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실화냐?' 윤종빈 감독의 <공작>을 보고 이런 반응을 보일 이들도 있을 것이다. 90년대 당시 집권여당이 총선 승리에 눈이 어두워 북한에 총격을 요청하고 심지어 97년 대선을 앞두고는 IMF 파동으로 신음하는 국민들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김대중은 안 된다'는 생각으로 서해 5도 폭격을 북한에 요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분노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알려지다시피 영화 <공작>은 북한에 잠입한 남한 스파이 '흑금성'의 이야기다. 북핵 이슈가 부각된 1993년부터 남한 가수 이효리와 북한 무용수 조명애가 휴대폰 광고를 통해 만나는 2005년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총격전이나 거친 액션이 없이도 긴장감 넘치는 첩보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훌륭하게 보여준다. 야구로 치면 두 팀의 1선발이 맞대결을 펼치며 9회까지 0-0으로 맞서는 느낌이랄까.

 <공작>의 주인공인 '흑금성' (황정민 분)

<공작>의 주인공인 '흑금성' (황정민 분) ⓒ CJ엔터테인먼트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일단 남북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대 상황에 있다. 영화의 시작은 93년 북한 핵개발이고 핵으로 인해 전쟁 발발 가능성이 제기되던 시기다. 만약 북한을 조금이라도 자극하면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팽배했던 때였다. 바로 그 시점에 안기부에서 대북사업가로 위장해서 내보낸 '흑금성' 박석영(황정민 분)과 베이징 주재 북한 고위간부 리명운(이성민 분)이 만나게 된다.

<공작>은 박석영과 리명운의 만남을 통해 얼어붙었다가 녹고 다시 얼어붙었다가 녹는 남북관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 외에도 남한 안기부 실장으로 공작전을 총괄하는 최실장(조진웅 분)과 북의 보위부 요원으로 박석영을 계속 의심의 눈으로 지켜보고 안하무인의 자세를 보이기도 하는 정무택(주지훈 분), 그리고 북한 최고 권력자인 김정일(기주봉 분)이 영화의 긴장감을 더 높여준다.

이 영화는 인물의 클로즈업과 함께 배경을 담아내는 방식이 눈에 띈다. 클로즈업은 스크린 가득 인물의 얼굴을 부각시키는 장치인데 인물의 표정과 더불어 갈등을 부각시키는 장치로도 활용한다.

특히 이 영화는 김정일을 클로즈업으로 잡아내는 장면이 많은데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의 얼굴을 부각시키면서 관객들이 드러나지 않은 그의 마음을 파악할 수 있게 만들어놓는다.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리명운의 클로즈업은 '리명운이 다 알고 있는 것 아닐까? 흑금성은 어떻게 되지?'라는 궁금증을 유발시키며 관객을 이야기에 몰두하게 만든다.

 <공작>은 '영화 속 배경이 배우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공작>은 '영화 속 배경이 배우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 CJ엔터테인먼트


<공작>은 또 영화 속 배경이 인상적이다. 박석영이 지나다니는 번잡한 중국의 야시장, 화려하지만 방 안은 왠지 적막하기까지한 밀레니엄 호텔, 술과 음식이 차려진 중식당,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영변 장마당, 김일성 김정일을 찬양하는 그림으로 도배된 김정일 별장, 위장된 안기부 사무실, 97년 대선 후보들의 홍보물이 붙은 담장 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장면을 보면 '배경이 곧 배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것 역시 <공작>을 살아있는 이야기로 다가가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영화의 배우들은 '호연'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거리가 있다. 그저 맡은 캐릭터에 충실한, 캐릭터대로의 연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어느 누군가가 '튀면' 망쳐지는 영화다. 이 영화는 '단체전' 혹은 '팀플레이'에 가깝다. 이 영화는 긴장된 분위기가 끊어지는 순간 바로 망가지기에 배우들은 그 분위기를 서로 맞추는 모습을 보여준다.

 남북의 긴장과 대치. <공작>의 긴장감은 여기에 기인한다

남북의 긴장과 대치. <공작>의 긴장감은 여기에 기인한다 ⓒ CJ엔터테인먼트


이 영화를 잘 보면 연극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는 느낌이 있다. 특히 최실장과 여당 의원들이 리명운에게 '서해5도 도발'을 제안하는 장면은 정말 한 편의 연극을 감상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무택의 동작도 연극의 '블로킹'(동작)을 연상시키는데 이것 역시 이 영화를 '팀플레이'라고 여긴 감독의 의도가 엿보인다고 할 수 있다.

<공작>은 박석영과 리명운이 결국 하나가 되는 과정을 남북관계와 엮으며 설득력있게 표현한다. 우리가 이 영화에서 보는 것은 물론 전 정권의 '북풍공작'에 대한 충격적인 현실도 있지만 남한과 북한이 어떻게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고 완전한 통일까지는 아니지만 어떤 식으로 협력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정말 묘한 시기에 이 영화가 왔다. 상황이 주는 팽팽한 긴장감. <공작>은 그래서 재미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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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는 비록 없지만, 끈기있게 글을 쓰는 성격이 아니지만 하찮은 글을 통해서라도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글쟁이 겸 수다쟁이로 아마 평생을 살아야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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