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48>  포스터

<프로듀스48> 포스터 ⓒ Mnet


Mnet 예능 프로그램 <프로듀스48>이 뉴스 화제성 1위와 15-34세, 20-49세 타깃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온라인에서의 관심도 높아 본방송이나 재방이 이루어지는 시간대에는 출연진들의 이름이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기도 한다. 이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신드롬이라 할 수 있었던 시즌 1이나 2만큼의 폭발력을 보여주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주요 출연진 중심으로 팬덤과 표가 몰리는 건 같지만 예전의 분위기와 비교해 식은 열기를 볼 수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시즌 1과 2의 결과에 안주해 변화의 요구를 무시한 건 아닐까?

진화한 팬덤, 제작진을 의심한다

2016년 첫 방송된 <프로듀스101> 시리즈는 '국민 프로듀서'를 전면에 내세웠다. 연습생들을 평가하고 데뷔 조를 구성하는 것을 국민 프로듀서 즉, 시청자의 선택에 맡긴 것이다. 시청자들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 그동안 시청자가 방송에 참여할 수 있었던 부분은 사연을 보내거나 방청객으로 참여하는 등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좋아하는 연습생을 정식 가수로 데뷔시킬 수 있게 됐다니, 시청자들이 몰려들어 신드롬이 일어났다. 시즌2에서는 그 팬덤이 더 넓은 세대로까지 확장되었다.

이런 시즌 1과 2의 성공은 제작진이 편집한 출연진의 매력을 주변으로 전파한 팬들의 충성에 힘입은 것이었다. 그러나 시즌이 계속되자 경험을 쌓은 시청자들은 달라졌다. 팬덤도 진화했다. 말 그대로 '국민 프로듀서'를 자처하는 열성 시청자들 중 일부는 제작진의 의도를 의심하기도 한다.

그들은 방송국, 특히 제작 의도의 순수성을 의심한다. 일본 제휴사의 특정 연습생과 특정 소속사 연습생들이 특혜를 받는 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동안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위스플' 논란이 그것이다. 또한 지난 7일 뜬금 없이 온라인을 통해 중간 순위를 발표한 점도 이러한 의혹에 불을 붙였다. 상대적으로 득표율이 낮은 연습생들에게 투표를 독려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돌았다. 앞선 시즌 1, 2 때는 없었던 일이었다.

팬덤은 제작진이 담지 못한, 혹은 담으려 하지 않았던 연습생의 매력을 발굴해 다른 시청자들에게 알린다. 그 때문일까. 방송에서는 소외된 인물이 팀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내거나 높은 순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단순히 방송만 본 시청자들에게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 시청자들은 제작진이 의도한 내러티브를 따라갔을 텐데 방송에서 본 것과 순위가 전혀 다르니 말이다.

'센터' 프레임에 갇힌 연습생

지난 시즌들의 성공 배경으로 연습생들이 가진 스토리가 손꼽힌다. 연습생들의 사연에 감정이입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던 것. 오디션에 여러 번 아깝게 떨어진 연습생, 어려운 형편을 이겨낸 연습생, 노력으로 재능을 극복한 인간승리의 스토리에 시청자들은 몰입했다. 이번 시즌 역시 오랜 기간 이 회사 저 회사 전전하던 연습생 생활을,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떨어진 경험을,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을 그려내지만 거기까지다. 연습생들이 겪어온 사연과 현재 상황을 '연습생들은 힘들다'는 프레임에 가두기 위한 장치로만 쓴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사람'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아닌 '센터' 경쟁에 집착하는 모습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점도 그렇다. 연습생들에게 센터는 그들의 꿈에 다가가기 위한 지름길이다. 지난 시즌에서도 센터에 섰던 멤버들 중 다수가 데뷔의 꿈을 이뤘다. '관심' 혹은 '분량'이 아쉬운 연습생들은 무대에서 센터나 메인보컬이 되고자 경쟁한다. 그렇지만 센터가 되면 '분량'은 가져가겠지만 바란 만큼의 '관심'을 얻는 건 아닌 듯하다. 실력 없이 센터에 욕심을 부리는 연습생으로 방송에 잘못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다수 연습생은 센터가 되고자 동료에게 읍소하고 무릎 꿇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센터 중심으로 관심과 분량이 몰려갈 것이기에.

타성과 관성에 젖은 제작진

시즌 1과 2는 아이돌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채워준 시기였다. 연습생들이 갈등과 화해를 이어가며 팀을 이루는 과정을 신기하면서 재미있게 지켜본 것이다. 누가 뽑힐지 궁금했고 화제성도 높았다. 그래서일까. 이번 시즌은 팀 별로 센터를 뽑는 것에 많은 방송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지난 시즌과 다른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기획 의도와는 거리가 먼, 타성에 젖어 보이는 연출이다.

센터 투표에 집중하는 편집은 일반 시청자들의 리모컨을 붙들어 두기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비슷비슷한 장면이 계속 반복되는 데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을까? 시즌 1, 2를 통해 <프로듀스> 시리즈의 내러티브에 이미 익숙해진 시청자들이다. 편집으로 구현하는 기획 의도와 연출 방향도 마찬가지다. 일부 시청자들은 이번 시즌이 방송될 때마다 의도가 뻔히 보인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열과 성을 다한 제작진들은 좀 억울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 많은 시청자들이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부족한 근거로 의심한 시청자들에게도 문제는 있지만 말이다.

 20일 방송된 Mnet <프로듀스48>에서 솔로 파트를 소화하는 박해윤.

20일 방송된 Mnet <프로듀스48>에서 솔로 파트를 소화하는 박해윤. ⓒ Mnet


사람이 보이는 방송이 되기를

어린 소녀들이 동료들에게 무릎 꿇고 읍소한다. 센터로 뽑아달라고. 센터가 된다고 그들 모두 아이돌이 될 수 있을까? 그들은 안다. 모두가 그 자리에 서진 못한다는 걸. 우리도 안다. 저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얻지 못할 게 있다는 걸. 그래도 그들이 다른 동료의 성공을 위한 도구로 쓰였다는 자괴감을 맛보게 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프로듀스48>에서 그리는 건 아이돌이 되고 싶어 하는 어린 세대의 이야기지만 꼭 아이돌 세계만 그럴까? 누군가는 뽑힐 것이고 대다수는 선택받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못 오를 곳이 있겠지만 그동안 흘린 땀과 눈물이 헛된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가 필요하다. 연습생이나 시청자들에게나. 카메라와 편집기는 기계이지만 그걸 만지는 건 사람이다. 기계 뒤에 혹은 앞에 자리한 따스한 눈과 마음을 기대해본다.

혹시나 오늘도 내 이름이 적힌 기사가 나올까 인터넷을 뒤지는 연습생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순위보다는 이름으로, 뜨거웠던 이 여름 더 뜨겁게 노력했던 한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강대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오피니언뉴스에도 게재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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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반전을 위해 하프타임을 보내는 50대 남자. 월간문학 등단 수필가이자 동화 공부 중인 작가. 그리고 여러 매체에 글을 연재 중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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