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성민

배우 이성민이 <공작>에 이어 스릴러 영화 <목격자>로 관객들과 만난다.ⓒ NEW


겨우 자신의 집을 마련한 한 가정의 가장이 연쇄살인범을 목격했다. 그리고 범인 역시 목격자를 인지하고 암묵적으로 협박을 가한다. 이 가장은 범인을 신고할 수 있을까? 영화 <목격자>는 바로 이 딜레마 상황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의 줄다리기 같은 작품.

극 중 신고를 망설이다 더욱 큰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는 상훈 역의 이성민은 "신고를 하면 영화가 끝나버리는 거니까 결국 그게 관건이었다"고 운을 뗐다. 영화는 연쇄살인범(곽시양)을 등장시키지만, 사건이 벌어진 아파트 단지에서 주민들이 침묵으로 일관하며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상훈과 같은 일반 시민들이 사건 해결을 방해하는 주체로 드러난 셈이다.

소시민의 이기심

"연기적인 측면보단 인물의 행동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특히 신고하지 않는 정당성에 대해서 말이다. 상훈으로선 자신이 아니라도 그 수많은 가구 중 하나가 신고할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자 죄책감이 들었고, 행동하게 되는 거지. 아내(진경)에게도 자신이 목격자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 태도를 전 충분히 이해했다. 그만큼 걱정 끼치고 싶지 않은 것이지. 그 묘한 딜레마에 빠져서 영화가 진행된다.

그래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바로 (영화 중반부) 살인범이 바로 가족들 뒤에 서 있는 장면이었다. 대본을 몇 차례나 수정했다. 아무리 봐도 그 순간엔 상훈이 신고하는 게 맞았다. 그래서 회의를 거쳐 지금의 장면으로 수정한 것이다. 가족 뒤 범인의 얼굴을 본 상훈이 말 그대로 꼼짝을 못한다. 표정조차 드러낼 수 없는 상태였다. 실제 상황이었어도 아마 전 그리 됐을 것 같다."  


 영화 <목격자> 관련 사진.

영화 <목격자> 관련 사진.ⓒ NEW


보다 깊은 몰입을 위해서였을까. 촬영 전 이성민은 실제 촬영 장소인 경기도 파주와 성남 지역 아파트를 감독과 함께 찾아 동선을 살폈다. "극적인 공간이 아닌 너무 평범한 아파트였다"며 "바로 그 지점이 이 영화의 특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뭔가 그럴듯한 살인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공간이 아니라. 지은 지 얼마 안 된 보통의 아파트였다. 요즘 영화 현장은 시간이 촉박해서 동선을 미리 짤 여유가 없는데 기획 단계 때 그 아파트들을 보고 어떻게 제가 현장에서 움직여야 할지를 상상하려 했다. 촬영에 들어가는 순간 촬영하느라 바쁠 테니까.

<공작>이 철저하게 계산하고 콘트롤하며 연기해야 하는 작품이었다면, <목격자>는 상황에 잘 몰입해야 했다. 큰 계산 없이도 상황이 제게 주는 진동과 진폭이 컸다. 상황이 명확하니까. 그렇다고 제 가족을 실제로 대입해서 생각해보진 않았다. 아, 우리 집 베란다에서 주차장을 내려다보긴 했다(웃음). 영화 설정대로 6층 베란다에서 아래를 보면 사람이 보인다. 6층이 애매한 층이다. 얼굴이 보이지만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건 또 아니고..." 


전격 '부동산 스릴러'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신고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분명했다. 집값이 떨어질까 하는 걱정에 너도나도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았던 것. 부동산이 사람 목숨에 앞서는 지금의 세태를 영화가 잘 녹였다. 이성민 역시 동의했다.

"어떤 영상을 보니 <목격자>를 두고 '부동산 스릴러'라고 하던데 촌철살인이다(웃음). 제가 연기한 상훈은 일반적 중년 남성의 롤모델 같은 사람이잖나. 열심히 일해서 겨우 아파트 하나를 장만했다. 가격이 오르면 팔고 이사하면 되는 그런 환경이잖나. 나름 안정적 궤도에 오른 인물이다.

우리 나이 되면 급변을 두려워 하거든. 안정이 유지되길 바라고. 그래서 이 영화에서도 상훈은 방관자이며 현대사회의 이기심을 보이는 인물이다. 심지어 경찰 내부에서도 이기심을 부려서 어긋나는 장면이 있잖나. 요즘을 상징하는 장면들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욕할 수는 없다. 어렵게 모아서 산 집인데 값이 떨어지면 마음이 좀 아프잖나. 그래서 마지막 장면 대사가 큰 울림을 주는 것 같다. 그렇게 서로 붙어 사는데 옆집, 앞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 죄송하지만 저 역시 모르거든."


 배우 이성민

"<목격자>는 상황에 잘 몰입해야 했다. 큰 계산 없이도 상황이 제게 주는 진동과 진폭이 컸다. 상황이 명확하니까."ⓒ NEW


<목격자>에선 사건 해결에 적극 나서는 재엽(김상호) 같은 형사와 함께, 무능력하고 의지가 희박한 여러 경찰의 모습이 등장한다. 시민들로 하여금 불신을 갖게 하는 공권력의 전형적인 모습들이다. 이성민은 "개인적으론 이 영화가 공권력의 무능함을 묘사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공권력의 무능보다는 집단 내 이기주의라고 봤다. 어느 집단이나 있을 법한 현대의 이기적 마음이지. 물론 좀 무능하게 나오는 지점이 있지만 이들의 행동은 성과에 급급한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상호씨가 고맙다. 그 안에서 따뜻한 마음을 유지하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지 않았나. 그런 경찰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시사가 끝나고 고맙다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우아하게 재엽을 표현할 줄이야. 영화 속 김상호씨는 우아했다."

바닥을 치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앞서 개봉한 <공작>에서 북한 고위 인사 리명운을 연기하며 이성민은 바닥을 치는 경험을 했다고 고백했다. 배급사 사정상 공교롭게 자신의 출연작이 연이어 개봉해 당황스럽다면서도 그는 함께 출연한 황정민, 주지훈 등이 연기로 심각하게 고민했던 사연을 전했다.

"다들 내색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그 작품을 힘들어했더라. 나도 그랬고. 자존심 때문에 처음엔 말 못 하다가 서로가 그걸 터놓은 순간 의지가 되더라. 아, 다들 힘들어했구나. 동지애가 느껴졌다(웃음). 연기할 때 까불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나이 들어서인지 반성을 많이 하게 된다. 누구에게 생각 없이 던진 말이나 내 행동에 대해 말이다. 쓸데없이 까불지 말아야겠다. 건방져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이 모습 그대로 가고 싶다."

 배우 이성민

"연기할 때 스스로 까불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나이 들어서인지 반성을 많이 하게 된다. 누구에게 생각 없이 던진 말이나 내 행동에 대해 말이다."ⓒ NEW


언뜻 <목격자> 속 상훈에게 <미생> 속 오상식의 모습이 엿보인다. 그가 웃으며 "아마 초반 모습에서 보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전작을 통해 조직 생활을 해내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전했다면 이번 작품으로는 무엇을 함께 얘기해볼 수 있을까.

"작품을 할 때 배우로서 어떤 큰 메시지를 전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미생>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드라마가 전체적으로 감동을 주고 사회적 이슈를 제기할 순 있어도 배우 개인으로서 뭔가를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은 없었다. <목격자>도 마찬가지다. 다만 영화를 보신 분들은 자신의 주위를 한번 둘러보려는 마음은 가져보셨으면 좋겠다. 작은 바람이지.

그리고 그런 현장을 보면 빨리 신고하는 게 현명하다. 얼마 전 자전거를 타고 안양천을 달리는데 어떤 노인분이 쓰러져 계시더라. 어떤 아저씨가 다가갔고, 저도 다가갔다. 의식을 확인하는데 또 다른 젊은 친구가 와서 조치를 취하고 119에 신고하더라. 참 인상적이었다. 전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세상이 험하다 그래도 이렇게 어느 쪽엔 아름다운 구석이 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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