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웨이프롬허 포스터

영화 어웨이프롬허 포스터ⓒ 마스 엔터테인먼트


영화 <어웨이 프롬 허>는 노년 부부의 사랑 이야기다. 44년을 부부로 살아온 그랜트(고든 빈센트)와 피오나(줄리 크리스티)의 이야기는 영화 보는 내내 뭉클하게 다가왔다. 영화는 알츠하이머로 인해 부부인 두 사람이 겪게 되는 일들을 차분한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 <닥터 지바고>(1965)의 줄리크리스티가 피오나 역을 맡았고 영화 <굿 셰퍼드>(2004)의 고든 빈센트가 그랜트 역을 맡았다. 그리고 배우로 더 잘 알려진 사라 폴리가 감독으로서 두 부부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질병, 알츠하이머

알츠하이머라는 병은 뇌가 녹아 기억이 없어지는 퇴행성 질환이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치료 방법도 찾지 못했다. 주로 노인들에게 발병하며 현대의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알츠하이머는 본인보다는 주변 사람들을 더 힘들게 한다. 본인은 정신을 놓아버리지만, 주변 사람들은 환자가 변해가는 모습을 계속 보게 된다. 결국 증세가 심해지면 상대방을 전혀 알아보지도 못하게 된다.

이런 알츠하이머나 치매를 소재로 하는 영화가 이제는 제법 많다. 대표적인 한국 영화로는 <내 머릿속의 지우개>(2004)나 <그대를 사랑합니다>(2010)가 있고, 외국 영화 중 떠오르는 영화는 <노트북>(2004)이 대표적이다. 부부나 연인 중 한쪽이 나를 서서히 잊어버린다는 설정은 보는 이의 마음을 파고드는 슬픔의 정서가 있다.

극 중 피오나는 자기 자신이 조금씩 변해가는 걸 알고 괴로워한다. 남편 그랜트는 아내 피오나를 최대한 위로하고 가능한 시간에는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하지만, 피오나의 증세는 점점 심해져 결국 알츠하이머 전문 요양원에 피오나를 입원시키게 된다. 입원한 지 정확히 한 달 후 피오나를 찾아 병원에 간 그랜트는 자신을 기억 못 하는 피오나를 보며 많은 생각에 잠긴다.

이때부터 영화는 그랜트의 외사랑이 되어가는 사랑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본다. 점점 기억을 잃어감으로 인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피오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랜트의 눈빛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다.

특히나 피오나가 다른 남자 환자와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그랜트의 질투와 아쉬움의 눈빛은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다. 한 달 전만 해도 같이 스키를 타고 산책을 하고 자기를 사랑한다고 하던 그녀가 지금은 자기를 잊고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정말 사랑하면 이런 것도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면 알츠하이머라는 병 때문이라는 걸 이해하기 때문일까. 영화는 그랜트의 시선으로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둘러본다. 그리고 그 감정을 오롯이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영화 어웨이 프롬 허 중에서

영화 어웨이 프롬 허 중에서ⓒ 마스 엔터테인먼트


슬픔 억누르고 아내의 행복을 생각하다

그랜트는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표정한 그의 얼굴에서 그의 마음이 얼마나 타들어 가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피오나가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걸 알게 된 후, 그랜트는 병원에 면회 갈 때마다 그녀가 다른 사람을 더 챙기고 위하는 모습을 본다. 그런 그녀를 더 걱정하는 그랜트가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오랫동안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 저렇게 되는 걸까, 아니면 상대방의 아픈 모습이 안쓰러워 그런걸까. 어쩌면 알츠하이머라는 질병이 모든 걸 이해하게 강요당하는 것일지 모른다.

피오나를 바라보는 그랜트의 시선에서 추억, 안타까움, 연민, 사랑 등 다양한 것이 묘사된다. 피오나를 연기하는 줄리 크리스티의 혼란스러운 표정에도 상대방을 알아보지 못하는 미안함이 베어있는 것 같다. 어느 순간, 피오나가 좋아하던 남자가 퇴원하면서부터 피오나는 말을 하지 않고 방에만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그랜트의 얼굴에는 상대방의 아픔을 견디지 못해 괴로워하는 고통이 느껴진다. 결국 그는 피오나가 보고 싶어 하는 그 남자를 다시 데려오게 된다.
 영화 어웨이 프롬 허 중에서

영화 어웨이 프롬 허 중에서ⓒ 마스 엔터테인먼트


노년의 지고지순한 사랑, 그 위대함


영화는 끝까지 차분한 시선으로 그랜트의 동선을 따라간다. 그가 피오나를 버리지 않고 그녀를 생각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사랑이란 것이 위대하단 생각이 든다. 정말로 상대방을 아낀다면 아무리 상대가 자기를 못 알아본다고 해도 다 이해하게 되는 것일지 모른다.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 보다 노년 부부들의 사랑 이야기가 더 가슴에 와 닿는 것 같다. 많은 노년 부부들은 오랜 삶을 살며 여러 일을 겪었고 많은 추억을 만들었다. 그들은 많은 세월을 지나며 이미 상대방에 대한 사랑이 대부분 식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사회에서는 오히려 노년 이혼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노년의 사랑 이야기가 우리 마음속에 더 애잔하게 다가오는 건, 어쩌면 이런 노년의 사랑을 찾아보기가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나이 들어서까지 지고지순한 사랑을 한다는 것이 참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의 사랑은 너무 뜨겁고 짧다. 사랑의 순수한 마음보다는 물질적인 요소가 사랑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사랑이란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노년의 사랑이든, 젊은 사람들의 사랑이든, 상대방을 아끼는 마음이 있다면 그 사랑의 힘은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Away from her, 멀리 떨어져 그녀를 본다. 그녀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그랜트의 모습을 보면서 결국 나이가 많든 적든 정말 사랑한다면, 좀 더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늦기 전에, 누군가 한쪽이 병들기 전인 바로 지금 상대방을 더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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