾌함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가족인 딸에게도 외면받던 아버지 히구라시가 딸의 도움으로 영화를 완성하는 장면은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기도 한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 인터뷰에 따르면, 영화의 앞부분인 좀비 영화 30분 정도를 6개의 테이크로 찍었다고 한다. 한 여름 더위를 웃으며 보내고 싶은 관객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중에서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중에서 ⓒ (주)디오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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