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차기 감독' 유력 후보에 플로레스 급부상 대한축구협회 고위 관계자가 1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판곤 위원장이 지난 8일 유럽으로 출국했다"며 차기 감독 계약을 위한 출장임을 시사했다.

이러한 가운데 스페인 언론은 대한축구협회가 스페인의 키케 산체스 플로레스(53)에 국가대표 감독직을 제안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1월 5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구단 프리메라리가 헤타페의 기자회견장에서 플로레스 감독 모습. 2018.8.10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 축구대표팀 '차기 감독' 유력 후보에 플로레스 급부상대한축구협회 고위 관계자가 1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판곤 위원장이 지난 8일 유럽으로 출국했다"며 차기 감독 계약을 위한 출장임을 시사했다. 이러한 가운데 스페인 언론은 대한축구협회가 스페인의 키케 산체스 플로레스(53)에 국가대표 감독직을 제안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1월 5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구단 프리메라리가 헤타페의 기자회견장에서 플로레스 감독 모습. 2018.8.10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EPA/연합뉴스


스페인 출신의 키케 플로레스 감독이 한국축구 대표팀의 사령탑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는 스페인 '아스' 등 현지 언론으로부터 대한축구협회와 계약을 논의 중이라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그동안 국내 SNS와 일부 커뮤니티에서 플로레스 감독의 영입설이 거론되는 했지만 확실한 근거가 없었던 '카더라 통신'이었다면 외신에서 플로레스와 한국 감독설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플로레스는 현역 시절 풀백 출신으로 발렌시아의 레전드로 활약했으며 레알 마드리드와 레알 시라고사에서도 선수생활을 했다. 전성기였던 발렌시아 시절에는 스페인 국가대표로 1990 이탈리아 월드컵에 출전하기도 했다.

은퇴 후에는 지도자로 활약하며 친정팀인 발렌시아를 비롯하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헤타페, 에스파뇰(이상 스페인), 왓포드(잉글랜드), 벤피카(포르투갈) 등 유럽 빅리그 클럽들의 감독직을 다수 역임했다. 알 아흘리와 알아인(이상 UAE)을 거치며 중동무대에서도 지도자로 활약한 경험이 있다.

플로레스의 경력에서 가장 화려한 시절은 2009~2010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무려 48년만에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견인한 것이다. 비록 이듬해인 2011년에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기는 했지만 이후 후임 감독인 디에고 시메오네 체제에서 핵심을 이루는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거나 발굴하여 아틀레티코와 레알 마드리드-FC바르셀로나와 함께 '라 리가 3강'으로 도약하는 데 초석을 다진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밖에도 2009년 벤피카의 리그컵 우승, UAE리그에서의 FA컵 2회 우승, 아틀레티코의 2010년 슈퍼컵 우승 등 플로레스 감독은 주로 단기전인 컵대회 토너먼트에서 더 인상적인 성과를 남긴 바 있다. 스페인 출신 감독답게 전술운용 능력이 뛰어나고 선수단과의 소통에도 능한 '덕장'형 감독이라는 평가다.

만약 플로레스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된다면...

플로레스 감독은 지난 4월 에스파뇰 감독에게 사임한 것을 끝으로 현재 재야에 머물고 있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레알 마드리드와 사전 계약이 탄로나며 경질된 홀렌 로페테기 감독의 후임으로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다. 월드컵이 끝난 직후에도 다시 한번 감독 후보로 물망에 올랐지만 최종적으로 플로레스가 감독직을 거절하면서 스페인의 지휘봉은 페르난도 이에로를 거쳐 현재 루이스 엔리케에게로 넘어갔다.

비록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지만 세계 축구의 손꼽히는 강호인 스페인의 대표팀 감독 후보로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본적인 역량은 어느 정도 검증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최근에는 이집트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후보로도 물망에 올랐으나 역시 협상이 결렬되며 이집트는 하비에르 아기레 전 일본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최근 국가대표팀 차기 감독의 선임 조건으로 월드컵 예선을 통과했거나, 빅리그 팀을 지도한 경력, 리그 및 대륙별 국제대회 우승 경력 등을 기준으로 제시한바 있다. 국가대표팀 지도 경력을 제외하면 플로레스의 커리어는 대체로 한국축구가 원하는 기준에 부합한다. 플로레스가 맡은 팀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강력한 우승후보라기보다는 중상위권 수준의 팀을 맡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특화된 능력을 보여왔다는 것도 현재 과도기에 놓여있는 한국축구의 상황과 잘 맞을 수 있다.

또한 단기전에서 여러 번 강한 면모를 보였다거나, 유럽축구의 주류에서부터 중동을 통한 아시아 축구까지 다양한 무대에서 활동한 경험도 매력적인 조건이다. 역대 한국축구를 거쳐간 외국인 감독들 중 거스 히딩크- 딕 아드보카트(이상 네덜란드)와 함께 가장 화려한 경력을 지닌 지도자로 분류할 만하다.

특이한 점은 축구팬들 사이에서 벌써부터 플로레스 감독을 지지하는 여론이 꽤 높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 감독 후보로 거론되었던 카를로스 케이로스, 바히드 할릴호지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같은 인물들이 저마다 호불호가 엇갈리는 반응이 나왔던 것과 달리, 플로레스 감독은 유럽축구에 해박한 일부 골수팬들을 제외하면 국내에서는 비교적 인지도가 높지않았던 인물임에도 의외로 우호적인 반응이 많다. '플로레스를 모셔올수만 있다면 축구협회의 능력을 인정하겠다'는 식의 반응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이는 단지 플로레스라는 인물 자체에 대하여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기보다는, 축구팬들이 선호하는 '외국인 감독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에 가깝다. 2002년 당시 히딩크 감독처럼 유럽축구계의 주류에서 오랫동안 활약하며 세계적으로도 명성을 갖춘 '이름값있는 인물' 혹은 '현대축구의 흐름'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을 법한 지도자에 대한 갈증이라고 할 수 있다. 히딩크 감독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을 맡을 당시 50대 중반으로 지금의 플로레스(53세)와 비슷한 나이였고, 최근 지도자 경력상 약간 정체된 시기라는 점도 유사하다.

플로레스의 한국행에 앞서 생각해봐야 할 점들

다만 플로레스 감독이 정말 한국 감독 후보로 유력한 인물이라면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있다. 플로레스 감독은 국가대표팀을 지도해본 경력은 전무하다. 월드컵 본선에는 선수 시절에도 단 한 차례 나가본 것이 전부다. 클럽축구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다고 해도 국가대표팀, 그것도 아시아 무대는 엄연히 다른 영역이다.

한국축구는 2000년대까지만 해도 히딩크 감독의 영향으로 네덜란드식 토탈사커와 압박축구를 추종했다. 이후로도 본프레레-아드보카트-베어벡 등 네덜란드 출신 외국인 감독들의 선호하는 성향이 이어졌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로는 티키타카를 앞세운 스페인의 전성시대가 열리면서 조광래-슈틸리케 전 감독 등을 통하여 스페인식 점유율 축구를 어설프게 모방하려는 시도가 이어졌으나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오히려 패스축구에 강점이 있는 일본이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 시절 피지컬 중심의 직선적인 축구를 도입하려다가 실패하고 러시아월드컵에서 다시 본연의 스타일로 회귀한 것이 좋은 예다. 스페인과는 선수들의 개성이나 성향이 전혀 다른 한국축구에서 또다시 스페인식 축구를 추구하는 지도자가 어울릴지도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한 팀에서 오랫동안 머물지 못한 경력도 눈에 띈다. 플로레스 감독은 본격적인 프로팀의 감독으로 지도자 경력을 시작한 이후 14년간 9팀을 이끌었는데 3년 이상 지휘봉을 잡은 경우가 전무하다. 성적부진으로 경질된 경우도 있지만 자신의 의사로 계약을 해지하고 팀을 떠나버린 경우도 많았다. 플로레스가 만일 한국의 지휘봉을 잡아서 다음 월드컵인 2022년 카타르 대회 본선까지 이끈다면 그의 지도자 경력에서 최장수 재임기간이 될 수도 있다. 커리어의 대부분을 유럽의 빅리그에서 활약하던 한창 나이의 감독이, 무려 4년간이나 축구계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아시아에서 묵묵히 헌신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을지는 미지수다.

플로레스 감독을 영입하려면 본인의 몸값은 물론이고 보통 함께 따라다니는 지원 스태프들까지 대동하기 마련이다. 비용도 문제지만 감독 본인의 요구에 따라 추가적으로 여러 가지 까다로운 부대조건이 붙을 수도 있다. 2014년 한국대표팀 감독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네덜란드 출신의 베르트 판 마르베이크는 세금 대납과 유럽 현지 재택근무 등 상식 밖의 조건들을 요구하다가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플로레스 감독의 커리어로 한국행을 결심한다면 역시 복잡한 조건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름값 있는 감독일수록 협상이 쉽지만은 않은 이유다. 일부 축구팬들의 장및빛 환상과는 달리 플로레스 감독의 한국행은 아직 넘어야 할 과제가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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