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방송된 KBS <뉴스9>.

9일 방송된 KBS <뉴스9>.ⓒ KBS


"남성 혐오 성향의 '워마드' 사이트 운영진에 대해 경찰이 체포 영장을 발부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일부 여성 단체들은 편파 수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여성 혐오 내용의 '일베 게시글'에 대한 수사 실적을 공개하면서 그렇지 않다고 했습니다."

워마드 운영진에 대한 경찰의 체포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면서 편파수사 논란이 온라인을 달궜던 지난 9일. JTBC <뉴스룸>은 <워마드 운영진 체포영장…편파 주장엔 "누구든 엄정수사">라는 제목의 짤막한 리포트로 이날 논란을 요약했다. 위 손석희 앵커의 멘트로 대강을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의 뉴스였다.

반면 지상파 3사 메인뉴스들은 같은 날 사이버성폭력 수사팀 개소식에 참석한 민갑룡 신임 경찰청장의 메시지를 포함 관련 뉴스를 다각도로 전했다. 전날 경찰의 체포영장 발부를 단독 보도한 SBS와 KBS, MBC 모두 이 사안에 두 꼭지씩을 할애했다.

"누구든 불법촬영을 게시하고 유포하고 또, 그걸 방조하는 사범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수사를 해 가고 있습니다. 일베에 대해서도 유포행위를 조장하는, 또 방조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수사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란과 비판을 의식한 듯 민 청장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그동안 차별을 받고 불법행위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측면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두고,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해서는 수사 등 엄정한 사법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편파수사 논란을 보도한 지상파 3사의 논조는 미묘하게 갈라졌다. 경찰은 여성단체와 여성 커뮤니티, 소셜 미디어 상의 편파수사 논란에 반박하듯 "워마드와 일베는 다른 면이 있다"는 해명 자료를 내놓았다. 이를 어떤 시각으로 다뤘느냐에 따라, 편파 수사 논란이 불거진 배경을 얼마만큼 설명하느냐에 따라 온도차가 갈렸다. 

연이틀 단독 이어나간 SBS

 9일 방송된 SBS <8뉴스>.

9일 방송된 SBS <8뉴스>.ⓒ SBS


"워마드 운영자에 대한 체포영장은 목욕탕에서 몰래 찍은 남성 나체 사진 17장이 지난해 2월 워마드 사이트에 오른 사건에 대해 발부됐습니다. 17장 가운데 남자 어린이 나체 사진이 5장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런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건 아동·청소년 성 보호법에 규정된 아동 음란물 전시 그리고 정보통신망법에 규정된 음란물 전시에 해당합니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워마드 운영자는 운영진 중에서도 총괄 역할인데 이런 아동음란물 등을 그대로 게시되게 놔둔 혐의가 있다고 경찰은 판단했습니다. 아동음란물 전시는 7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 벌금이라는 비교적 중한 형벌에 처해집니다."

먼저 8일 <'워마드' 운영자 체포영장…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 보도를 단독으로 전했던 SBS < 8뉴스 >는 영장 발부 사유를 더 들여다봤다. 경찰 관계자를 인용, "아동음란물 전시 방조가 체포영장 청구에서 결정적인 혐의"였다고 적시했고, "회원들을 대상으로 사이트 운영 자금 1300여만 원을 모을 때 법 절차를 따르지 않은 혐의"도 추가로 보도했다. 경찰의 체포영장 발부가 워마드의 '아동음란물 전시'때문이라는 논조였다. 

이어 SBS는 하루 동안 쏟아진 편파수사 논란과 민갑룡 경찰청장의 해명, 그리고 일베와 워마드의 수사 협조 상황을 비교한 경찰의 반박을 균등히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 태도는 3사가 동일했다. 모두 경찰의 해명과 반박을 주요하게 다뤘다. 다만, 이 같은 경찰의 입장을 문자 그대로 전했는가, 아니면 '해석'과 '해설'을 달았느냐는 분명 다른 태도라 할 수 있다. 

SBS는 "워마드에 아동 음란물이 올라와 게시자를 수사하려는데 운영자에게 연락해도 반응이 없었고 삭제 조치도 안 됐기 때문에 방조죄가 있다고 봤다"는 경찰의 설명과 함께, 일베와 워마드의 수사 협조 상황과 검거 건수를 단순 비교했다.

"반면 대구에 본사가 있는 일베는 경찰이 불법 게시물 삭제나 게시자 IP 정보 등을 요청하면 협조적으로 응하는 차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베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베 게시물과 관련해 올해 접수된 69건 가운데 53건의 피의자를 검거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반면 워마드는 32건이 접수됐지만, 운영진이 협조하지 않아 검거 사례가 한 건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사뭇 달랐던 MBC와 KBS

 9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9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MBC


반면 MBC와 KBS는 사뭇 달랐다.

"남초 사이트라고 하는 곳에서 불법촬영물을 일종의 문화나 놀이나 이런 것으로 계속해서 소비됐던 것, 정상화되어왔던 것에 대해서 여성들이 계속 지적을 했단 말이에요."

편파수사 논란과 관련 KBS <뉴스9>와 인터뷰한 이나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KBS와 MBC 역시 논란의 전후를 훑는 동시에 '일베와 워마드'의 수사 과정과 검거 결과를 비교한 경찰의 해명을 분석했다.

"여성을 비하하는 사이트는 남성 혐오 사이트에 비해 훨씬 많고, 장기간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경찰이 수사의 무게추를 잡는데 유념해야 할 점입니다." (KBS <뉴스9>)
"편파수사가 정말 오해라면 그 오해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 수사기관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겁니다." (MBC <뉴스데스크>)

특히 KBS는 <일베 vs. 워마드…'남성 비하' 수사에 경찰 더 적극적?>이란 꼭지를 통해 경찰의 수사 결과 수치를 비교 분석했다. KBS가 그간 꾸준히 여성혐오 문제를 따라잡았던 점을 감안하면 납득이 갈만한 보도였다.

"음란물 게시에 대한 수사가 올 들어 일베는 69건, 워마드는 32건입니다. 검거는 일베 53건, 워마드는 한 건도 없습니다. 이 수치만 보면 경찰이 오히려 일베 수사에 적극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다만, 이건 사이트 운영자가 아닌 게시자에 대한 수사 결과란 점, 주목해야 합니다.

운영 방식도 차이가 있습니다. 일베는 서버를 국내에 두고 있습니다. 사무실은 대구라고 하고, 운영진은 한국인입니다. 수사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반면 워마드는 서버가 해외에 있고, 운영진도 베일 속입니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1명만 현재 특정된 상황입니다. 바로 이 체포영장이 논란의 중심이 됐는데요, 경찰은 일베 운영진에 대해 체포영장 같은 강제수사를 한 적이 없습니다. 반면, 워마드는 그렇지 않았죠.

왜 한쪽 운영진만 처벌하려 하냐, 이런 불만 나올 수 있습니다. 경찰은 이렇게 밝혔습니다. 일베는 수사에 협조하고 있지만, 워마드는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따라서, '음란물 등 불법 영상 유포를 방조한다는 혐의가 적용된다'입니다. 여성을 비하하는 사이트는 남성 혐오 사이트에 비해 훨씬 많고, 장기간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경찰이 수사의 무게추를 잡는데 유념해야 할 점입니다."

MBC 역시 <일베 놔두고 '워마드'만 편파수사?!>란 <새로고침> 코너를 통해 경찰의 발표를 우회적으로 꼬집고 나섰다. 음란물 유통을 방치했던 웹하드 운영자들이 음란물 유포죄로 유죄 판결을 받아왔던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서였다.

"이 웹하드 판결문을 한 번 보면 '매출에 영향을 미칠까 봐 음란물을 방치 한 사실이 인정된다' 즉, 돈 벌려고 법을 어겼다면서 처벌이 벌금 150만 원입니다. 당시 웹 하드 업체들 매출이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 원인데, 제대로 된 처벌이 됐을까 싶습니다.

남성이 주로 가해자인 음란물 게시죄, 한해 4천건 가운데 660명, 16%만 처벌을 받고요. 그나마 거의 다 벌금형이었습니다. 40%는 범죄가 인정되지만 '반성한다. 초범이다' 이런 이유로 선처하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편파수사가 정말 오해라면 그 오해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 수사기관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워마드 vs. 일베'가 끝일까

한편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를 주최하고 있는 단체 '불편한 용기' 측도 이날 성명을 내고 "웹하드에서 공공연하게 거래되는 여성 대상 불법촬영물에 대해 지금까지 유포 방조죄를 묻지 않았던 경찰이 오로지 워마드만 주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베뿐 아니라 남초 커뮤니티, 성매매 후기 사이트도 수사에 착수하고 운영자 체포영장을 발부 받으라"며 커뮤니티 명을 덧붙였다. MBC <뉴스데스크>는 이날 이러한 주장을 엇비슷하게나마 뒷받침할 수 있는 뉴스도 덧붙였다.

"유명 유튜버의 폭로로 큰 파문이 일었던 노출 사진 유포 사건. 아직 수사가 채 마무리되지도 않았는데요. 그런데 이번에는 피해 여성 모델만 200명이 넘는다는 음란물 유통 사이트가 또 적발됐습니다."

이날 MBC <뉴스데스크>는 경찰의 음란물 유통 사이트 적발 소식을 전했다. 평범한 회사원들과 미성년인 고교 3학년생 등 게시판을 통해 노출 사진을 주고받은 10명을 '음란물 유포' 혐의로 체포됐다는 소식이었다. MBC는 "이들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미리 사진을 언제 올릴지 약속하고, 정해진 시간 이후엔 게시물을 삭제하는, 이른바 '떴다방'식 운영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지금도 여전히 디지털 성범죄물이 온라인상에서 버젓이 게시되고 거래되고 있다. MBC는  편파수사 논란에 앞서 이 같은 사이트 적발 소식을 다뤘다. 경찰의 워마드와 일베 수사가 정말 '오해'인지 시청자의 판단에 맡기는 편집이 아닐 수 없었다. MBC와 KBS의 이날 보도태도는 이렇게 워마드만 주목하는 경찰의 수사 배경에 의문을 던지고, 그 실효성에 대해 묻고 있었다.

이렇게 음란물 유통 사이트와 디지털 성범죄 유포 사이트와 게시자가 버젓이 활개를 치는 작금의 상황에서, 경찰의 '오해' 드립에 과연 신뢰를 줄 수 있을까. '정도'의 차이가 문제가 아니라, 월등히 많은 남초 커뮤니티에 대한 동등한 조사 역시 동반돼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만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해서는 수사 등 엄정한 사법조치를 해나갈 것"이라던 민갑룡 경찰청장의 일성도 설득력과 신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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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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