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영화 포스터

▲ <루나>영화 포스터ⓒ M&M 인터내셔널


프랑스 남부 몽펠리에 지역에 사는 루나(레티샤 클레망 분)는 불량스러운 남자친구 루벤(줄리앙 보데 분)을 위해 무엇이든 할 정도로 사랑에 눈이 멀었다. 루벤의 생일파티를 하던 밤, 술을 마시며 놀던 루나와 루벤 등 패거리는 그래피티를 하던 알렉스(로드 파라도 분)를 집단으로 폭행하는 사건을 저지른다.

얼마 후 루나는 일하는 과일 농장에서 알렉스와 마주친다. 그러나 알렉스는 머리카락을 다른 색깔로 염색한 루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혹여 알아챌까봐 두려워 알렉스를 멀리하던 루나는 루벤과 다른 진실하고 착한 모습에 점점 마음을 연다. 운명처럼 알렉스와 사랑에 빠진 루나는 과거의 잘못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린다.

영화 <루나>는 주인공 루나가 자신이 속한 무리가 폭행한 알렉스를 사랑하게 되면서 겪는 복잡한 감정을 소재로 삼았다. 프랑스 영화의 거장 알랭 레네의 어시스턴트로 시작해 다수의 단편 영화를 작업한 엘자 디링거 감독은 장편 데뷔작 <루나>에 언론에서 접한 뉴스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장소 등을 녹였다고 한다. <자전저를 탄 소년><내일을 위한 시간>을 연출한 다르덴 형제와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의 <피쉬 탱크>의 영향도 받았다고 설명한다.

<루나> 영화의 한 장면

▲ <루나>영화의 한 장면ⓒ M&M 인터내셔널


<루나>는 가해자 루나와 피해자 알렉스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좇는다. 알렉스를 향한 사랑의 감정이 커질수록 루나는 그를 잃을까 봐 두렵다. 관객은 비밀이 밝혀질까 시종일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두 사람을 지켜보게 된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루나는 변할 수 있을까?", "루나는 용서를 받을 수 있을까?"란 질문의 무게는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영화는 죄의식에 시달리는 루나를 통해 어린 시기 저지른 경솔한 행동, 집단이 발산하는 폭력성, 집단행동에 개인이 짊어질 책임, 반성과 용서, 삶의 두 번째 기회를 탐구한다. 루나는 어른과 청소년 사이에 놓인 경계를 통과하는 인물이다. 도시와 시골이 어울린 풍경을 보여주는 영화 속 공간 몽펠리에는 루나가 놓인 경계를 한층 강화한다.

배경 외에 빛, 색, 소리도 루나를 묘사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대지를 환하게 비추는 태양은 루나의 싱그러운 젊음과 어두운 마음에 빛을 더한다. 그리고 루벤이란 그늘을 벗어나 밝은 알렉스로 가도록 이끌어준다.

<루나> 영화의 한 장면

▲ <루나>영화의 한 장면ⓒ M&M 인터내셔널


알렉스가 루나에게 "항상 머리색이 이랬어? 원래 머리는 무슨 색인데?"라고 묻는다. 숨겼던 비밀이 드러날지 모르기에 긴장감을 조성한다.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 대목은 알렉스가 속한 밴드가 축제에서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공연하는 장면과 알렉스가 선물한 트럼펫을 루나가 처음 부는 순간과 조응한다.

루나는 루벤 패거리가 즐겨 입던 어두운 계열의 옷을 벗고 밝은 원색의 무리에 뛰어든다. 루나는 트럼펫을 불며 온전한 자신만의 소리를 찾는다.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의 평자는 "탄탄한 시나리오와 정교한 미장센"이라고 평가하며 배경, 빛, 색, 소리를 활용한 연출에 찬사를 보냈다.

영화를 빛내는 또 다른 요소는 배우다. 연기 경력은커녕 연기 공부조차 해본 적이 없던 레티샤 클레망은 우연히 캐스팅된 후 한 달간의 리허설을 하고 촬영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그녀는 루나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 기대와 두려움이 뒤섞인 다양한 얼굴을 만들었다.

<말로니의 두 번째 이야기>로 세자르 영화제 신인상을 수상하며 이미 프랑스의 차세대 연기자로 자리매김한 로드 파라도는 기쁨과 분노를 오가는 알렉스를 멋지게 소화했다. 루나의 가장 친한 친구로 등장하는 클로에 역의 리나 쿠드리 역시 베니스 영화제에서 오리종티 여자연기상을 수상한 바 있다. <루나>는 차세대 배우들의 재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근사한 무대인 셈이다.

<루나> 영화의 한 장면

▲ <루나>영화의 한 장면ⓒ M&M 인터내셔널


루나는 사춘기 시절 혼란에 빠진 인물이다. 그녀는 해로운 결과를 낳는 집단에 속했다. 루나가 경험하는 혼란은 곧 오늘날 프랑스 사회와 개인을 반영한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엘자 디링거 감독은 국내에서 가진 '시네마 톡'에서 "힘의 균형이 이뤄지지 않은 집단과 개인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더 나은 자신을 발견하게 하는 것, 그게 사랑이다"라고 밝혔다. 감독은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결국 사랑이라고 말한다.

<루나>는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서 길을 달리는 오토바이를 보여주며 수미쌍관을 이룬다. 첫 장면에서 루나는 루벤에게 생일선물로 주려는 마음에 개를 훔쳐 친구 클로에의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난다.

마지막 장면에서도 루나는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달린다. 루나는 이제 과거의 그녀가 아니다. 잘못을 깨달았고 사랑을 만나 성장했다. 청소년기를 통과하며 어른으로 접어든 루나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더 나은 내일을 희망하며 그녀의 질주를 응원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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