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의 진실에 다가가겠다며 1년여 간 활동한 선체조사위원회(아래 선조위)는 결국 어떤 합의점도 찾지 못한 채 해산했다. 조사위원들은 양측으로 갈라졌고, 이들은 지난 8월 6일 세월호 침몰 원인은 선체 내부에 문제가 있다는 '내인설'과 외부 충격 등 외력 가능성을 암시하는 '열린안' 이렇게 두 갈래의 결론을 함께 표기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고 원인 규명에 힘을 쏟았다. 그간 여러 가설이 나왔지만, 현재까지 꾸준히 그리고 끈질기게 사안을 파고든 주체는 크게 <뉴스타파>와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의 김지영 감독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양측 역시 선조위의 보고서대로 서로 다른 가설을 내세우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그간 직접 양측을 접촉한 사실을 바탕으로 <뉴스타파>와 <그날, 바다>가 내놓은 가설의 차이점과 타당성을 짚어봤다.

 <그날, 바다>의 한 장면

<그날, 바다>의 한 장면ⓒ 프로젝트 부


<뉴스타파>가 논파 시도한 외력설 

지난 기사 '세월호 침몰 원인, <뉴스타파>와 <그날, 바다> 왜 달랐나'(http://omn.kr/r4ji)를 통해 양측의 가설을 한 차례 정리한 바 있다. 당시 <뉴스타파>에서 해당 보도를 이어온 김성수 기자에게 추가 취재를 요청했지만 김성수 기자는 "그간의 취재 내용을 총정리한 보도를 준비하고 있다"며 답을 아꼈다.

그 정리 기사가 바로 지난 7월 13일 보도한 '누구의 '인텐션'인가?... 세월호 항적 조작과 앵커설 검증'과 '세월호 AIS조작 없었다...해외 데이터와 비교 분석 결과'였다. 두 꼭지를 통해 <뉴스타파>는 특히 <그날, 바다>가 세워온 가설을 집중적으로 검증했으며 사실상 '외력설은 무리한 가설'이라는 기존 <뉴스타파>의 결론을 한층 강화했다.

앞서 <뉴스타파>는 5월 11일자 보도를 통해 세월호 침몰원인을 '유압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에 있다고 보도했다. 조타장치의 일부인 해당 밸브의 고착으로 세월호 방향타의 통제력이 상실됐고, 급변침으로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것이다.

이어 <뉴스타파>는 7월 보도를 통해 상세하게 <그날, 바다>의 가설, 즉 앵커침몰설을 집중 반박했다. <그날, 바다>는 정부가 제시한 세월호 AIS(선박자동식별장치) 데이터는 조작됐으며, (추자도에서 관측한) 해군 레이더(SPS95K) 항적도 등과 비교한 결과 병풍도 인근 해저 지면과 앵커(닻)가 마찰해 지그재그 운항을 하다, 좌현 앵커가 걸리면서 급격히 기울었다고 주장했다.

쟁점 하나. AIS 데이터는 정말 조작 불가? 

<뉴스타파>는 <그날, 바다>의 핵심 논거, '즉 정부가 발표한 AIS 데이터는 조작된 것'의 오류를 집중 짚었다. AIS데이터는 조작이 불가능하다는 걸 집중적으로 입증함과 동시에 (<그날, 바다> 측이 관제자료를 부정하고 해군 항적도만 신뢰하는 건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7월 13일 <뉴스타파>가 보도한 기사 '누구의 '인텐션'인가?... 세월호 항적 조작과 앵커설 검증' 중 한 장면

지난 7월 13일 <뉴스타파>가 보도한 기사 '누구의 '인텐션'인가?... 세월호 항적 조작과 앵커설 검증' 중 한 장면ⓒ 뉴스타파


근거는 다음과 같다. <뉴스타파>는 진도 관제센터(VTS)를 비롯해 사고 당시 7곳의 세월호 AIS 항적 정보, 그리고 해외 민간기업 네덜란드 Made Smart사가 인천항과 목포항 수신기 및 위성으로 수신한 세월호 AIS 항적 정보를 입수해 분석했다. 결과는 각각의 데이터가 다 일치. <그날, 바다>의 조작 주장이 신빙성을 얻으려면 주체가 누구든 해외 기업 데이터를 비롯해 모든 곳의 데이터가 일치하도록 조작했어야 한다는 게 <뉴스타파>의 논지였다. 

이어 <뉴스타파>는 <그날, 바다>가 AIS의 기술적 특성을 잘못 이해한 것으로 봤다. 앞서 언급한 정부 관할 7곳 관제센터 산하 22개 기지국에 중복 수신된 메시지를 묶어보니 하나의 같은 메시지라도 각 기지국마다 수신된 시각이 서로 달랐다는 걸 근거로 들었다. <그날, 바다>는  선박이 속도 급변화나 방향 급선회(급변침)를 할 때 나타나는 특별메시지의 빈도수를 근거로 사고 당시 세월호의 항적을 추론했는데 그게 잘못된 방식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뉴스타파>는 이런 오류를 보완하기 위해 데이터 수신시간 기준이 아닌 생성시간 기준으로 정렬해야 하며 '타임스탬프' 정보를 활용해야 한다고 봤다. 물론 이 방식에도 오류 가능성이 있음을 <뉴스타파>는 인정했다. 다만 진도VTS 관리업체 GCSC 이상길 대표의 말을 인용해 육상 네비게이션처럼 일부 튀는 현상이 나올 수 있지만, 세월호 AIS 데이터의 경우 정확도가 99.7%에 해당하기에 (데이터를 생성 시간 기준으로 정렬하는 방식은) 특별한 오류가 있지 않다고 봤다. 

<그날, 바다>는 사고 당시 세월호를 목격한 둘라에이스호의 문예식 선장의 말을 제시하며 세월호 AIS가 꺼졌던 시간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뉴스타파>는 세월호에 장착된 Class A 타입의 AIS 장비는 그 특성에 비춰봐서도 전원을 껐다가 켜면 최소 1분여의 구동 시간이 필요한데, 타임스탬프 방식으로 데이터를 정렬했을 때 당시 세월호 AIS 데이터 생성시각 간격이 가장 큰 구간조차 1분 미만이었기에 장비는 꺼져있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정리하면 AIS 메시지의 생성시각과 전송시각은 거의 동일하지만 (기지국 등에서) 수신하는 시간은 수초에서 수십 초까지 차이가 날 수 있기에 <그날, 바다>의 수신 시각 기준인 항적 재현은 잘못된 접근이라는 것이다. 또한 한 선박에서 전송한 AIS 데이터를 여러 수신처(진도 VTS를 포함한)가 동시에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날, 바다>의 '1분당 수신된 메시지 개수'를 근거로 세월호의 속력을 추정하는 것도 무리이고 나아가 이런 정황으로 AIS 데이터는 조작됐다고 말하는 것 또한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게 <뉴스타파>의 논지였다.

쟁점 둘. <그날, 바다>는 필요한 데이터만 취사선택했다?

 지난 7월 13일 <뉴스타파>가 보도한 기사 '누구의 '인텐션'인가?... 세월호 항적 조작과 앵커설 검증' 중 한 장면

지난 7월 13일 <뉴스타파>가 보도한 기사 '누구의 '인텐션'인가?... 세월호 항적 조작과 앵커설 검증' 중 한 장면ⓒ 뉴스타파


AIS 데이터 조작 가능성과 함께 <뉴스타파>는 <그날, 바다> 측이 사고 지점에서 40km나 떨어진 해군 레이더 데이터를 취사선택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날, 바다>는 바로 이 해군 레이더 데이터에 나타난 지그재그 운항 정황, 4월 16일 오전 7시경부터 급격한 움직임을 느꼈다는 생존자들의 증언 등을 근거로 정부가 발표한 세월호 항적이 거짓이며, 사실상 앵커에 의해 이상한 항적이 나타난 것이라 추론했다.

<뉴스타파>는 같은 해군 레이더의 또 다른 자료를 분석했다. 목포와 제주도를 왕복 운항하는 여객선 산타루치노호, 완도에서 추자도를 거쳐 제주도 및 진도를 오가는 여객선 한일레드펄호를 확인한 결과 두 선박의 해군 레이더 항적도 또한 (정부 관제센터의) AIS 항적과 간격이 700m 이상 벌어졌고, 세월호와 마찬가지로 급격히 꺾여 있었다며 결국 이런 차이는 해군 레이더 자료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오류라는 요지였다. 

<뉴스타파>는 해군 레이더의 특성상 사물과 거리가 멀어질수록 빔폭 때문에 오류가 나타나기 쉬운데 사고 당시 세월호와 해군 레이더 간 거리가 약 40km였다는 걸 고려하면 <그날, 바다>가 선택한 해군 레이더 항적도는 (정합성이 있는 데이터가 아닌) 데이터가 튀는 현상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해석했다.

이어 <뉴스타파>는 <그날, 바다>가 세월호의 AIS 항적을 조작된 것으로 규정하고 해군 레이더 항적을 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라면서도 그 안에 거짓이 일부 섞여 있다고 했는데 일부는 진실, 일부는 거짓으로 분류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별개로 <뉴스타파>는 앵커침몰설을 검증하기 위해 세월호와 같은 6천톤급 선박인 부산해양대학교의 실습선 한바다호에 탑승해서 실제로 앵커를 올리고 내리는 과정을 관찰해 보도했다. 그 결과 앵커 작업은 최소 4단계를 거쳐 진행되며 최소 2인 이상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작업인데 세월호 침몰 당시 시간과 정황을 살폈을 때 이미 주 발전기가 정지한 상황이었고 선체 역시 50도 이상 기울어 있었기에 사실상 앵커 작업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게 <뉴스타파>의 결론이었다.

 지난 7월 13일 <뉴스타파>가 보도한 기사 '누구의 '인텐션'인가?... 세월호 항적 조작과 앵커설 검증' 중 한 장면

지난 7월 13일 <뉴스타파>가 보도한 기사 '누구의 '인텐션'인가?... 세월호 항적 조작과 앵커설 검증' 중 한 장면ⓒ 뉴스타파


해당 사안을 보도한 <뉴스타파> 김성수 기자를 직접 접촉했다. 김성수 기자는 <오마이뉴스>에 "기사에 언급한 업체들 외에 여러 선박에서 세월호 AIS 데이터를 제공했고, 해외 업체 역시 기사에 언급한 곳 말고 대여섯 군데가 더 있었다"며 "원문형태로 제공한 곳이 네덜란드 회사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식 취재 요청 공문을 보낸 뒤) <그날, 바다>의 김지영 감독에겐 연락이 없다"며 김성수 기자는 "해군 레이더로 확인한 또 다른 민간선박 두 척에서도 (세월호가 보인 것과) 같은 패턴의 데이터가 발견됐다는 것에 대한 감독님의 의견이 궁금하다. 그 해군 레이더는 (40km 거리의) 추자도에 있는 것이기에 (세월호 데이터와 다른 선박의 데이터를 두고) 교차 검증이 필요했을 텐데 그걸 거르고 넘어갔다"라고 전했다.  

김지영 감독 반론... "<뉴스타파> 보도에 실수 있어"

보도 이후 <그날, 바다>의 김지영 감독을 접촉했다. 이틀에 걸쳐 긴 시간 감독은 AIS 개념에 대해 설명했다. 애초에 <그날, 바다> 측은 "<뉴스타파> 보도에 다소 실수가 있다. 정부가 발표한 AIS 데이터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침몰원인 규명 자체가 달라질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며 "2기 특별조사위원회(아래 특조위)에서 정리될 문제라 섣불리 말하기는 어려우니 내부적으로 상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는데 감독이 직접 논쟁 지점에 대한 취재에 응했다.

김지영 감독은 "<뉴스타파> 보도는 일종의 물타기"라며 세월호 AIS 데이터가 조작 불가하고 해군 레이더 데이터를 취사선택했다는 해당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이어 "해외에서 수집한 (세월호) AIS 데이터 분석은 이미 (영화 개봉 전) 끝낸 상태"였다며 김 감독은 "(<뉴스타파>는 자사가 구한 해외 데이터와 정부 데이터가 일치한다는 것만 보도했지만 반대로) 정부가 발표한 AIS 데이터와 불일치하는 해외 AIS 데이터도 존재한다"고 말을 이었다. 

"이런 불일치 현상이 왜 일어났을까? 설명이 불가능하다. 사고 이후 해양수산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인천운항관리실 데이터 중 2014년 4월 16일 9시 11분 22초 것이 빠져있다. 로우데이터(원문데이터, 아스키코드로 암호화)는 있는데 그걸 디코딩(탈암호화)한 자료는 안 낸 것이지. 나중에 로우데이터를 다 받아서 분석해보니 서거차도에서 수신한 데이터와 해수부가 제출한 데이터가 서로 다르더라. 서거차도 자료 등 국내 곳곳의 관제센터자료가 모여서 운항관리실로 들어가는데 말이지."

김지영 감독은 이 지점에서 <미디어오늘> 기사를 언급했다. 2016년 5월 18일 자 '청해진해운이 국정원에 보낸 의문의 AIS좌표' 제하의 해당 기사는 청해진해운 임원이 인천운항관리실 모니터를 촬영한 사진을 근거로 정부가 발표한 AIS 항적에도, 원문데이터에도 없는 좌표가 나타났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AIS 데이터 조작설에 힘을 싣는 기사였다.

김지영 감독은 "해당 기사를 쓴 기자와 통화를 했는데 그분은 인천운항관리실에 찍힌 게 진짜 세월호 데이터 같고, (정부가 제시한) 서거차도 데이터는 거짓 같다고 했다"며 "그분 말이 맞을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사실 세 가지다. 운항관리실이 진짜고 이후 해수부가 발표한 서거차도 데이터가 거짓이거나, 서거차도가 진짜고 운항관리실 게 조작됐거나, 아니면 둘 다 조작이거나 말이다"라고 전했다.  

"일단 급하니까 조작데이터를 운항관리실에 뿌려놓고, (서거차도가 수신한) AIS 데이터는 다른 배들도 목격하지 못했다는 정황이 있으니까 추후에 조작해 발표한 것일 수 있다는 말이지. 이 부분도 2기 특조위 수사 대상이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우리가 입수한 해외에서 수신한 AIS 데이터에서도 정부 발표와 일치하지 않는 데이터가 있었다. 이 역시 세 가지 가능성이지. 정부 것이 조작이거나 해외 것이 조작이거나 혹은 둘 다 조작이거나."

그가 구했다는 여러 해외 데이터들이 서로 일치하는지를 물었다. 정부 발표와 다른 복수의 해외 데이터들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김지영 감독은 "그것까진 말씀드릴 순 없다"며 "물타기 등에 대비하기 위한 카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의심스러운 건 우리를 비롯해 여러 전문가들이 구하려 했던 해외 AIS 데이터들이 갑자기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라 답했다. 

"<뉴스타파> 보도에 인용된 이상길 대표 역시 다소 수상하다. 진도VTS 관리업체 대표이면서 과거에 진도VTS 서버를 해킹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AIS 데이터는 보안이 취약하다. 이 부분 역시 특조위에서 검증이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해외 AIS 데이터가 전부 진실일까? 그중에서도 이상한 데이터가 많다. <뉴스타파>가 선택한 네덜란드 Made smart 사를 검색해보니 2014년 설립된 소규모 업체더라. 일종의 소매상인데 직접 데이터를 수집할 여력이 안 되는 곳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사 온 데이터일 텐데 그 회사 데이터가 신뢰받으려면 해당 데이터를 판매한 회사가 라이선스 업체인지부터 규명돼야 한다. 아니면 그 네덜란드 회사가 직접 한국에 안테나를 세웠는지를 밝히거나."

김지영 감독은 AIS 데이터에 관해서 <뉴스타파>는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고 섣불리 보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월호 지그재그 운항에 대한 증거는 여러 개..."

<그날, 바다> 김지영 감독 세월호 침몰 원인을 과학적으로 다룬 추적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의 김지영 감독이 18일 오후 서울 충정로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그날, 바다> 김지영 감독세월호 침몰 원인을 과학적으로 다룬 추적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의 김지영 감독ⓒ 이정민


이어 김 감독은 해군 레이더(<뉴스타파>는 해당 레이더 기종을 SPS95K로 보도했는데 김지영 감독은 GPS-100이라고 설명했다-기자 주)의 취사선택 문제, 그리고 교차 검증이 없었다는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그건 2014년 9월경부터 논란이 됐던 사안"이라며 설명을 이었다.

"<뉴스타파> 주장은 일반론이다. 여러 민간선박에서도 지그재그 데이터가 나오니 해군 레이더 데이터는 신뢰할 수 없다 이거 아닌가. 어차피 거리가 멀어지면 레이더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건 상식적인 이야기다. 이걸 가지고 해군 레이더 자료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 건데 데이터가 가끔 튄다는 정도로 세월호가 지그재그 운항을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순 없다. 

우린 몇 가지 증거를 대고 있다. 사고 당일 8시 48분 40초부터 8시 49초 14초 사이 30초의 누락구간이 있다. 여러 곳에서 보도한 유명한 누락구간이다. 영화에선 그 누락구간의 코스값(cog라 표기함)을 분석해보니 병풍도 진입 때부터 사고 직전까지 크게 좌회전했다가 우회전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증거는 관제자료 레이더 영상에 있다. 노랗게 청크(chunk, 덩어리 모양의 이미지)가 뜬 게 있는데 그 이미지를 2014년 10월경 해수보와 유가족이 함께 정밀 복원했다. 아까 말한 그 누락구간에서 레이더는 좌회전했다가 우로 가는 식이더라. 이 내용은 <파파이스> '누가 레이더를 무서워하는가' 편에서 발표한 바 있다. 

승객들의 증언 역시 지그재그 운항을 증명한다. 사고 초반부터 일주일 정도까지 제가 만난 분 중에서 지그재그 운항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왔다. KBS에서도 사고 첫날과 둘째 날에 지그재그 운항에 대해 보도했다. (영화에서 설명한) AIS 상 특별메시지 역시 지그재그의 근거다. 매뉴얼 상 급격한 속력 변화와 급변침 때 특별메시지가 나오는데 해군 레이더가 크게 꺾이는 부분과 특별메시지가 나타난 구간이 일치하더라. 8시 초반에도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

김지영 감독은 2014년 10월 10일 <뉴스타파>의 '세월호 항적 사라진 29초 복원'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해당 기사의 근거는 정부 자료를 복원한 관제자료였는데 누락구간의 데이터를 보니 세월호는 거의 직진하다가 조류에 밀리다가 우회전했다고 보도했다"며 "여러 전문가를 만나면서 그 데이터의 정체를 알게 됐는데 바로 ITT(Integrate, 혹은 퓨전) 데이터였다"고 설명을 계속해 나갔다.

"초기 AIS 정밀도가 떨어질 때 오차가 6m인가 그랬다. 그 범위 내로 배가 지나다니면 하나의 배처럼 보여서 관제사들을 위해 등장한 게 일종의 ITT 데이터다. AIS 좌표와 레이더 자료를 섞은 것이다. 보통 AIS 중심좌표 + 레이더 좌표값으로 나온다. (우리가 말한) AIS 좌표상에선 좌로 갔다가 우로 갔다고 나왔는데 (<뉴스타파>가 보도한) ITT 데이터는 잠시 조류에 밀렸다가 우회전했다고 한다. 30초간 AIS 자료가 누락됐다는 전제하에 둘 자료 중 무엇이 정확할까? 

AIS 자료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그 순간의 마지막 좌표가 기준이 된다. 5대5로 (AIS와 레이더 자료를) 섞는 식인데 ITT는 그럼 어떻게 만들어지겠나 레이더 자료 쪽으로 당연히 수렴하지. 일종의 종속데이터인데 <뉴스타파> 기사를 보면 ITT 데이터상 직진하는 형태가 있다고 한다. 우리 결론은 AIS 입력이 없던 그 30초간의 항적을 가장 잘 나타내는 건 레이더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좌에서 우로 간 항적이 더 정확하다고 본 것이지. 전문가들도 <뉴스타파>가 제시한 ITT 데이터를 보면서 이상하다고 했다. 버그가 있었거나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왜나면 ITT 데이터는 독립적으로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니 말이다."

김지영 감독은 <뉴스타파> 보도를 사실상 오보로 보고 있었다. 양측의 논증을 종합하면 사고 당시 AIS가 과연 꺼졌던 것인지, 그리고 해외 업체에서 수집한 세월호 AIS 자료의 정합성 등이 대립지점으로 남는 셈이다.

 지난 2일 <뉴스타파> 기사 '마린 3차 보고서 단독 입수... "세월호 위력설은 비현실적 시나리오"

지난 2일 <뉴스타파> 기사 '마린 3차 보고서 단독 입수... "세월호 위력설은 비현실적 시나리오"ⓒ 뉴스타파 페이스북 갈무리


선조위 'AIS 조작 가능성 없다' 결론냈지만

김지영 감독이 언급한 <미디어오늘> 기사에 대해 15일 <뉴스타파> 김성수 기자가 추가로 의견을 전해왔다. 김성수 기자는 "해당 기사에 언급된 (모니터상에 찍힌) 데이터는 세월호가 9시 7분 43초에 생성해 전송한 데이터며, 인천운항관리실 VMS(선박모니터링시스템, Vessel Monitoring System)의 시간 설정이 늦게 돼 있던 탓에 9시 11분 22초에 수신된 것으로 나타나 있었을 뿐"이라며 "실제로 같은 데이터가 진도VTS 어란진 기지국에선 9시 11분 4초에 수신된 것으로, 서거차도 기지국에는 9시 13분 22초에 수신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역시 각 기지국 시간 설정이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기자는 "<뉴스타파> 기사에서, 그리고 선조위의 조사 과정에서도 AIS를 타임스탬프 기준으로 분석한 이유가 바로 이런 착시현상들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며 "더불어 김지영 감독이 <미디어오늘> 기사에 담긴 사진 속 AIS 데이터를 신뢰한다면 그 데이터가 생성된 시각인 9시 7분 43초에 세월호 AIS는 켜져 있었다는 얘기도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선조위가 발표한 종합보고서를 살펴봤다. 김창준, 김영모, 김철승 위원이 발표한 '내인설'은 "결국 선조위는 해양수산부와 선조위가 각각 복원한 AIS로그원문데이터에는 조작이나 편집의 흔적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 이후 AIS항적을 둘러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태라서 해외 민간업체에서 세월호 AIS로그원문데이터를 추가로 입수해 보다 정밀한 검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결론냈다.

권영빈, 이동권, 장범선 위원이 발표한 '열린안'은 "결국 선조위는 해양수산부와 선조위가 각각 복원한 AIS로그원문데이터에는 조작이나 편집의 흔적이 없다고 잠정 결론지었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 이후 AIS항적을 둘러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태라서 다른 해외 민간업체에서 세월호 AIS로그원문데이터를 추가로 입수해 보다 정밀한 검증을 진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덧붙여 AIS 원문 데이터의 해석에 대해서 많은 진전을 이뤄냈으나 증거로서의 가치에 비해 앞으로 추가 조사해야 할 부분이 많음도 확인하였다"라고 덧붙였다.

또 양 보고서 모두 <뉴스타파> 보도 내용대로 AIS 항적을 수신시간이 아닌 송신(생성)시간 기준으로 정렬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같은 로그원문데이터인데도 VTS마다 저장한 수신시간이 달랐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또한 김지영 감독이 정합성을 의심한 네덜란드 메이드스마트(Made Smart)사의 AIS 원문데이터를 양 보고서 모두 검토했다. 특히 해당 회사에 대해 보고서는 '인천항과 목포항의 육상 수신기 및 위성으로 세월호의 AIS 로그원문데이터를 수신했다'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한편 지난 8월 2일 <뉴스타파>는 '마린 3차 보고서 단독 입수… "세월호 외력설은 비현실적 시나리오"'라는 꼭지를 통해 해외 연구소가 외력설은 사실상 기각됐다는 의견을 냈고, 선조위 내부에서 최종 보고서 채택과정에서 해당 의견은 삭제하도록 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유가족들의 최대 바람인 과연 침몰원인 규명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이제 공은 2기 특조위에 넘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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