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몬몬몬 몬스터> 포스터.

영화 <몬몬몬 몬스터> 포스터. ⓒ 더쿱


'대만영화'는 어느새 우리에게도 익숙해졌다. 2000년대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필두로, 2010년대 괜찮은 청춘영화가 우후죽순 우리를 찾아왔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나의 소녀시대>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 등은 대만 감성이 두드러진 작품들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이 영화들 이외에도 대만 출신의 세계적인 감독들과 작품들이 있다. 허우 샤오시엔의 <비정성시>, 에드워드 양의 <하나 그리고 둘>, 리안 감독의 <결혼 피로연>, 차이밍량의 <애정만세>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1980~90년대 대만영화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일명 '뉴 웨이브' 감독들이다. 이들의 감각적이고 예술적인 경향이 지금의 대만영화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최근에 우리를 찾아온 강렬한 영화 <몬몬몬 몬스터> 또한 그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하다. 2010년대 대만 청춘영화 열풍의 시작을 알린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감독이자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의 원작·각본·제작을 맡았던 구파도 감독의 신작이다. 젊은 감독의 '청춘' 사랑은 여전하지만,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다채로운 수단과 방법이 이채롭다. 거기엔 청춘은 물론 공포, 스릴러, 코믹까지 있다.

괴물 같은 인간과 괴물의 한판

 영화 <몬몬몬 몬스터>의 한 장면.

영화 <몬몬몬 몬스터>의 한 장면. ⓒ 더쿱


주인공 린슈웨이(등육개 분)는 런하오(채범희 분) 일당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반 친구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괴롭힘에 동조한다. 심지어 담임 선생님도 피해자 린슈웨이가 아닌 가해자 런하오를 두둔한다. 복도에서 홀로 수업을 듣고 밥을 먹는 '왕따' 여학생만 그를 위할 뿐이다. '자기처럼 되지 말라'고. 하지만 린슈웨이 또한 그녀를 왕따시키는 학생인 것은 마찬가지다. 그녀의 위로를 거들떠 보지 않는 게 당연하다.

한편 노숙자들과 독거노인들만 사는 곳엔 '괴물 자매'가 산다. 그들은 사람을 잡아먹는데, 어느 날 사냥하러 나왔다가 차에 치이고 우연히 근처에 있던 런하오 일당에게 붙잡힌다. 그때 거기엔 린슈웨이도 있었다. 그들은 동생 괴물을 자신들의 아지트로 데려와서는 하염없이 괴롭힌다. 원래 사람이었던 괴물들은 돈을 노린 누군가에 의해 그렇게 바뀐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런하오 일당과 언니 괴물은 한판 붙어야 한다. 사람을 잡아먹고 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괴물, 사람을 죽도록 괴롭히고 사람이었던 괴물도 아무 이유 없이 잡아와 괴롭히는 사람. 사람으로서 사람을 응원해야 하지만, 사람이니까 오히려 괴물을 응원해야 할 것도 같다.

장르 폭풍이 선사하는 재미

 영화 <몬몬몬 몬스터>의 한 장면.

영화 <몬몬몬 몬스터>의 한 장면. ⓒ 더쿱


영화 <몬몬몬 몬스터>는 생각지도 못한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적인 쾌감에 더해,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으로 재미를 배가시킨다. 이 영화의 재미 요소에는 청춘, 코믹, 공포, 스릴러 등 여러 장르가 조합된 점도 한 몫한다.

학교에는 '왕따'를 만드는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야기가 있다. 여기서 피해자는 다시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가해자가 된 피해자는 또 다른 피해자를 물색하거나, 간혹 다른 루트로 본래의 가해자에게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피해자가 명백한 가해자로 보였던 괴물을 상대로 가해자가 된다는 설정이 특이하다.

괴물이 나오면서 장르는 자연스레 공포와 스릴러로 옮겨간다. 혐오스러운 몰골은 존재 자체로만으로도 공포를 유발하며, 언제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르는 긴장감 넘치는 순간들은 스릴러의 세계에 한 발을 들여다 놓게 한다.

구파도 감독의 전매특허인 청춘과 더불어 코믹도 빠질 수 없다. 특히 그가 제작, 원작, 각본을 맡은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의 황당무계한 판타지 코믹이 이 영화에도 살짝살짝 묻어난다. 그런 코믹들이 공인된 청춘 장르는 물론 공포와 스릴러와도 잘 어울리니 더할 나위 없이 잘 빠진 영화가 될 수밖에 없다.

누가 진짜 괴물인가

 영화 <몬몬몬 몬스터>의 한 장면.

영화 <몬몬몬 몬스터>의 한 장면. ⓒ 더쿱


런하오 일당은 이 영화의 공공의 적이자 겉으로 보이는 문제들의 궁극적 원인이다. 왠지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만 같은 느낌을 풍기는 영화에서, 런하오 일당이 린슈웨이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또 동생 괴물을 납치해오지 않았다면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실상은 어떨까. 겉 아닌 속은 어떨까. 결국 런하오 일당 또한 언젠가 피해자였을 테고 언젠가 피해자가 될 운명이 아닐까. 그들도 이 강자와 약자가 나뉘어져 있는 거대한 시스템의 약자 측에 속해 더 절대적 약자를 괴롭히고 있는 게 아닐까. 약자들의 세계에서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모습들을 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접할 수 있다.

영화의 시작, 한 노숙자는 정신지체 장애인 아이와 가게를 꾸리는 노인에게 물세례를 당한다. 그는 다른 노숙자와 경찰의 눈을 피해 더 깊숙히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갔다가 괴물 자매에게 잡아먹힌다. 하지만 정작 괴물 자매는 그보다 더 깊숙한 곳에서 박스 하나에 의존한 채 살아간다. 그런 괴물이 런하오 일당에게 잡히고, 런하오 일당은 린슈웨이를 괴롭히면서도 함께 한다. 또 린슈웨이는 다시 가게의 정신지체 아동을 향해 폭언을 행사한다.

'누가 진짜 가해자인가'라는 질문을 넘어, '누가 진짜 괴물인가'를 말하려는 이 영화, 런하오 일당이 어떤 식으로든 '괴물'로 보인다. 그렇다면, 린슈웨이는? 그 사이를 오가며 자신하지 못하는 그는, 어찌 보면 정녕 인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리 저리 휘둘리고 끝없이 고민하지만 결정하지 못하는 인간적인 인간. 하지만 그는 명백히 런하오 일당에 동조하고 함께 행동했다. 런하오 일당이 괴물이라면 그도 괴물이 아닌가? 영화가 질문하는 '누가 진짜 괴물인가'의 대상은 런하오 일당이 아닌 린슈웨이다. 그리고 우린 대부분 린슈웨이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일까. 이 영화는 그 지점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ingenv.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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