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목요일 밤 11시 30분, 10대 딸이 부재중 전화 3통을 남기고 사라졌다.

거기다 실종된 것인지 가출인지 확실하지도 않고, 딸의 행방에 관한 구체적인 흔적도 찾을 수 없는 와중이라면... 만약 이게 당신의 이야기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아마 대다수 사람들이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려고 애쓸 것이다.

영화 <서치>의 주인공 데이빗(존 조)이 정보를 얻기 위해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은 '딸의 노트북을 열어보는 일'이었다.

 영화 <서치>의 한 장면

영화 <서치>의 한 장면 ⓒ 소니픽처스코리아


목요일 밤, 부재중 전화를 남기고 사라진 딸. 이는 존 조가 출연한 영화 <서치>의 도입부 설정이다. 딸 마고(미셸 라)는 조별과제를 위해 친구네 집에 간 목요일 저녁 아버지 데이빗과 마지막으로 통화한 후 연락이 끊긴다. 이후 데이빗이 문자를 계속 보내도 통 답장을 하지 않는 마고. 다음날인 아침, 잠에서 깨어난 데이빗은 딸이 지난밤인 오후 11시 30분 부재중 전화 2통과 부재중 화상통화 1통을 남겼다는 것을 확인한다.

계속 연락이 닿지 않자 데이빗은 딸의 노트북을 열어본다. 노트북에서 딸의 '온라인 주소록'을 발견하고 이를 이용해 딸의 친구들에게 딸의 행방을 묻는다. 그러다 설상가상으로 고등학생인 딸이 금요일에 학교마저 결석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거기다 피아노 레슨마저 가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애초 '금요일이니까 친구들과 놀러갔나 보다'라고 생각하던 데이빗의 걱정은 점차 커지기 시작한다.

데이빗은 답답한 마음에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고, 이후에도 홀로 딸의 SNS를 뒤져보기 시작한다. 마고의 인스타그램과 텀블러(블로그 형태의 SNS), 페이스북을 훑어보던 데이빗. 그는 딸이 사라지기 전 몇 개월의 행적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이를 담당 형사와 공유한다. 이어 딸의 SNS 게시물에 댓글을 작성한 사람과 SNS 계정에 친구로 추가된 사람들에게 모두 '마고가 어디에 있는지 아느냐'고 묻기 시작한다.

경찰 조사로도 뚜렷한 단서가 나오지 않던 상황, 데이빗은 딸의 인스타그램과 온라인 영상 방송 계정에 접속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다. 딸이 피아노 레슨비로 받아갔던 2500달러를 어디론가 송금했고, 최근 친해진 온라인 친구가 있었다는 점까지. 미스터리가 조금씩 풀려가던 영화 중반부, 실종되던 날 밤 마고가 어디로 향했는지 데이빗이 밝혀내면서 영화는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웹에 남긴 단서, 딸의 '온라인 발자국' 찾아 헤매이는 아버지

 영화 <서치>의 한 장면

영화 <서치>의 한 장면 ⓒ 소니픽처스코리아


주인공이 노트북을 켜고 윈도우즈가 시작되는 영상이 영화 <서치>의 오프닝이다. 이후 영화는 사각 모니터 바깥을 한 번도 비추지 않는다. 스크린 전체가 '거대한 노트북 모니터'가 되고, 주인공 데이빗이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메일과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를 하는 식으로 화면 전개를 이어간다.

데이빗과 아내 파멜라(사라 손)가 아날로그 앨범 대신 노트북에 가족 사진과 딸의 기념일 영상을 저장하는 장면도 나온다. 병원에서 보내온 질병 검사 결과 이메일을 열어보는 것으로 아내의 죽음을 묘사하고 페이스북 업데이트로 딸의 성장 과정이 드러나기도 한다. 또한 하나의 노트북에 차례로 접속하는 남편과 아내, 딸의 컴퓨터 폴더를 번갈아 보여주면서 가족의 관계가 점차 소원해지는 모습까지 자연스럽게 그린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아이폰과 맥북 등 OS 운영체제를 화면에 띄워 사건을 보여주는 방식을 쓰는데, 평소 스마트폰을 즐겨 쓰는 관객이라면 익숙함이 느껴질 수도 있을 듯하다. <서치>는 보통 영화에서 카메라 전환을 통해 이어갈 상황 묘사를 등장인물끼리 화상통화를 하거나 이메일(혹은 아이메시지)을 주고받는 식으로 담아내기도 한다. 극 중 인물이 이동하는 장면에 관한 정보는 화면에 '구글' 검색창을 띄워 구글맵을 통해 현재 위치를 보여주고, 담당 형사와 데이빗이 구글 문서로 사건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도 나온다.

아버지 데이빗이 딸의 실종 이후 웹에 남은 단서를 찾고자 딸의 SNS 계정들을 뒤져보는 모습은 마치 '온라인 발자국'을 찾아 헤매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데이빗이 딸이 사용하던 소셜 계정에서 행선지나 인간관계를 추측하는 과정 자체는 사실 일상에서도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일이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섬뜩한 건, 누구든지 온라인에 무심코 남긴 정보 하나로 자신의 위치나 상황 등이 무분별하게 공개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본인이 갔던 장소를 사진으로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고, 취미를 온라인에 공유했던 마고가 그랬듯이 말이다.

'스크린 라이프'의 특징을 잘 살려 담아낸 스릴러

 영화 <서치>의 한 장면

영화 <서치>의 한 장면 ⓒ 소니픽처스코리아


영화 <서치>는 스릴러 장르답게 긴장감 넘치는 상황을 잘 그렸다. 제한된 화면 설정에도  긴장감을 잘 유지하려면 각본이 탄탄해야 하는데, <서치>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이 지루하지 않게 적절히 새로운 사건들을 던진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설정이 헛되이 쓰이지 않고 훌륭한 짜임새를 자랑한다. 데이빗이 온라인에서 긁어모은 정보들을 퍼즐처럼 맞춰 마고의 행방을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재미의 핵심이다. 딸이 가출한 것인지 납치된 것인지, 혹은 사고를 당한 것인지, 관객도 함께 추리하며 줄거리를 따라가도록 만드는데 결을 잘 살린 느낌이다.

페이스타임 화상통화나 문자, 메일을 주고받는 장면을 통해 감정 전달을 충실히 한 점도 인상적이다. 문자 입력시 깜빡이는 커서가 나아가며 글자를 적어내는 속도로 흥분한 상황을 표현하거나, 적어나가던 글자들을 모두 삭제하는 등의 장면으로 등장 인물들의 심리를 표현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데이빗이 '구글링'(구글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일)이나 SNS 검색으로 딸에 관한 정보를 찾아내는 과정도 흥미롭다. 다른 영화들이 등장인물의 과거 회상 장면을 '플래시백'으로 보여준다면, <서치>는 과거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던 영상 파일을 재생하는 식으로 담았다. 이처럼 '스크린 라이프'의 특징을 잘 살려낸 장면들이 효율적으로 사용됐고, 관객들이 평소 일상에서 겪을 법한 줄거리와 엮이면서 몰입감을 높인다.

2018년 여름, 우리 삶과 가까운 소재를 다룬 스릴러 영화를 찾는다면 <서치> 관람을 추천한다. 마고의 실종에 시큰둥했던 친구들이 '유튜브 조회수'나 '페이스북 좋아요'를 얻으려고 눈물을 흘리는 영상과 각자 사진을 업로드하는 모습에서도 섬뜩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서치>는 오는 29일 개봉한다.

한 줄 평 : 색다른 설정에 뛰어난 각본, SNS 속 일상 잘 묘사한 스릴러
평점 : ★★★★(4/5)

 영화 <서치>의 포스터

영화 <서치>의 포스터 ⓒ 소니픽처스코리아



존조 서치 SNS 구글링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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