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비주전'에서 KOVO컵 MVP 수상... 최은지 선수(KGC인삼공사·왼쪽에서 두 번째)

'만년 비주전'에서 KOVO컵 MVP 수상... 최은지 선수(KGC인삼공사·왼쪽에서 두 번째) ⓒ 박진철


최악의 조건에서 최상의 결과가 나왔다. 프로배구 최초로 여자부 단독으로 열린 2018 여자배구 KOVO컵 대회가 역대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웠다.

무엇보다 각 팀의 핵심인 국가대표와 외국인 선수가 모두 빠진 상황에서 달성한 기록이기에 배구계에선 놀라움을 넘어 충격적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충남 보령시 보령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8 보령·한국도로공사컵 여자프로배구 대회' 결승전에서 KGC인삼공사가 GS칼텍스를 세트 스코어 3-2로 꺾고 우승을 자치했다. KGC인삼공사는 2008년 KOVO컵 우승 이후 10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날 결승전은 누가 우승을 해도 뜨거운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역대급 명승부'였다. 양 팀은 매세트마다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며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관중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멋진 수비가 수없이 이어졌다. 그 결과 '2시간 31분'이라는 역대 여자배구 KOVO컵 대회 중 '최장 경기 시간' 신기록을 세웠다.

결승전 시청률, V리그-프로야구 인기 구단도 뛰어넘었다

가장 놀라운 대목은 시청률이다. 이날 결승전의 케이블TV 시청률은 1.37%(닐슨코리아 기준)가 나왔다. 이는 KOVO컵 대회 여자배구 역사상 최고 시청률이다. 이전 KOVO컵 여자배구 최고 시청률은 2016년 KOVO컵 현대건설-KGC인삼공사전(1.29%)이었다.

이번 여자배구 KOVO컵 결승전 시청률은 지난 시즌 V리그 여자부 최고 시청률도 뛰어넘었다. 2017~2018시즌 V리그 여자배구 최고 시청률은 챔피언결정전 3차전 한국도로공사-IBK기업은행 경기가 기록한 1.305%였다. 물론 이 시청률은 동시간대에 다른 채널에서 프로야구 5경기가 중계된 가운데 달성한 수치라는 점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번 여자배구 KOVO컵 결승전 시청률도 같은 날(12일) 열린 프로야구 경기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kt-한화전(1.32%, MBC SPORTS+)보다 높았다. 프로야구는 5경기가 동시간대에 열린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여자배구의 엄청난 경쟁력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다.

결승전을 동시 생중계한 두 방송사가 대등한 시청률을 보였다는 점도 의미 있는 대목이다. 이날 결승전을 생중계한 두 방송사의 시청률은 KBSN SPORTS 0.7%, SBS Sports 0.67%였다.

'최악 조건'에서 역대 최고 흥행 기록

 뜨거운 '여자배구 인기'... 2018 여자배구 KOVO컵 대회(8.12, 보령종합체육관)

뜨거운 '여자배구 인기'... 2018 여자배구 KOVO컵 대회(8.12, 보령종합체육관) ⓒ 박진철


여자배구 KOVO컵 결승전 시청률은 대회 관계자들마저 충격으로 받아들일 정도다. 이번 대회가 역대 KOVO컵 중 가장 열악한 조건에서 치러졌기 때문이다.

사실 대회 직전까지만 해도 이번 여자배구 KOVO컵 흥행에 대해 우려가 적지 않았다. 각 팀의 핵심인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와 외국인 선수가 모두 출전할 수 없었다. 대회 장소도 수도권과 거리가 먼 충남 보령시 보령종합체육관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기록적인 무더위가 계속되는 여름 휴가철이었다. 흥행에 나쁜 조건들은 다 갖춘 셈이다.

그러나 결과는 '역대급 반전'이었다. 12일 결승전이 펼쳐진 보령종합체육관(좌석수 2742석)에는 3009명의 관중이 몰려들어 만원 관중을 초과했다. 자리가 없어서 통로에 서서 관전하는 팬들도 많았다. 11일 준결승전에도 모인 관중이 2798명으로 만원 관중을 초과했다.

TV 시청률도 '대박'이었다. 11일 준결승전부터 케이블TV 대박 기준인 1%를 넘어섰다. 이날 준결승 2경기의 케이블TV 시청률은 KGC인삼공사-현대건설전 0.87%, 흥국생명-GS칼텍스전 1.18%를 기록했다. 그리고 결승전 시청률(1.37%)은 KOVO컵 최고 신기록을 세웠다.

깜짝 놀란 '여자배구 인기'... 보령시, 여자 프로구단 유치 나서

이번 여자배구 KOVO컵은 사실상 1.5군~2군 대회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V리그를 뛰어넘고, 프로야구 인기 구단의 시청률마저 넘어서는 등 역대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다. 대회 직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이번 KOVO컵을 준비하고 운영해 온 한 대회 관계자는 13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대회를 앞두고 악조건들이 많아서 (흥행에 실패할까) 신경이 쓰였다"며 "그럼에도 연일 많은 관중들이 폭염을 뚫고 경기장을 찾았고, 높은 시청률 수치를 보면서 저희도 깜짝 놀랐다. 경기 내용들도 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회 관계자도 "결승전 시청률은 KOVO컵 대회 여자배구 역사상 최고 시청률이 맞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KOVO컵은 대표팀과 외국인 선수가 다 빠졌음에도 엄청난 경기 내용과 그에 상응하는 관중수와 시청률까지 나온 매우 의미 있는 대회"라며 "여자 프로배구의 높은 경쟁력을 입증했다"고 촌평했다.

깜짝 놀란 사람은 또 있다. 이번 대회를 유치한 보령시의 시장이다. 김동일 보령시장은 지난 8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 지역에서 (여자배구에 대해) 이렇게 높은 관심은 처음 본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에는 남녀부 동반 KOVO컵 개최로 규모를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자배구의 폭발적인 인기에 자극받은 보령시는 현재 대전이 연고지인 KGC인삼공사를 보령시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OVO컵 스타들, V리그서 다시 벤치로... '신생팀 창단-2군 리그' 필요

 KOVO컵 '라이징스타상'... GS칼텍스 박민지(20세·176cm)

KOVO컵 '라이징스타상'... GS칼텍스 박민지(20세·176cm) ⓒ 박진철


이번 여자배구 KOVO컵에서 나온 흥행 지표 못지않은 성과물이 또 있다. 만년 후보, 무명의 그늘에 갇혀 있던 선수 여러 명이 새로운 스타로 등극한 것이다.

이는 동시에 여자 프로배구 구단들이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그동안 프로 구단들은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크다는 것과 경기 수준 저하 등을 핑계로 신생팀 창단이나 2군 리그 신설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왔다. 이번 여자배구 KOVO컵은 그런 논리가 '기우'였음을 입증한 셈이다. 현재 각 팀의 비주전 선수들도 꾸준한 경기 출전만 보장된다면, 얼마든지 여자배구 흥행에 기여할 수 있는 귀한 자원들이라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문제는 이번 KOVO컵으로 떠오른 스타들 상당수가 V리그에 국가대표와 외국인 선수가 복귀하면서 다시 벤치로 돌아가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다 결국 은퇴하거나 실업 팀으로 내려가는 일도 반복된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온다. 이들 또한 상당수가 벤치만 달구다 프로 무대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

6개 여자 프로배구 구단들이 자신들만 '좋은 선수 다 갖겠다'는 이기주의 카르텔을 깨고 나와야 한다. 보령시도 기존 구단의 연고지 이전으로 논란거리를 만들 게 아니라, 신생팀 창단을 적극 검토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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