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틱 몽키즈(Arctic Monkeys)의 신보 < Tranquility Base Hotel & Casino >

악틱 몽키즈(Arctic Monkeys)의 신보 < Tranquility Base Hotel & Casino > ⓒ Sony Music


악틱 몽키즈(Arctic Monkeys)는 영국이 배출한 2000년대 최고의 록스타다. 스트록스(The Strokes)를 롤모델로 삼았던 셰필드의 청년들은 단숨에 영국을 사로잡았다. 첫 앨범 < Whatever People Say I Am, That's What I'm Not >은 오아시스(Oasis)의 < Definitely Maybe >를 뛰어넘어, 영국에서 가장 빨리 100만 장을 팔아치운 데뷔 앨범으로 기록되었다. 호들갑 떨기 좋아하는 영국 잡지 < NME >는 총력을 쏟아부어 이들의 이름을 띄웠다.

물론 허울뿐인 인기가 아니었다. 악틱 몽키즈의 데뷔 앨범은 청년의 패기로 가득했다. 'I bet you look good on the dancefloor'나 'Dancing Shoes' 등, 직선적이고 댄서블한 록 음악들이 주를 이뤘다. 악틱 몽키즈의 음악은 대중과 평론가들에게 고른 지지를 받았고, 록스타가 되었다. 수많은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올라섰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의 개막식 무대에서 한 세대를 대표하는 밴드로서 공연하는 영광을 누렸다. 1집으로 정상에 오른 여느 록스타들과 달리, 악틱 몽키즈는 한 물 간 록스타가 되지도 않았다. 2013년 발표한 5집 < AM >에서 그 어느 때보다 원숙하고 무게감 있는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들려주면서, 밴드 결성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것이다.

'더 이상 기타는 내게 영감을 주지 못 한다'

 악틱 몽키즈(Arctic Monkeys)는 록팬들의 의표를 깨뜨렸다.

악틱 몽키즈(Arctic Monkeys)는 록팬들의 의표를 깨뜨렸다. ⓒ Arctic Monkeys 공식 페이스북


지난 5월, 악틱 몽키즈가 새 정규 앨범 < Tranquility Base Hotel & Casino >를 들고 돌아왔다. 5년 만에 발표한 새 앨범이다. 보컬 알렉스 터너(Alex Turner)가 마일즈 케인과 함께 라스트 쉐도우 퍼펫츠(The Last Shadow Puppets >라는 그룹으로 활동하긴 했으나, 팬들의 기다림은 컸다.

거두절미하고, 악틱 몽키즈의 이번 앨범은 지금까지의 이들이 내놓은 앨범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이질적이다. 악틱 몽키즈 음악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기타였는데, 이번 앨범은 기타를 뒤켠으로 밀어 두었기 때문이다. 요란함을 원치 않았는지, 화려한 프로모션이나 싱글 선공개도 없었다. 직선보다는 곡선을, 기타보다는 피아노를 선택했다. 알렉스 터너는 NME와의 인터뷰에서 '기타는 더 이상 나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지 못 한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 속 대부분의 수록곡들은 매니저로부터 받은 피아노를 통해 작곡했다.

'I just wanted to be one of the Strokes.'
(나는 그저 스트록스의 멤버가 되고 싶었을 뿐이야.)
- 'Star Treatement' 가사 중에서.


알렉스 터너는 첫 트랙에서부터 스트록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그러나 음악적으로는 스트록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그보다는 더 오래된 뮤지션들의 영향권 아래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For Out Of Five'와 'Batphone'은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관능미를 빌려왔다. 'For Out Of Five'는 '달에 차려진 타코집'을 소재로 한 가사가 재미있다. 좀처럼 의도를 파악하기 힘든 난해함이 곡에 신비함을 더한다. 재즈적인 성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One Point Perspective', 알렉스 터너의 건조한 목소리가 빛나는 'American Sports'도 추천할만하다.

'The World's First Ever Monster Truck Front Flip'은 오르간과 코러스의 조화가 몹시 매혹적이다. 많은 팬이 느꼈듯이, 사운드에서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의 흔적이 강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알렉스 터너는 이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비치 보이스의 브라이언 윌슨이 < Pet Sounds >를 만든 작법을 많이 참고했다고 한다.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The Ultracheese'는 수십 년 묵은 스탠다드 팝까지 소환한다. 이쯤 되면 'Mardy Bum'을 부르던 더벅머리 청년은 잊게 된다. 전통적인 록 팬들의 기대를 멋지게 배반한 것이다.

사실 알렉스 터너가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들었던 곡만 보아도, 그의 음악적 변신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공개한 플레이 리스트에 따르면, 그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니나 시몬(Nina Simone), 우탱클랜(Wu-Tang-Clan), 마빈 게이(Marvin Gaye), 조 카커(Joe Cocker), 갭 밴드(The Gap Band) 등 옛 흑인 음악, 혹은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 같은 밴드의 음악을 즐겨들었기 때문이다 .

음악적 변신이 훌륭한 뮤지션의 필수 조건은 아니다. 기존의 스타일을 접어두고 변신을 시도했다가 큰 실패를 겪은 이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악틱 몽키즈는 그 경계선에서 헤매지 않았다. < Tranquility Base Hotel & Casino >는 밴드의 변화, 혹은 복고의 좋은 예다.


악틱 몽키즈 알렉스 터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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