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신임 보도국장으로 현덕수 YTN 기자가 내정됐다. 현 기자는 2008년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벌이다 해고된 후 지난 2017년 8월, 9년 만에 복직됐다.

현재 YTN은 긴 내홍을 끝내고 재기의 날개를 가다듬고 있다. MBC 출신의 전 tbs 사장 정찬형씨의 사장 내정에 이어 해직 언론인 출신인 현 기자가 새 보도국장에 내정되자, YTN 안팎으로 'YTN 보도국 정상화'에 대한 기대도 크다.

복직 이후 '혁신 TF팀'을 꾸려 최근 결과물을 내놓기도 했던 만큼, 현덕수 보도국장 내정자의 'YTN 정상화 플랜'이 궁금했다. 7일 <오마이뉴스>는 현덕수 내정자에게 전화를 걸어 그가 그리고 있는 새로운 YTN에 대해 물었다.

-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됐다. 소감이 궁금하다.
"YTN은 조준희 전 사장 사퇴 이후 1년 넘게 사실상 사장 공석 상태였다. 그 기간 동안 사내 갈등이 과거 못잖게 첨예화된 부분이 있었다. 다행히 지난 7월 새 사장이 내정되고, 오랜 기간 미뤄왔던 YTN 재건 작업이 이제야 가동되고 있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고, 지난 4월 YTN 노사가 합의한 '보도국장 임면동의제'에 따라 실시되는 투표도 있을 예정이다. (이런 과정이) 개인에 대한 평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YTN을 무겁게 짓눌러왔던 반목을 걷어내고, 함께 손잡고 다시 달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보도국 혁신을 토대로 YTN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내부의 결의를 다지고 싶다."

 해직 언론인 현덕수 전 YTN 기자가 3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 열린 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시사회에 참석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해직 언론인 현덕수 전 YTN 기자가 3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 열린 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시사회에 참석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성호


- 현 내정자가 그리고 있는 새로운 YTN의 모습이 궁금하다.
"지난 8월 말 복직한 뒤 '혁신 TF팀'에서 현장의 의견을 듣고, 보도국의 변화 방향에 대한 광범위한 작업을 했다. 구체적인 지침과 개혁, 혁신 등을 위해, 완벽하진 않지만 하나의 나침반을 만들었다. 2008년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 이후, YTN이 뉴스전문채널로서 우리 사회에 제대로 기여했는지에 대한 반성도 있었다. 전보다 미디어 환경이 치열해졌고, 그간의 갈등의 골을 메우고 신뢰로 승부해야 할 지점이 아닌가 싶다. 다시 출발해야 한다."

- 지난 10년간 달라진 미디어 환경 속에서 시청자들이 뉴스를 소비하는 방법, 방송 뉴스가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도 많이 바뀌었다.
"종편 출범 이후 평론식 보도가 많아졌다. 해설 보도도 물론 필요하다. 단순히 팩트를 전달하는 것보다는, 그 이면에 있는 맥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해설 보도가 강화되어야 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모든 이슈에 대해 시사평론가, 이른바 '시사 엔터테이너'라 불리는 사람들이 나와 흥미 위주로 설명하고 해설하는 뉴스가 많다. 이를 무비판적으로 내보내는 평론 뉴스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 시청자들의 뉴스 소비 방식이 이미 바뀌었을 수도 있다.
"해설 뉴스를 자체를 배격하자는 것이 아니다. '시사 엔터테이너' 중심의 해설 뉴스에서, 현장을 직접 취재한 기자나 뉴스의 당사자가 뉴스에 대한 궁금증을 직접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현재 YTN은 '방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가지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평론이라는 이름의 얕은 해설이 범람했던 것에 대해 반성하고, 현재 플랫폼을 기반으로 현장성을 높이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평론 뉴스 범람, 해설보도 강화할 것"

- 종편 등장 이후 '24시간 보도 채널'이라는 YTN만의 특장점이 많이 희석됐다.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고민도 하고 있나.
"지금은 온라인 등 여러 방식으로 뉴스가 소비되고 공유되고 확산되는 시대다. 디지털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언론 산업에서 다양한 실험이 시도되고 있고, 그 대안을 찾고 있는 것 같다. 우린 뒤늦은 감이 있지만, 새로운 혁신을 위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브라운관에서는 YTN의 영향력이 하락했지만, 유튜브, SNS 등에서의 YTN 브랜드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거다. 페이스북 팔로우 수, 유튜브 조회수나 구독수 등 소비자와의 접점을 나타내는 각종 지수가 상위에 랭크돼 있다. 상대적으로 뉴미디어 분야는 자율성을 보장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보도국에서 생산하는 콘텐츠와 이런 부분들을 영리하게 결합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 YTN 변화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뉴스라는 것이 단기간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시청자들이 변화를 체감하려면 꽤 긴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어느 정도의 기간을 잡고 있나.
"이제 첫 삽, 첫 발자국을 뗀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답변은 조심스럽다. 보도국 전체가 변화하고, 그 콘텐츠가 우리 채널에서 구현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거다. 지난 10년 동안 침전되어 있던 내부의 고민도 다시 불러일으켜야 한다. 몇 개월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 전에도 시청자 여러분께 'YTN이 변하려고 하는구나' 느끼실 수 있도록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도국장에 취임하면 장기적인 과제는 장기적으로 추진하되, 당장 보여드릴 수 있는 변화는 과감하게 시도하려고 한다.

새 사장님도 tbs에서 새로운 바람과 혁신을 일으켰던 분이기 때문에 그분의 아이디어도 도움이 될 것 같다. YTN은 조직이 크고, 그동안 변화를 기민하게 수용하기 어려웠던 면이 있기 때문에 그 아이디어가 어떤 지점에서는 충격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분이 지난 2~3년 동안 tbs에서 보여준 결과물이 있지 않나. 혁신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의미 있는 변화라면 구성원들도 일단은 힘을 모으지 않을까 싶다."

"YTN 해고자가 왔다" 지난 2008년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하다 해고된 YTN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기자가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YTN 사옥에서 9년 만에 출근하며 동료들과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YTN 해고자가 왔다" 지난 2008년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하다 해고된 YTN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기자가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YTN 사옥에서 9년 만에 출근하며 동료들과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유성호


- 9년 동안 해직되어 있었다. 이 기간이, 현덕수 내정자가 YTN 보도국을 이끄는데 어떤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나.
"해직 언론인들의 존재는, 지난 9년 동안 옳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인 언론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현상 그 자체였다. 해직되고 싶어 됐던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 기간 동안 언론계의 현실을 깨닫고, 외부자의 시선에서 업계를 바라볼 수 있었다. 외부인의 시각으로 YTN을 바라보면서 YTN 저널리즘의 원형은 무엇인지, YTN은 우리 사회의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고민은 YTN 안에 있던 구성원들도 함께했을 거다. 외부 환경이 어느 정도 개선되고 있는 시점인 만큼, YTN 안팎에서 했던 고민을 한데 모아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하는데 (해직기자 출신인 내가) 상대적으로 적합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 YTN의 신뢰도 회복을 위해, 가장 먼저 어떤 일을 할 예정인가.
"짧게는 지난 파업 기간에 YTN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여러 오보가 있었고, 조금 더 길게는 세월호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여러 이슈에 대해 뉴스 전문채널로서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과 고민을 다 하지 못했다는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새롭게 출발하는 YTN은 이런 반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구성원들과 함께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하나의 채널로서가 아니라, YTN 저널리즘의 원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보여드리겠다. 이러한 변화와 고민을 우리끼리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소비자이자 주인인 시청자들의 의견을 중요하게 받아들일 예정이다. 시청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변화를 만드는 것이, YTN에 부여된 새로운 의무라고 생각한다."


YTN 현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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