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맘마미아! 2>의 작품 포스터

영화 <맘마미아! 2>의 작품 포스터ⓒ UPI 코리아


<맘마미아!> 후속작이 개봉한다기에 영화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봤다. 오랜만에 그룹 ABBA의 노래 선율을 흥얼거리며 추억에 잠겼다. 그런데 눈을 감은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분명 영화를 재밌게 보았던 기억이 있는데도 말이다. 그렇다. 나는 내용을 새까맣게 잊어버렸다.

참으로 야속한 일이었다. 원래 어떤 영화는 음악이 좋아 인상 속에 남기도 하지만, 이처럼 음악만 남아버린 영화는 처음이었다. 비슷한 예를 꼽으라면 <라붐>에서 소피 마르소가 껴안은 헤드폰 정도?

슬퍼할 시간도 없이 정신을 차려 검색해보았다. 2008년. <맘마미아!> 1편은 2008년에 개봉했고, 이번에 개봉한 후속작은 십 년 만에 우리 곁으로 왔다. 그것을 보곤 속으로 안심했다. 그래, 십 년이면 기억이 나지 않을 만도 하지.

다른 한 편으로는 가슴 한구석이 설렜다. 마치 오래된 첫사랑을 만나는 것처럼 작은 가슴이 콩콩 설레였다. 아트 하우스의 친근한 감독들을 만날 때와는 다른 느낌의 설렘이었다.

 영화 <맘마미아! 2>의 한 장면

영화 <맘마미아! 2>의 한 장면ⓒ UPI 코리아


어느 뮤지컬 영화에서도 이야기는 음악을 더욱 로맨틱하게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다. 특정 장면에서 특정 음악이 흘러나오는 순간이 인상에 남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맘마미아!>에서도 음악이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 분)의 사랑을 더욱 로맨틱하게 만들어 준다. 소피가 아버지를 만났을 때, 소피가 연인을 만나 흥겨움에 젖었을 때 ABBA의 노래는 흘러나온다. 그 순간은 등장인물을 비롯해 영화 밖의 우리 또한 즐거워진다. 그렇다면 <맘마미아!>에서 이야기는 왜 부수적인 것이 되었을까?

<맘마미아!>에서 이야기는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다. 그건 이 영화가 뮤지컬 영화이기 때문은 아니다. 이 영화가 ABBA에게 바치는 헌정사이기 때문이다. ABBA 음악들을 일렬로 늘어놓고 가사에 맞추어 상황극을 보여주는 듯한 이 영화는 그야말로 '전시'라 부를 만하다. ABBA의 여러 히트곡이 이어지는 가운데에는 그 분위기 또한 길게 이어진다. 어떻게 보면 정해진 분위기를 놓고 시나리오를 짜 맞추는 것이기에 그다지 좋지 못한 모양새이기도 하다.

엄밀하게 말해 <맘마미아!>의 이야기는 큰 갈등이 없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지루함을 안겨줄 수도 있다. 큰 갈등이 없다는 건 기승전결이 흐릿하다는 것이고, 기승전결이 흐릿하다는 건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이야기는 그저 우리의 일상처럼 평이하게 흘러가는 것이므로 재미가 없다. 남들이 보기에는 재밌게 사는 것처럼 보여도 자신에게 자신의 삶이 재미없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그것이 자신에게는 늘 반복되는 것이기에 '예외적인' 사건이 되지 못한다.

그런데 분명 <맘마미아!>는 늘 흥겹고 상영관 밖에서도 그렇다. 화를 낼 타이밍에는 항상 ABBA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말하자면 갈등의 전형'인 이야기에서 '갈등'이 사라진다. 갈등의 전형에서 갈등이 사라지고 나니 그 구멍에는 ABBA의 행복한 음악들이 삽입된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 ABBA는 서사의 구멍을 일부러 만들기도 하지만 다시금 메우기도 한다. 그게 바로 이 영화를 ABBA의 또 다른 분신이라 부를 만한 이유다.
 영화 <맘마미아! 2>의 한 장면

영화 <맘마미아! 2>의 한 장면ⓒ UPI 코리아


인간이 신에게 기도하며 마음의 평안을 찾는다면 이 영화에서는 ABBA에 기대는 듯 보인다. 말하자면 영화 속 인물들이 부르는 노래는 단순히 보여주기에 불과하지 않다. 그들은 갈등을 외면하는 게 아니라 노래를 통해 받아들인다. 그래서 이 영화는 노래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만약 노래가 인간의 희로애락을 모두 표현한다면 그들의 일상에 갈등이 없는 건 무척 당연한 일이다. <맘마미아!>의 인물들은 언제 어디서나 노래를 부르고, 그건 곧 일상 속에 늘 희로애락을 품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삶은 완전히 평이한 것이 아니라 노래라는 감정을 품고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음유시인 바드라고나 할까. 마치 <맘마미아!>의 인물들은 삶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 노래로 변화하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삶이 노래로 변화하는 과정,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 ABBA의 음악은 그들의 행복한 삶을 음악에 실어 관객에게 보내는 것이기도 하다. 영화가 시작하면 어느 인물이 갑작스레 노래를 시작하고, 그 노래는 영화 외부의 음악으로 번져 이것이 디제시스임을 우리에게 인지시킨다. 말하자면, 이야기의 요소로 시작된 이 음악은 지금 이 순간이 환상에 일렁이는 것이라고 우리에게 말한다.
 영화 <맘마미아! 2>의 한 장면

영화 <맘마미아! 2>의 한 장면ⓒ UPI 코리아


이 영화가 표면적으로 로맨틱 코미디의 형식을 취한 만큼, 인물 간의 관계에는 늘 사랑 비슷한 무언가가 자리 잡고 있다. 소피가 어머니 도나 (메릴 스트립 분)에게 보내는 사랑은 효도라기보단 '모녀연대'에 가깝고, 그래서 그녀는 어머니를 둘러싼 세 남자를 모두 '아버지'로서 초빙한다. 말하자면 그녀는 흐려진 친자에 대해 직접적인 감정을 품는 게 아니라, 어머니를 통해 사건을 봄으로써 세 남자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을 답습하게 된다.

사랑하면 그 사람만이 눈에 들어온다는 말이 있듯이 이 영화에서도 인물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시야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그들 세계에서 갈등이 구체화하지 않는 건 아마도 그들이 사랑의 관계로 엮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랑의 관계가 단지 개인의 시선에서 머무르지 않고 타인에게 공유되는 계기가 바로 음악이다. 이때, 음악은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귀를 통해 마음으로 느낀다는 점에서 사랑의 속삭임에 빗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금 디제시스의 역할이 시작된다. 그들 사이에 은밀히 교환되던 사랑의 세레나데가 영화 밖으로 울려 퍼진다. 우리는 그 노래를 들으며 음악 속에 숨겨진 그대를 떠올리게 된다. 이 멋진 여성들은 섬이라는 고립된 장소를 자신만의 낙원으로 일으켜 세운다. 그 낙원 속에서 단지 환상 속에 머물던 그대들은 자신의 딸 덕분에 지금 이곳에 불려 온다. 아마도, 그건 바로 환상을 지금 이곳에 불러오는 음악의 힘일 것이다. 우리는 음악으로 연결된다. 환상은 연결되어 있다. 맘마미아! 그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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