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보이스> 포스터

영화 <더 보이스> 포스터ⓒ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배급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한 배우나 감독의 작품이 흥행을 하면 이전 작품이 개봉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영화 <데드풀> 시리즈를 통해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라이언 레이놀즈는 <데드풀2> 홍보 당시 국내를 방문해 유쾌한 인터뷰는 물론 MBC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에도 출연, 깜짝 노래실력을 뽐내기도 하였다. 이런 그의 노력 덕분인지 2015년 작인 <더 보이스>가 29일 깜짝 개봉을 앞두고 있다. 라이언 레이놀즈가 정신 분열 살인마로 분한 이 영화는 잔혹한 이야기를 코믹하고 발칙하게 풀어냈다.

정신과 상담치료 받는 주인공, 그에게만 들리는 목소리

 영화 <더 보이스> 스틸컷

영화 <더 보이스> 스틸컷ⓒ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더 보이스>는 <킬러 인사이드 미>처럼 살인범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작품이다. <킬러 인사이드 미>가 싸이코패스 살인마의 내면의 내레이션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면 <더 보이스>는 주인공 제리의 목소리를 본인과 개, 고양이, 그리고 시체의 머리를 통해 내뱉는다. 살인마라는 측면에서 잔인하고 섬뜩한 심리가 발현될 거 같지만 제리라는 인물은 아주 순수하고 착한 인물이다. 운송업 업체에서 일하는 그는 항상 밝고 온순하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바보 같이 순박한 그를 마냥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오랜 시간 정신과 상담치료를 받는데 그 이유는 목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약을 먹으면 목소리를 멈출 수 있지만 제리는 그러지 않는다. 제리가 약을 먹지 않는 이유는 그가 사랑하는 직장 동료인 피오나(젬마 아터튼 분)를 살해한 후 드러난다. 이전까지 제리의 집은 크고 깨끗하며 제리를 감싸주고 응원해 주는 개와 악마처럼 쪼아대는 고양이의 수다로 시끌벅적하다. 그가 피오나의 시체를 집으로 가져와 해체 작업(?)을 진행할 때에도 작품은 섬뜩하지만 코믹하고 밝은 분위기를 유지한다.

하지만 제리가 약을 먹는 순간 목소리는 모두 멈춰버린다. 그 순간 제리에게는 관심도 없는 개와 고양이, 쓰레기와 애완동물의 변이 보이는 집안, 톤다운 된 어두운 화면 속 현실에 제리는 고통을 호소한다. 이런 제리의 고통은 어린 시절에 기인한다. 그의 어머니는 정신병이 있었고 지독한 향수병을 앓고 있었다. 제리 역시 어머니처럼 목소리가 들리는 체험을 하게 되는데 어머니는 아들이 이를 잘 이겨내기 위해 천사의 목소리라고 포장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제리를 정신병자라 몰아세운다.

제리에게 개는 천사를, 고양이는 악마를 의미한다. 개가 내뱉는 다정한 위로의 말은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받았던 위로를, 그를 탓하고 내면의 악을 이끌어 내려는 고양이는 반대로 아버지에게 받았던 모욕과 멸시를 의미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제대로 된 인격을 형성하지 못한 제리는 정신분열을 겪게 된다. 그리고 이 갈라진 두 인격 사이에서 또 하나의 인격을 만들어낸다. 바로 행복이다. 제리는 여자를 죽이고 머리는 남겨둔다. 머리만 남은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제리를 바라본다. 그리고 행복한 말만 내뱉는다.

정신분열 살인마를 유쾌하고 섬뜩하게

 영화 <더 보이스> 스틸컷

영화 <더 보이스> 스틸컷ⓒ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배급


제리에게 목소리가 멈춰버린 침묵은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이다. 그는 외톨이고 정신병자다. 스스로가 그 점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끊임없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영화는 제리의 시점에서 진행되기에 약을 먹지 않았을 때의 밝고 행복하며 높은 텐션을 유지하는 환한 화면을 보여준다. 그러다 약을 먹지 않았을 때, 또는 다른 인물로 사건을 바라볼 때 드러나는 어둡고 음습한 분위기와 화면이 이 작품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연기 역시 인상적이다. 그는 환상과 현실 속에서 차이를 나타내는 정신분열 살인마를 때론 유쾌하게 때론 섬뜩하게 표현해냈다. 특히 약을 먹은 후 현실에 고통을 호소하다 침대 위에서 다시 환상에 빠져 순수하고 환한 미소를 짓는 그의 모습은 요즘 말로 하자면 갭 차이를 보여주는 매력적인 캐릭터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인기 덕분에 개봉에 성공한 작품이지만 작품 자체의 완성도 역시 인상적이라 할 수 있다.

<페르세폴리스>, <어느 예술가의 마지막 일주일>로 호평을 받은 이란 출신의 여성 감독 마르얀 사트라피는 우울하고 슬픈 이야기를 밝고 환상적인 색체로 이야기했던 전작의 색깔처럼 흉악하고 무서운 이야기를 제리의 시점에서 독특하게 색을 입혀내는데 성공하였다. 국내에 잘 알려진 작품들의 감독임에도 불구 이 영화가 늦게야 개봉에 성공했다는 점이 의아하게 느껴질 만큼 감독의 스타일과 라이언 레이놀즈의 연기 조합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블로그와 루나글로벌스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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