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 포스터.

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의 VIP 시사 직후 마주친 제작자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살짝 섭섭함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 섭섭함은 '언론이나 관객들이 만약 1부 <신과 함께: 죄와 벌>과 <신과 함께2>의 이어지는 이야기를 함께 봤다면 어땠을까', '전작에 내려졌던 평가나 비판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제작자로서의 아쉬움이었을 것이다.

그런 아쉬움과는 달리, 1부는 1440만 관객을 돌파하며 관객들의 사랑과 성원을 받았고 그러한 단점은 2부를 향한 기대와 우려로 수렴됐다. 결과적으론, 1부 공개 이후 쌓여갔던 일각의 평가들, 즉 신파가 과하다는 지적들은 그러나 2부가 개봉하면서 누그러진 분위기다.

1부에서 던진 소위 '떡밥'들이 2부에서 회수되면서 1부와 2부의 연결고리들이 드라마적인 힘을 발휘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부와 비교해 눈물샘을 자극하는 요소는 현저히 줄어든 반면 삼차사의 과거와 귀인의 숨겨진 사연, 염라대왕과의 관계는 자연스레 연결됐다.

연장선상에서, <신과 함께1> 감상 후 설정들이나 캐릭터, 대사들을 되짚었다는 평도 적지 않다. 이게 다 한국 최초로 1, 2부를 함께 제작한 모험과 도전의 산물일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꼽아봤다. 이 <신과 함께>의 전무후무한 도전과 성공이 가리키는 의미를.

1, 2부 동시제작, 그 무모한 도전

 <신과 함께-인과 연>의 한 장면

<신과 함께-인과 연>의 한 장면 ⓒ 리얼라이즈픽쳐스


소위 '쌍천만 돌파'를 하루 앞둔 13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한 김용화 감독 역시 이러한 1, 2부 동시제작의 어려움과 그럴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국내 시장은 총 400억이 넘는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는 시장 자체가 형성돼 있지 않다.

1, 2부를 나눠 찍는 일은 스타급 배우들과 스태들의 인건비를 두 배로 상승시킨다. 이에 대해 김용화 감독은 "그 두 가지가 난점이 너무 많아서 한꺼번에 한번 시나리오도 써보고 (그랬다). 이야기는 그러니까 1부와 2부를 함께 통칭해서 <신과 함께> 시즌1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다"며 원 대표와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그런 면에서 용기 있는 시도를 좀 해봤는데 너무 두려웠어요. 1부가 예를 들어서 사랑을 못 받는다고 하면 남아 있는 2부는 재앙이 되거든요. 또 1부가 관객들에게 정서적으로 어떻게 안착하는지를 확인하지 못하고 2부를 또 만들었고, 이미 고칠 수 없는 단계, 수정할 수 있는 단계는 없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큰 결기를 갖고 2부를 하나의 이야기로 한번 밀어붙여보자라는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자타가 인정하는 <신과 함께> 연작의 이 '무모한 도전'은 이제 '해피엔딩'을 맞는 중이다. <신과 함께2>는 지난 1일 개봉 이후 12일 간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하며 총 986만116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13일 영화 <공작>에 1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14일 천만 관객 돌파가 기정사실화 됐다. 이제 1440만 관객을 돌파한 <신과 함께1>과의 선의의 경쟁만을 남겨 둔 상태다.

한국형 판타지의 현재형

 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의 한 장면.

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할리우드 마블 스튜디오의 'MCU'와 같은 시리즈물을 향한 갈망, 어쩌면 자연스러운 귀결일 것이다. 작금의 주류 관객들이 그런 세대다. 그에 앞서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와 <해리포터> 시리즈, <트와일라이트> 시리즈와 함께 성장한 세대다. 그러한 '판타지' 장르에 대한 이해와 친숙도가 그 어느 세대보다 높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다. 곱씹을수록 <신과 함께>란 기획 자체에 찬탄을 보내는 까닭은. <신과 함께>는 규모와 이야기, 기술력 등 기획의 모든 면에서 지금, 여기 대중의 눈높이와 기호를 철저히 꿰뚫고 있다. 더불어, 천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영화 중 민족이나 역사, 사회적 맥락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작품은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과 이 <신과 함께> 시리즈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김용화 감독이 진두지휘하는 덱스터 스튜디오의 VFX 역시 <신과 함께>의 사이즈를 키우는데 일조했다. 그 사이즈는 비단 제작비 상승만을 뜻하지 않는다. <미스터 고>를 통해 혹독한 신고식을 거친 이 덱스터의 기술력은 다수의 중국 판타지 무협물을 거쳐 이제 <신과 함께> 시리즈에 이르렀다.

공룡을, 호랑이를, 그리고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저승의 시각화는 멀티플렉스를 찾은 관객들이 <신과 함께>를 '특별한' 영화로 여기게끔 하는 절대 강점이라 할 만하다. 작금의 관객들을 판타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다. 다른 요소만 기호에 부합한다면, 예컨대 배우와 이야기 등 다른 흥미 요소를 채워준다면 일정 정도의 부족함은 용인해 줄 여유를 갖추고서.

그런 점에서, '가족'과 '용서'라는 화두를 전편에 깐 기획 역시 주효했다고 보는 편이다. 주호민 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에 빚진 바 크지만, 역대 최대 규모로 사이즈를 키운 '텐트폴' 영화의 전략으로서 <신과 함께>의 각색은 납득 가능한 수준이라 할 만 하다.

1부가 '어머니'로 귀결되고 2부가 '아버지'로 귀결된다던 촌평도 같은 맥락에서 수긍 가능하다. 실상 귀인의 가족과 삼차사의 관계를 1000년의 시간 속 '인과 연'으로 엮은 1, 2부의 서사는 아마도 한국 관객들이 어떤 요소에 반응하느냐를 최대한 고민한 결과일 것이다. 예컨대, 두 귀인의 죽음을 통해 '억울함'이란 보편의 정서를 강조하는 동시에 그러한 죽음을 맞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는 이야기 구조는 더없이 쉽고 친절하다.

연장선상에서, 그 억울함과 대비되는 약자와 타자들에 대한 시혜에 가까운 시선이나 "나쁜 사람은 없고, 나쁜 상황만 있을 뿐"이라는 손쉬운 갈등의 봉합 역시 마찬가지다. 1년에 한두 번 극장을 찾는 '보통의' 관객들까지도 염두에 둔 '선택'이었으리라. 결론적으로, 그 선택은 무리없이 관객들의 선택으로 이어졌다.

약점과 선택의 이중주

 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의 한 장면.

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서사적으로, 나쁜 선택이 혹은 좋지 않은 선택이 곧 나쁜 결과로 귀결되진 않는다. 1부의 과한 '신파' 역시도 결국 1400만을 극장으로 끌어들인 '동력'으로 판가름 났다. 2부는 어떨까. 과거와 저승을 오가는 단순한 교차 편집이나 이미 예견된 반전, 결말 부분의 손쉬운 갈등 봉합 역시도 지엽적인 약점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CG가 조악하다거나 또 다시 가난한 할아버지와 손자라는 캐릭터를 끌어들였다거나 고려 시대 속 타자의 설정이 거슬린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우려가 강점으로 발휘됐다. <신과 함께2>가 연작의 두 번째 편이라서 오히려 믿고 넘어가는, 단점이 강점으로 작용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미 1부가 기대치를 키워 놨기에, 그 친근감과 캐릭터에 대한 학습효과는 모든 것을 이기는 강력한 설정으로 기능한다.

그렇기에 삼차사의 과거가 어떻게 귀인과 연결되는지를 수홍의 입으로 끊임없이 묻고 또 궁금증을 키워가는 이야기 구조가 비교적 지루한 저승과 현세, 과거를 오가는 교차 편집을 상쇄시킨다. 1, 2부를 동시에 제작하고 연이어 개봉하지 않았다면 누릴 수 없는 이점이라고 할까.

벌써부터 대만 박스오피스에서의 성공 소식이 들려온다. 이미 수십 개 국가의 판권 수출만으로도 수백억을 벌어들였다는 뉴스도 전해졌다. 후속편 제작 소식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도 제작에 돌입했다고 한다.

이러한 국내외 적인 반향이 한국영화 전체의 사이즈를 키울 것이란 예견은 물론 섣부르다. 또 신과 함께>와 같이 총 400억을 상회하는 예산이 투입되는 '도전'이 국내 시장 사이즈만으로 소화되기 극히 어렵다는 교훈도 남겼다('쌍천만'이란 단어는 얼마나 비현실적인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00개 넘는 스크린이 필히 요구된다는 산업의 현재도 다시금 증명됐다.

그럼에도, <신과 함께>의 성공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한국영화가 특히 취약했던 판타지 장르에 대한 저변을 넓혔다는 것, 그 저변의 바탕에 지극히 한국적인 현실 묘사나 세계관과 저승이나 용서와 같은 보편적인 소재와 화두를 접목시켰다는 점, 이를 시각화하는데 있어 덱스터의 기술력이 더해졌다는 사실은 분명 산업적으로나 장르의 다양성 측면에 있어 상찬할 만하다.

결국 1, 2편을 함께 제작한 <신과 함께>의 무모한 도전은 행복한 결말을 맞게 됐다. 제작진도, 관객들 다수도 만족스러워하는. 원작의 이야기를 모두 소진한 <신과 함께> 1,2부의 후속편이 만들어진다면, 각본을 함께 쓴 김용화 감독이 또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낼지, 그 또한 관객의 결과를 빚어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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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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