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방송된 MBC <PD수첩> '군부 쿠데타' 1부의 한 장면.

14일 방송된 MBC '군부 쿠데타' 1부의 한 장면. ⓒ MBC


"<살인의 추억>이라는 그 전의 영화가 있잖아요. 학살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그 DNA속에."

14일 MBC < PD수첩 >(이하 피디수첩)이 '군부쿠데타 1부'에서 계엄작전 명령 문건 '작전명령 제87-4호'를 공개했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당시 전두환이 장악한 육군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광장에 나선 국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 문건을 보관하고 있던 민병돈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은 취재 중이던 제작진에게 문건을 직접 확인시켜줬고, 그 장면은 고스란히 방송을 탔다. 1987년 6월 19일 육군본부에서 작성한 문건을 확인한 전직 군 관계자들은 이 문건이 최근 공개된 군 기무사 계엄 문건과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2017년은 87년 문건이 상당히 포함이 되어있다고 할 정도로 상당히, 유사한 측면이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위대 시위가 국가 교란 상태나 내전상태로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엄으로 가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상황적 요소로서 비슷하고 기본적으로 부대 배치라든지 전박적인 작전개념은 상당히 유사하다." (장영진 전 국방부 고등검찰부장)

이 문건에는 계엄군 편성과 임무가 적시돼 있었다. 문건에는 특전여단과 특공연대, 심지어 항공여단과 화학부대까지 포함된 계엄군이 계엄 선포 후 서울과 부산, 광주에 투입되는 계획이 명시돼 있었다. 이들 계엄군에게는 실탄이 지급될 예정이었고, 시민들을 자극, 발포로 이어지는 작전이 수립돼 있었다.

지금까지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7년 6월 계엄령 존재에 대해 부정해왔다. 하지만 당시 특전사령관인 민병돈 장군의 말은 달랐다. 그가 공개한 문건은 민주화를 외치는 국민들을 폭도로 규정하고 소요진압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계획 또한 매우 구체적이었다.

이날 <피디수첩>은 논란 중인 군 기무사 계엄 문건을 취재하던 중 이 문건을 입수해, 군 전문가들의 확인과 검증을 거쳐 방송을 내보냈다.

2016년의 기무사 계엄 문건, 87년의 계엄 문건

 14일 방송된 MBC <PD수첩> '군부 쿠데타' 1부의 한 장면.

14일 방송된 MBC '군부 쿠데타' 1부의 한 장면. ⓒ MBC


광화문 광장에 가득 찬 시민을 탱크로 진압하는 장면은 고통스럽고 경악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한 상상력 자체가 무시무시한 공포로 다가온다. <피디수첩>은 컴퓨터 그래픽 화면으로 군의 탱크가 광화문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밀어버리는 그 장면을 만들어 방송에 내보냈다.

이는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 문건이 어떤 의미인지, 어떤 참극을 일으킬 수 있었는지, 또 국민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었는지를 가리키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피디수첩> '군부쿠데타1'편은 2016년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 관련 문건이 왜 문제인지를 전 군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지적했다. 

"계엄기구 설치 준비, 계엄 임무 수행군, 임무절차 구체화 등을 제공하라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단순한 검토를 넘어서 실행방안으로 볼 수 있는 요소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장영진 전 국방부 고등검찰부장)

"아니, 지금 국회의원을 잡아들이겠다는 것은 자기들 의도한 게 진짜 의원들이 어떤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 절차를 통해서 잡아들이겠다, 검거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유도를 하겠다는 거잖아요. 포고령을 발령한 다음에 어쩔 수 없이 위반하게 만든 다음에. 목적도 분명하잖아요. 계엄을 해제하지 못하게끔 잡아들이겠다는 거니까. 이런 위헌적인 발상이 어디 있습니까. 그래서 내란, 내란 예비 음모 이런 말들이 나오는 거예요." (김상호 전 육군 국사법원 판사)

보수야당 등 일각에서 '검토' 정도의 구체화되지 않은 기무사 내 일상 업무 수준의 계획이라고 주장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해석이다. 이미 위수령은 물론 707 특임부대를 서울에 배치, 대기시키는 이 계엄 문건과 관련된 위헌성과 반란죄 혐의는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그 와중에 1987년 전두환 정권 당시에도 계엄 문건이 작성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번 그 계획서를 보면요. 영락없이 12.12 그리고 5.18때 전두환이 했던 참고서를 갖다 놨다니까. 보셨잖아요. 참고서를 갖다 놓고 '아하, 그때는 그렇게 했구나', '현대판 광화문에서는 어떻게 해야 되겠구나' 그거 맞춰서 딱 2018년도 판을 만들어 놨어. 아마도 박근혜, 최순실 그 눈먼 사람들, 저기 대통령이라고 있으니까 놔두고 그걸 기회로 이용해서 군사정권을 세워서 과거 박정희나 전두환 선배의 떳떳한 후예가 되자. 그런 음모를 한 거 아닌가 충분히 의심받을 수 있는 대목이에요."

장영달 전 기무사령부 개혁위원회 위원장은 기무사 계엄 문건을 이렇게 평가했다.

 14일 방송된 MBC <PD수첩> '군부쿠데타1' 의 한 장면.

14일 방송된 MBC '군부쿠데타1' 의 한 장면. ⓒ MBC


실제 <피디수첩>이 입수했다는 1987년 당시 군 내부의 계엄령 계획이었던 '작전명령 제 87-4호'는 박정희와 전두환의 그 계엄 DNA를 그대로 잇고 있었다. 당시 특전사령관이이자 1987년 1월부터 88년 6월까지 제8대 사령관으로 복무했던 민병돈 장군은 같은해 6월 전두환 대통령에게 "지금 이 상황에서 이게(계엄) 적합하지 않습니다"라고 건의를 했다고 한다. 민 장군은 "그때 이미 '위수령이 내릴 것"이라고 들었다"며 "문건을 받아 놓고 보니까 이게 위수령이 아니라 계엄령이더라. 계엄령이면 최고 아닌가"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즉, 2급 비밀에 해당하는 '작전명령 제 87-4호' 명령서는 육군본부로부터 직접 계엄군 부대에만 내려왔고,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사령관들을 직접 불러 하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관련 근거나 상황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란으로 비워뒀다. 군 전문가들은 "상황 자체가 계엄을 내릴 상황이 아니었"고, "문건 자체가 정당한 명령으로 보기 힘들기 때문에" 내용을 비워둔 것이라 분석했다. <피디수첩>은 문건과 관련된 정황과 맥락을 이렇게 정리했다.

"작전명령 제 87-4호는 육군참모본부에서 작성한 후, 일선 전투부대에 하달된 문건이었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언제든 명령이 내려오면 실행될 준비가 된 실행 계획이었다. 당시 특전사 대원들은 출동준비를 하고 있었고, 특전사의 한 장교는 실제로 연세대학교로 투입된다는 명령을 받았다고 <피디수첩> 제작진에게 털어놓았다. 즉, 명령만 떨어지면 작전 지역에 투입돼 시위 군중을 무력 진압해야 하는 군사명령이었던 것이다.

특히, 작전명령 제 87-4호는 당시 육군본부가 아니라 계엄출동 부대에 전달된 것이었다. 이는 개념계획이 아니라, 바로 실행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작전명령 제 87-4호는 공식 문서번호도 없고, 문서 전달도 공식 문서 수발 계통을 밟지 않고 특전사령관 등 일선 전투부대 사단장 등을 불러서 개별적으로 전달했다. 즉, 법적 절차를 전혀 밟지 않고 군부대를 이동시키는 역모였던 것이다."

<피디수첩>은 당시 이 문건을 작성하고 실행하려던 인물들의 인터뷰도 시도했다.

"죄도 없는 대통령을 무너트리고 촛불 세력이 연합해서 나라를 팔아먹으려고 합니다, 여러분. 빨갱이들에게 넘어가서 되겠습니까? 여러분?"

올 초 태극기 집회 연단에 선 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의 일성이다. 그는 1987년 당시 계엄령을 일선 사령관에게 내려 보냈던 인물이다. 또 작전명령 제87-4호 주무관이자 당시 작전참모부장이었던 이문석 소장. 총무처 장관까지 지냈다는 그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당시를 이렇게 설명했다.

"소요진압작전이 아니라 원래 정상적인 계엄에 대한, 그때는 소요사태가 많았기 때문에 그런 그 기본 플랜이 있었지. 소요사태들이 있으니 계획을 짜봐라 해서. 부마항쟁도 그렇고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가령 (사태가) 격화되면 어떻게 조치를 해야 될 거 아니야."

이 소장은 그러면서 "처음에 명령 내린 분이 전두환 대통령인가?"라는 질문에 "그때는 그렇지"라고 답했다.

<피디수첩>은 다음주 '군부쿠데타2'를 통해 대한민국 정치군인들의 면면을 파헤치겠다고 예고했다. 또, '1987년이나 2017년, 계엄 관련해 군부대에서 출동 대기했던 장병과 군 관계자들의 제보'를 받고 있다. 이 이 계엄 문건과 관련한 또 다른 특종을 발굴해 낼지, 또 계엄 문건의 결론을 어떻게 내릴지 관심 있게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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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어제는 영화기자, 오늘은 시나리오 작가, 프리랜서 기자.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청탁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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