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결혼식' 배우 박보영 영화 <너의 결혼식>의 배우 박보영이 로맨스물로 관객과 만난다.

▲ '너의 결혼식' 배우 박보영 영화 <너의 결혼식>의 배우 박보영이 로맨스물로 관객과 만난다. ⓒ 이정민


10년 넘게 자신을 좋아한 남자 사람 친구와 끝내 이어지지 못한 로맨스. 남성 입장에서 보면 오는 22일 개봉 예정인 영화 <너의 결혼식>은 지극히 현실적이면서 '웃픈' 이야기일 것이다. 그 사랑의 대상이 된 승희 역을 배우 박보영이 맡았다.

자칫 미워 보일 수 있는 캐릭터였다. 우연(김영광)이 수년에 걸쳐 마음을 내비치고 다가가지만 잠깐 사귀는 것 같다가도 여러 사정으로 그의 곁을 떠난다. 승희에 대한 우연의 집착에 가까운 사랑은 영화 안에서 꽤 친절하게 설명되지만, 활발한 성격의 승희가 왜 우연의 마음을 받을 수 없었는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만큼 박보영은 미워 보이지 않으면서 캐릭터적으로 설득력 있는 승희를 표현해야 했다. 어려운 과제였다.

끌렸던 승희 

"승희는 자기감정에 솔직하고 다른 사람에 휘둘리지 않더라. 저랑은 상반된 느낌의 인물이라 끌렸다. 결단력 있게 선택하는 승희를 잘 표현하면 매력적일 것 같았다. 승희가 우연에게 그럴 수밖에 없던 행동을 좋게 봐주신 분들은 이해해 주시겠지만, 비판하시는 분들은 승희가 너무 못된 아이라고 하시기도 하더라(웃음).

전체적으로 영화가 좋다. 다만 승희의 마음을 좀 더 친절하게 보일 수 있는 신이 없어서 아쉬운 건 있다. 우연에 대한 감정이 그때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왜 마음을 접게 됐는지 등의 계기가 작게나마 있었다. 이야기 자체가 승희의 시선이 아니라 (감독님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 같다." 

 영화 <너의 결혼식>의 한 장면. 우연(김영광)은 고3 때 전학 온 승희(박보영)를 보고 첫눈에 반해 마음을 사기 위해 각종 노력을 한다. 하지만 매번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

영화 <너의 결혼식>의 한 장면. 우연(김영광)은 고3 때 전학 온 승희(박보영)를 보고 첫눈에 반해 마음을 사기 위해 각종 노력을 한다. 하지만 매번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 ⓒ 오퍼스픽쳐스


<피끓는 청춘>에서 이미 한 차례 호흡한 바 있는 김영광과는 더욱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촬영 내내 우연과 찰떡처럼 딱 맞더라"며 박보영은 "우연의 사랑을 위한 행동들은 집착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영광 오빠가 밉지 않게 매력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컸다. 대중이 박보영에게 원하고 기대하는 특정 이미지가 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이다. 이걸 박보영 또한 잘 알고 있었다. 드라마를 통해 그런 이미지에 부합하는 연기를 해왔다면 영화에서만큼은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박보영의 고민들

"뭔가 다른 모습이 있는 승희에 끌렸다. 여성분들이 보면 여우처럼 느낄 수도 있는데 그런 느낌을 안 주고 싶어서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다. 저도 헷갈리는데 영화에서는 나름 전 다른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 <경성학교> 주란도, <돌연변이> 주진도 (제 입장에선) 사랑스럽지 않은 캐릭터였는데 종종 왜 사랑스러운 캐릭터만 하는지 기자분들이 물으시더라. 또 어떤 분들은 왜 대중적이지 않은 것만 하냐고 하는 분도 계시고.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해야 할지 고민이 컸다. 나름 다른 모습을 보이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론 (사랑스러운 이미지가) 씌워져서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이게 내 모습인가? 그런 걸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나 요즘 생각하고 있는 문제다."

'너의 결혼식' 배우 박보영 영화 <너의 결혼식>의 배우 박보영이 9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성분들이 보면 여우처럼 느낄 수도 있는데 그런 느낌을 안 주고 싶어서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다." ⓒ 이정민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박보영은 그렇게 말했다. 지난해 부쩍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아서 진로에 대한 걱정까지 했던 터였다. 조금 더 이 지점을 물었다.

"지금보다 조금 어렸을 때는 저에 대해 말씀하시는 그런 사랑스럽다, 귀엽다는 걸 스스로 부정하려 했다. 아예 아니라고, 그런 모습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냥 제 안에 그런 면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진 않다고 하면 되는데 부정해버린 것이다. 이후 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매우 강한 변신을 잘 해낼 자신이 없었더라.

그래서 지금은 제 범주 안에 있는 선에서 다양함을 보이고 싶다. 가능한 범위 안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려고 했다. 종종 제가 이것밖에 못하는 건가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지난해가 그래서 너무 힘들었다. 시골로 내려가서 농사를 지어봤다. 상추 모종을 심어놨는데 고라니가 와서 다 먹어버리고... 아, 농사 역시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다. 책도 많이 읽으면서 스스로 다잡고 있다. 언젠가 아침에 일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오랜만에 행복하다고 느꼈다. 소소하지만 요즘엔 일하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다."

사랑에 대한 정의

오랜만에 등장한 한국 로맨스물이라지만 박보영은 장르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요즘 못 봤던 장르라 반가워 해주실 분들이 많을 것 같다"며 "특히 30, 40대 분들이 공감해주시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너의 결혼식>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사랑에 대한 경구, 즉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말에 공감하는지 물었다. "이번에 촬영하면서 많이 느끼게 됐다"며 그가 말을 이었다.

"살면서는 잘 못 느꼈던 것 같다. 못 느꼈을 수도 있고(웃음). 타이밍이 맞고 안 맞고를 느끼려면 전지적 시점이어야 하는데 전 1인칭 시점이라. 타이밍도 타이밍이지만 나름의 인연이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도 어떤 게 너무 하고 싶어도 인연이 안 되면 내 것이 아닌 것이지. 그래서 놓친 걸 아깝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어떤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했는데 내가 했으면 더 잘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사람 역시 첫인상이 중요하긴 한데 전 누굴 봐도 오랜 시간 지켜보는 편이다. 첫 만남에선 사람이 좋은 척을 얼마든 할 수 있더라. 조금 만나 본 것으로 판단하지 말자는 생각이다. 친절이 전부가 아니니까. 하지만 촉이나 감은 믿는 편이다. 뭔가 조심해야 할 사람이라면 감이 올 때가 있다."

어느덧 20대 후반을 지내고 있는 박보영은 자기 나이에 맞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후 그는 또 어떤 작품으로 대중과 만나게 될까. 무엇이 됐든, 그것은 박보영이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택한 결과물일 것이다.

'너의 결혼식' 배우 박보영 영화 <너의 결혼식>의 배우 박보영이 9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품도 어떤 게 너무 하고 싶어도 인연이 안 되면 내 것이 아닌 것이지. 그래서 놓친 걸 아깝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 이정민



박보영 너의 결혼식 김영광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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