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무서운 질주를 이어가고 있는 영웅들이 파죽의 8연승을 내달렸다.

장정석 감독이 이끄는 넥센 히어로즈는 11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LG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3방을 포함해 장단18안타를 터트리며 13-8로 승리했다.

올 시즌 상대전적 2승10패로 절대열세에 있던 LG를 상대로 난타전 끝에 승리를 거둔 넥센은 5위 LG와의 승차를 2.5경기로 벌리며 4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반면에 전날 8연패에서 탈출한 LG는 넥센에게 곧바로 패하며 연패탈출의 분위기를 연승으로 만드는데 실패했다.

8번3루수로 출전한 송성문이 데뷔 첫 멀티 홈런을 터트리며 6타점3득점을 쓸어 담았고 박병호는 시즌 32호 결승 홈런을 터트리며 홈런 부문 공동 2위로 뛰어 올랐다. 하지만 현재 넥센 타선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는 송성문도 박병호도 아닌 바로 이 선수다. 최근 5경기에서 무려 16안타10득점을 폭발시키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체 선수 발표를 앞두고 무력시위를 펼치고 있는 '바람의 손자' 이정후가 그 주인공이다.

시작할 때부터 따라다니던 '야구천재' 아버지의 짙은 그림자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넥센 히어로즈 이정후가 1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복귀전에 나서기 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후는 어깨 부상으로 한 달간 쉬었다. 2018.7.19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넥센 히어로즈 이정후가 1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복귀전에 나서기 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후는 어깨 부상으로 한 달간 쉬었다. 2018.7.19 ⓒ 연합뉴스


이정후는 야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주변의 뜨거운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KBO리그 사상 손에 꼽히는 천재 선수였던 '바람의 아들' 이종범(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정후는 영원히 바뀔 수 없는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많은 2세 선수들이 아버지의 명성에 부담을 느끼고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정후는 예외였다.

이정후는 광주 서석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2010년 KIA타이거즈기 호남지역 리틀 야구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MVP를 차지했다. 광주 무등중학교를 다니다가 3학년 때 서울로 전학을 온 이정후는 휘문중을 거쳐 서울 지역의 야구명문 휘문고에 진학했다. 이정후는 1학년 때 선배 김주성(LG)에 가려 여러 포지션을 돌았지만 2학년 2학기때부터 본격적으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유격수로 활약했다.

이정후는 오른손 타자였던 아버지와 달리 우투좌타였지만 날카로운 타격과 빠른 발은 아버지와 판박이였다. 중학교 때 서울로 이사 오는 바람에 서울권 선수로 분류된 이정후는 높은 잠재력을 인정 받으면서도 1차 지명에 뽑히기엔 쉽지 않을 거라는 평가를 받았다. 뛰어난 타격 재능에 비해 유격수 수비에는 약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정후의 상품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넥센에서는 과감하게 이정후를 1차 지명으로 선택했다.

이종범과 함께 역대 최초로 1차 지명으로 프로에 입성한 부자선수가 된 이정후는 넥센으로부터 2억 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넥센은 2016 시즌이 끝난 후 가고시마 마무리 캠프 명단에 이정후를 포함시키며 '이정후 스타 만들기'에 돌입했다. 이정후는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뛰어난 타격재능에 비해 수비에서 여전히 약점을 드러냈고 넥센에서는 그런 이정후를 외야수로 변신시켰다. 이는 이정후에게도 넥센에게도 '신의 한 수'가 됐다.

작년 시즌 넥센의 주전 중견수로 활약하며 전경기에 출전한 이정후는 타율 .324 179안타2홈런47타점111득점12도루라는 엄청난 성적을 올렸다. 이정후가 세운 179안타와 111득점은 1994년 서용빈이 세운 157안타와 같은 해 유지현의 109득점을 뛰어 넘는 역대 신인 최고 기록이었다. 이정후는 KBO리그 역대 최초로 순수 고졸 야수 신인왕에 등극했다.

대체 선수 선발 앞두고 9경기 타율 5할22안타10타점14득점

프로 입단 1년 만에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 KBO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외야수로 성장한 이정후는 작년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대회에 아버지와 함께 코치와 선수 자격으로 출전했다. 비록 만25세 이하로 구성된 젊은 팀이었지만 이정후는 자신의 첫 성인 국제대회에서 3경기 동안 2개의 장타로 3타점을 올리는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이정후는 올해 1억1000만 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하며 2년 차 최다 연봉 기록도 갈아 치웠다.

하지만 이정후의 올 시즌 시작은 썩 좋지 못했다. 작년 말 개인 훈련을 하다가 손가락 부상을 당해 스프링캠프에서 제외된 이정후는 시범경기에서 21타수2안타(타율 .095)에 그치며 고전했다. 그래도 시즌이 개막한 후에는 꾸준히 3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했지만 5월중순 두산 베어스전에서 조쉬 린드블럼의 투구에 맞아 종아리 부상을 당해 보름 동안 1군에서 자리를 비웠다. 6월 중순에는 주루 플레이 도중 어깨를 다쳐 전반기 일정을 모두 거르기도 했다.

부상 여파로 아시안 게임 최종 엔트리에도 탈락한 이정후는 7월19일 LG전에서 복귀한 후 11경기에서 타율 .419를 기록하며 건재를 알렸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국가대표 외야수 박건우(두산)가 부상으로 이탈한 이후 이정후는 그야말로 '미친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8월 들어 9경기에서 44타수22안타(타율.500)1홈런10타점14득점3도루를 기록한 이정후는 규정 타석에 진입하면서 어느새 타율 2위로 뛰어 올랐다.

청주에서 열렸던 한화 이글스와의 2연전에서 6안타3타점5득점을 기록한 이정후는 청주에서 보여준 타격감을 고척돔으로 그대로 가져왔다. 이정후는 11일 LG전에서 유격수 땅볼로 물러난 두 번째 타석을 제외하면 전타석에서 안타를 터트리며 하루 만에 시즌 타율을 .357에서 .366로 끌어 올렸다. 5월부터 꾸준히 타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양의지(두산, .368)와의 차이는 고작 2리에 불과하다.

옆구리 부상으로 대표팀 하차가 확실시되는 박건우 대신 대표팀에 들어갈 수 있는 우타 외야수는 민병헌(롯데 자이언츠)과 김동엽(SK와이번스), 그리고 김성욱(NC다이노스)뿐이다. 하지만 우타 외야수가 빠졌다고 해서 꼭 우타 외야수로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법은 없다. 현재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 이정후 역시 선동열 감독의 부름을 받아 인도네시아행 비행기에 오를 자격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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