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TV 예능 프로그램을 분류할 때 누군가는 '야외 예능' vs. '실내(스튜디오) 예능'으로 구분짓기도 한다. 관찰 예능이 대세가 되면서 이러한 경계는 느슨해졌지만 여전히 프로그램의 성격을 구분지을 때 중요한 특징이 되곤 한다. 

야외 위주 촬영이라면 체력 및 지구력이 중요한 조건이 되다보니 특히 유재석, 강호동, 김병만 등의 예능인들은 이러한 환경에서 최상의 능력을 발휘한다.

반면 재치 및 입담을 중심으로 진행 역할에 최적화된 "토크 전문" 예능인들은 야외 보단 스튜디오 녹화 위주로 활동 영역을 넓혀나갔다. 특히 1주일 5~6개 이상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이들은 녹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바깥 촬영보단 실내 예능을 중심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데 "다작의 대명사"이면서 진행의 고수라고 할 만한 신동엽과 김구라의 최근 행보를 보면 이전과는 살짝 다른 모습이 목격된다,

MC 역할 대신 "플레이어"로 나선 신동엽...하반기엔 연기 재도전

 매주 토요일 저녁에 방영되는 tVN < 놀라운 토요일 > 의 한 장면.  신동엽은 여기서 MC 역할은 후배 방송인 붐에게 넘기고 각종 음악 퀴즈를 푸는 다른 출연진과 동등한 입장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매주 토요일 저녁에 방영되는 tVN < 놀라운 토요일 > 의 한 장면. 신동엽은 여기서 MC 역할은 후배 방송인 붐에게 넘기고 각종 음악 퀴즈를 푸는 다른 출연진과 동등한 입장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CJ ENM


최근 tVN의 토요일 저녁 예능 프로그램 <놀라운 토요일>은 공중파 예능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2%대의 꾸준한 시청률을 유지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역시 음악 퀴즈가 중심이 된 MBC <뜻밖의Q>가 비슷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놀라운 토요일>은 제법 선전을 펼치는 셈이다.

현재 방영중인 < 놀라운 토요일 >의 구성은 무척 단순하다.

"도레미 마켓"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최신 인기 가요를 듣고 노래 가사를 받아 적거나 각종 구+신조어를 맞추는 게 출연자가 해야할 일의 전부다. 성공하면 전국 각지의 시장에서 판매되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실패하면 전부 먹방 전문 유튜버의 몫이 된다.

매주 바뀌는 1~2명 정도의 초대손님을 제외하면 신동엽, 문세윤, 혜리(걸스데이), 한해, 키(샤이니), 파이터 김동현 등 고정 출연진을 중심으로 방송이 진행된다.

그런데 <놀라운 토요일> 속 신동엽은 기존 자신의 출연작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불후의 명곡>, < TV 동물농장 >, <안녕하세요>와 같은 MC 역할은 여기서 볼 수 없다. 퀴즈 출제를 비롯한 전반적인 프로그램 진행은 또다른 방송인 붐이 담당하고 신동엽은 여타 출연진과 동등한 위치+입장에서 문제 풀이에만 전념하기 때문이다.

 tVN < 놀라운 토요일 >의 한 장면.  프로그램 내에서 `논리의 신`으로 불리우는 신동엽은 특유의 논리 정연한 화술로 출연진을 설득하며 문제를 풀어 오답도 정답처럼 보이게 하는 묘한 능력을 선사한다.

tVN < 놀라운 토요일 >의 한 장면. 프로그램 내에서 `논리의 신`으로 불리우는 신동엽은 특유의 논리 정연한 화술로 출연진을 설득하며 문제를 풀어 오답도 정답처럼 보이게 하는 묘한 능력을 선사한다.ⓒ CJ ENM


물론 프로그램의 흐름 속에서 신동엽은 여전히 중심에 등장하지만 MC 붐에게 종종 구박 받으면서 자기 보단 후배 출연자들을 배려하면서 문제 풀이에 임한다.

젊은 출연진에게 익숙한 곡들이 중심이 되다보니 혜리, 한해, 키가 상위권을 독식한 데 반해서 신동엽은 매 방영분마다 중하위권 등수를 피하진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언제나 유쾌한 모습으로 성실히 녹화에 임한다.  특히 의식의 흐름에 기초한 논리적인 문제 풀이를 시도하는데 비록 오답이라 할지라도 시청자 및 출연진 모두가 설득 당할 만큼 절묘한 말솜씨로 웃음을 이끌어 낸다. 이를 통해 1020 세대뿐만 아니라 요즘 노래를 잘 모르는 나이 든 시청자들도 기분 좋게 볼 수 있을 만큼 편안함을 제공한다.

케이블 예능이 기를 펴기 어려운 토요일 저녁 시간대에 <놀라운 토요일>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건 신동엽의 사못 달라진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

한편 올해 하반기 신동엽은 놀라운 변신을 단행한다.  tVN 금요극 <빅포레스트>를 통해 배우로 나서기 때문이다. 1990년대 SBS의 각종 코미디 프로, MBC 인기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 기타 예능을 통해 코믹 연기를 보여준 바 있지만 오랜 기간 그는 MC 역할에 전념했기 때문에 이번 선택은 말 그대로 파격이다.

스튜디오 벗어나 해외로 떠난 김구라

 MBC < 선을 넘는 녀석들 >의 한 장면.  방송 경력 대부분 실내 스튜디오 예능에 전념했던 그가 이례적으로 야외 + 해외 촬영에 나섰다.

MBC < 선을 넘는 녀석들 >의 한 장면. 방송 경력 대부분 실내 스튜디오 예능에 전념했던 그가 이례적으로 야외 + 해외 촬영에 나섰다.ⓒ MBC


한창 바쁠 땐 1주일 10개 가까운 숫자의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하루 2개 프로 녹화는 기본이던 김구라는 올해 이례적으로 야외 촬영이 중심을 이루는 MBC <선을 넘는 녀석들>을 택했다.

김구라는 과거 KBS <명 받았습니다>, MBC <일밤 : 뜨거운 녀석들> 같은 야외 버라이어티를 경험하긴 했지만 조기 종영 또는 중도 하차로 인해 이렇다한 활약을 보여주진 못한 바 있다. 

SBS <동상이몽2: 너는 내 운명>, JTBC <썰전>, MBC <라디오스타> 등 스튜디오에서 출연진의 대화를 이끌어내는 임무를 지녔던 기존의 김구라와는 다르게 매주 금요일 밤 방영되는 <선을 넘는 녀석들>은 해외 문화+역사 여행이 중심인 탓에 장기간의 출장이 기본을 이룬다.

4회 분량 안팎의 목적지 마다 김구라, 역사강사 설민석, 배우 이시영 등 3인을 중심으로 2~3명 정도의 초대손님과 함께 떠나는 해외 탐방기는 보편적인 여행 예능과는 다른 차별성을 드러낸다.

다소 딱딱할 수 있는 각국의 역사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설민석 특유의 수려한 화법, 잡학에 능한 김구라의 부연 설명, 이시영이 예습 등을 통해 전하는 다양한 정보 등이 어우러져 세계사와 담 쌓은 이들도 부담없이 이해할 수 있다.

 MBC < 선을 넘는 녀석들 >의 한 장면.  쉴새 없이 입담을 쏟아내는 김구라지만 종종 장거리 이동에 따른 어려움을 보여주기도 한다.

MBC < 선을 넘는 녀석들 >의 한 장면. 쉴새 없이 입담을 쏟아내는 김구라지만 종종 장거리 이동에 따른 어려움을 보여주기도 한다.ⓒ MBC


야외, 그것도 해외라는 장소는 김구라에겐 낯선 환경인 데다 촬영 특성상 장시간 자동차 또는 비행기 이동도 필수여서 공황장애도 겪었던 입장에선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듯하지만 의외로 <선을 넘는 녀석들> 속에서 그는 어느 때 이상으로 즐거운 마음 감추지 않고 방송에 임한다.

또한 유병재, 악동뮤지션 이수현 등 초대손님들의 면박에 쉽게 수긍하고 바로 꼬리를 내리는 식의 상황을 유발하면서 방송 중간 마다 윤활유 역할도 톡톡히 담당한다.

물론 <라디오스타>에서 봐왔듯이 잡다한 정보 나열은 자칫 TMI (Too Much Information)로 인식되어 시청자에게 지루함을 줄 수도 있지만 중요 시점 마다 김구라에게 과감히 제동을 거는 이시영의 적재적소 통제(?)를 거치면서 필요한 선을 넘지 않으며 마무리되곤 한다. 

현재 4~5% 수준의 시청률을 기록할 만큼 치열한 각축이 펼쳐지는 금요 예능 경쟁 속에서 선전을 펼치고 있는 데다 "야외 예능 초짜" 김구라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게다가 당초 총 16회 편성에서 4회 연장된 20회로 마무리 될 예정이고 차기 시즌 제작 전망이 나쁘지 않다는 점 역시 그의 변신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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