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토요드라마 <이별이 떠났다>에서 정효 역을 맡은 배우 조보아.

MBC 토요드라마 <이별이 떠났다>에서 정효 역을 맡은 배우 조보아.ⓒ 싸이더스HQ


유난히도 뜨거웠던 올여름. 배우 조보아의 여름 역시 뜨거웠다. 아이를 임신한 MBC <이별이 떠났다>의 21살 정효와, 백종원 대표의 날카로운 지적에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며 사장들의 눈치를 살피는 SBS <골목식당>의 MC. 진지함과 발랄함을 오가는 동안 연기도, 예능감도 모두 한 뼘씩 성장한 조보아를 지난 14일 <이별이 떠났다> 종영 인터뷰에서 만났다.

- <이별이 떠났다>가 종영한 지 꼭 열흘이 됐다. 이후 어떻게 보냈나.
"정효를 정리하는 시간을 보냈다. 아직 드라마 종영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어 그런지 완전히 정효를 떠나보내진 못한 것 같다."

- '조보아' 하면 새침하고 도도한 이미지가 대표적이었다. <사랑의 온도>의 지홍아 같은. 그동안 연기해왔던 캐릭터와 다른 역할이라 힘들진 않았나.
"지금까지 해온 캐릭터와는 색깔부터 달랐던 것 같다. 무게 있고 진지하고... 초반부터 입덧하고 아프고, 막판엔 임신중독증까지 가는 설정이라 분장도 아파 보이게 했다. 계속 이런 설정으로 연기하다 보니 실제로 컨디션도 많이 처지더라.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대본에 설명이 잘 되어 있어서 전후 상황을 찾아보면서 감정을 만들어냈던 것 같다. 채시라 선배님이 대본을 열심히 보시고 지문 하나하나 의미를 담아 해석하고 표현하시는 걸 보고, 나도 대본을 더 꼼꼼하게 살펴봤던 것 같다."

하나도 당연하지 않은 엄마의 사랑

 MBC 토요드라마 <이별이 떠났다>에서 정효 역을 맡은 배우 조보아.

MBC 토요드라마 <이별이 떠났다>에서 정효 역을 맡은 배우 조보아.ⓒ 싸이더스HQ


- <이별이 떠났다>는 엄마와 모성을 마냥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그리는 대신, 여자가 엄마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얼마나 많은 것들을 견뎌야 하는지를 이야기했다. 정효를 연기하면서, 엄마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도 들었을 것 같다.
"맞다. 엄마의 사랑을 늘 감사하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론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뭐가 감사한 지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간접 경험이지만 정효가 엄마가 되기 위해 여러 고통을 겪어내는 모습을 연기하면서, 엄마의 사랑에 한결 더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 정효는 어린 나이에 임신했고, 남자친구 민수(이준영 분)도 출산을 원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유산 대신 출산을 택한 정효의 선택이 무모해 보이기도 했다.
"내가 정효라면 어떤 생각을 택했을지 생각한 적이 있다. 여전히 답은 모르겠고, 의문만 남는데, 출산을 택한 정효의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은 들더라. 나도 지금 미혼인지라, 정효의 선택이 무모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정효에게는 내겐 없는 모성애가 있었지 않나. 만약 내가 임신을 했거나, 아이를 낳았다면 다른 답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정효는 내가 모르는 감정을 아는 아이였기 때문에 출산을 택했을 거라 생각한다."

- 기성세대인 영희(채시라 분)는 현대적인 관점의 모성과 여성관을 가지고 있고, 젊은 세대인 정효는 보수적인 개념의 모성애를 가지고 있었다.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영희는 현실을 알고, 아직 어린 정효는 주입된 모성애를 가지고 있다는 설정이 <이별이 떠났다>의 신선함이었던 것 같다.
"맞다. 정효와 영희는 이제 막 엄마가 된 꼬마 엄마와, 자식을 다 키워낸 기성세대 엄마이기도 했다. 주제 자체가 무거워서 남녀노소 많은 분들이 즐길 수 있는 드라마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불륜이나 미혼모라는 자극적인 소재들을 정말 현실감 있게 다뤘다고 생각한다. 엄마와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시청층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지만, 한 번 보신 분들은 끝까지 놓지 않고 봐주셨던 것 같다. 제작진이나 출연 배우로서는 이 부분에 대한 뿌듯함도 크다."

- 사실 그래서 모두가 행복해진 결말이 조금 아쉽기도 했다. 내내 진보된 개념의 모성과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다, 결말은 흔한 가부장제에 맞춘 해피엔딩에 그친 것 같달까? 적어도 정효는 민수와 결혼하지 않기를 바랐다.
"시놉시스까지만 봤을 땐, 정효가 민수를 아이의 아빠로만 받아들이는 결말도 기대했다. 하지만 정효가 아이를 낳을지 말지에 대한 고민부터 출산에까지 달려오는 동안, 민수도 많이 성장했고 책임감도 보여줬지 않나. 나는 이 드라마를 '정효의 엄마 입성기'로 보았고, 결국 모두가 행복해진 이야기이기 때문에 괜찮은 마무리였다고 생각한다."

영희와 정효의 워맨스, 자제하자 이야기한 이유

 MBC 토요드라마 <이별이 떠났다>에서 정효 역을 맡은 배우 조보아.

MBC 토요드라마 <이별이 떠났다>에서 정효 역을 맡은 배우 조보아.ⓒ 싸이더스HQ


- 고부 관계인 영희와 정효가, 기존 드라마 속 고부 관계처럼 반목과 갈등을 하는 게 아니라, 연대해 함께 서로의 상처를 극복한다는 이야기도 좋았다.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영화든 드라마든, 여성이 주체가 되어 극을 끌고 가는 작품이 많지 않다. 그 속에서 <이별이 떠났다>는 엄마들의 이야기로 꽉 채워진 작품이라 더 매력적이었다. '워맨스(여성들의 로맨스, 브로맨스의 여성 버전)'라고 이야기도 해주시는데, 재미있었던 건, 채시라 선배님하고 서로 감정을 나누다 포옹하는 장면이 있었다. 엄마랑 딸의 느낌이어야 하는데, 텐션이 지나쳐서 사랑의 느낌이 나는 거다. 선배님과 자제하자고 이야기하고 그랬다. 실제로 현장에서도 채시라 선배님을 너무 졸졸 따라다니고 의지했는데, 때론 과하게 표현되는 것 같아서 적당한 선을 유지하느라 애썼다. (웃음)"

- '드라마 레전드'라 불리는 채시라와 한 작품에서 만난 소감도 듣고 싶다. '아 이래서 채시라구나'라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나.
"일단 함께 호흡을 맞추는 동안 굉장히 편했다. 긴장도 없었고, 엄마 같고 너무너무 편했다. 그런데 카메라를 통해 선배님의 연기하시는 모습을 보니 아우라가 장난이 아닌 거다. 분명히 편안하게 연기했는데, 모니터에 비친 선배님의 모습은 다른 거다. 충격받을 정도였다. '이런 게 카리스마구나' 싶더라."

- <이별이 떠났다>의 김민식 PD는 이 드라마를 맡기 전부터 채시라를 너무 좋아해 PD가 됐다고 말했다. 제작발표회 때도 열렬한 팬심을 감추지 않았는데, 채시라만을 향한 김 PD의 올곧은 팬심에 서운한 적은 없었나.
"서운했다. 사실 나도 사랑받고 싶었는데... 하하하. 사실 나는 감독님과 선배님의 관계를 보면서 너무 부러웠다. 누군가 내게 조보아라는 배우의 오랜 팬이었고, 조보아라는 배우와 작품을 하기 위해 이 길을 달려왔다고 이야기해준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나. 무엇보다 감독이 배우를 사랑해야지만 작품이 훨씬 아름답게 나온다고들 이야기하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확실하게 와 닿았다. 샘도 났지만, 서로를 믿고 신뢰하면서 작품을 끌고 가시는 두 분이 너무 보기 좋았다."

<골목식당> 재미 끌어올리는 조보아의 '동공 지진' 

 SBS < 백종원의 골목식당 > 의 한 장면.  프로그램 속 조보아의 얼굴 표정은 시청자들에게 "식당 판독기"로 인식되고 있다.

SBS < 백종원의 골목식당 > 의 한 장면. 프로그램 속 조보아의 얼굴 표정은 시청자들에게 "식당 판독기"로 인식되고 있다.ⓒ SBS


- <골목식당> 이야기도 하고 싶다. 예쁘고 열일하는 알바생의 모습도 그렇지만, 백종원 대표가 '돌직구' 평가를 할 때 골목식당 사장들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표정 관리가 안 되더라. 내 솔직한 표정이 시청 포인트라고 이야기들 해주셔서 감사하기는 하지만, 사장님들께 죄송한 마음도 들었다."

- 최근에는 수준급 다코야키 솜씨로 화제를 모았다. 한창 <이별이 떠났다> 촬영하던 시기였던 것 같은데, 언제 그렇게 실력을 키웠나.
"정말 바쁠 때여서 자는 시간을 쪼개 연습했다. 다코야키 사장님께 충격요법을 써야 한다는 취지여서, 자극을 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골목식당>에 출연하면서 서빙도 해보고, 다코야키도 만들어보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는데, 배우는 게 정말 많다. 다코야키도, 단지 다코야키 요리법을 배운 게 다가 아니라, 연습하는 동안 이렇게 어렵고 힘든 일이 많다는 걸 느꼈다."

- 드라마 촬영이 비는 하루 이틀 동안 <골목식당> 촬영을 한 셈인데, 촬영 없는 날은 온종일 휴식을 취해도 부족하지 않나. <골목식당>에서 직접 접시를 들고 나르며 일일 알바생 역할도 했는데,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진 않았나.
"몸 쓰는 걸 좋아한다. 재밌었고, 활력도 됐다. 앉아서 모니터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도 재밌지만, 나는 상인분들과 직접 살을 맞대고 공감하고 장사하는 일이 재미있더라."

- 장사를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던가.
"(골목식당을) 하면 할수록 장사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배운다. 연기도 힘들고, 배우는 데 끝이 없구나 생각했는데, 장사도 마찬가지더라. 내 생각에는 그냥 맛있게 만들고 팔면 잘 될 것 같지만, (방송을 보면) 그게 아니지 않나. 그 안에 너무 많은 것들이 필요하고, 배워야 하는데, 너무 힘들 것 같다. 그저 <골목식당>을 통해 인지도도 높아지고, 조보아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드릴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에 만족한다."

- <골목식당>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지켜본 일이, 연기자로서도 어떤 도움이 됐을까?
"전에는 내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조보아네?' 이 정도로 이야기했다면, 지금은 너무 친근하게 아는 척도 해주시고 편하게 다가와 주신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나라는 사람을 더 편하게, 친근하게 느끼게 된 것 같다. 만족스럽다. 예능을 하면서 카메라 앞에서 긴장감을 풀고, 나를 보여드리는 법도 배웠다. 무엇보다, 전에는 '동공 지진'이라는 말이 지문에 쓰여 있어도 그게 무슨 표정인지 잘 상상이 안 됐다. 그런데 이젠 너무 잘 알게 됐다. <골목식당>에서 배운 그 표정을, 연기에도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웃음)"

<이별이 떠났다>와의 이별 소감... "아쉬움 크다"


 MBC 토요드라마 <이별이 떠났다>에서 정효 역을 맡은 배우 조보아.

MBC 토요드라마 <이별이 떠났다>에서 정효 역을 맡은 배우 조보아.ⓒ 싸이더스HQ


- <이별이 떠났다>를 통해 배우 조보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차기작에 대한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는데, 특별히 바라는 캐릭터나 장르가 있나.
"아직까지는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욕심보다, 기회가 되는 작품들을 통해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다. 지금은 최대한 많은 작품을 통해 조보아라는 배우를 성립해가고 싶다. 지금까지 그때그때 최선을 다해 임했던 것 같은데, 살짝 아쉬운 건 그 나이대마다 할 수 있는 역할들이 있지 않나. 지금 내 나이가 20대 후반인데, 더 나이 들기 전에 지금 할 수 있는 역할들을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크다. 아직 해보고 싶은 역할이 많다."

- 구체적으로 예를 든다면?
"이제껏 일방적으로 사랑을 주는 역할을 많이 했다. 이제는 사랑을 주고받는, 교류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웃음)"

- <이별이 떠났다>와 이별을 앞두고 있다.
"아쉬움이 크다. 지금 20부작을 당장 다시 할 수 있다면 다시 하고 싶을 만큼.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았고, 실제로 얻은 것들도 많았다. 그래서 한 번 더 하면서 다시, 더 많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작품은 끝이 났고, 인터뷰도 오늘로 끝이다. 이제는 <이별이 떠났다>를 통해 배운 것들을 다른 작품에서 보여드리고, 또 새로운 배움도 얻고 싶다."

- 이제 정말 끝이다. 이제 당분간 뭘하며 보낼 생각인가.
"우선 잠을 좀 자고 싶고... (웃음) 당장 <골목식당> 녹화도 있다. 요즘은 대전에서 촬영하고 있는데, 고향이 대전이라 촬영 갔다가 집에서 며칠 보내다 올 계획도 있다. 푹 쉬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동공 지진 열심히 해야지. 하하하."

 MBC 토요드라마 <이별이 떠났다>에서 정효 역을 맡은 배우 조보아.

MBC 토요드라마 <이별이 떠났다>에서 정효 역을 맡은 배우 조보아.ⓒ 싸이더스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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