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강 진출이 급한 넥센 히어로즈가 결국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KBO는 7일 오후 넥센이 외국인 타자 마이클 초이스를 웨이버 공시했다고 밝혔다. 올 시즌 96경기에 출장해 타율 0.258 17홈런 61타점을 기록한 초이스는 더 이상 넥센 유니폼을 입을 수 없게 됐다.

아주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눈에 띄게 잘한 것도 아니었다. 외국인 타자라면 팀 공격의 중심이 돼야 하지만 초이스는 팀 내에서 그저 그런 타자 중 한 명에 불과했다. 매 경기가 전쟁같은 넥센으로선 초이스와 더 이상 함께 갈 수 없다고 판단했고, 뒤늦게나마 교체를 결정했다.

끝내 반전 없었던 초이스, 더 이상 기회는 없었다

올 시즌 대부분의 외국인 타자들이 타격 쪽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두산 베어스가 외국인 타자 활약 없이 선전하고 있는 특이한 케이스이지만, 2위 경쟁 중인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는 각각 로맥, 호잉의 활약이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중하위권에 있는 팀들 중에서도 외국인 타자의 존재감이 돋보이는 팀이 있다. 7월 월간 MVP 후보로 선정된 KT 위즈의 로하스, 늘 한결같았던 삼성 라이온즈의 다린 러프 등이 그 주인공이다. 팀은 처져 있으나 KIA 타이거즈의 버나디나도 어느 정도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에 비해 외국인 타자로 인해 큰 소득을 얻지 못한 구단, 넥센이다. 지난해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해 46경기 동안 타율 0.307 17홈런 42타점으로 맹활약했고, 팀과 재계약에 성공했다. 적은 경기 수임에도 많은 홈런을 기록하면서 올 시즌 홈런왕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만큼 초이스에 대한 팀의 기대가 컸다.

시범경기 첫날 홈런 초이스 1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한화와 넥센의 경기. 넥센 초이스가 3회초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솔로 홈런을 날리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2018.3.13

넥센 소속이던 당시 초이스의 모습(오른쪽) ⓒ 연합뉴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였다. 정규시즌 개막 이후 4월까지 타율 0.263 6홈런 21타점으로 부진했고, 5월에도 타율 0.275 4홈런으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많은 경기가 아니었음에도 홈런 20개에 거의 근접했던 지난해의 위력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시즌 내내 2할대의 타율에 머물렀고, 그렇다고 해서 다른 타자들보다 홈런을 많이 기록했다고 볼 수도 없다. 부상으로 한동안 공백기를 가졌던 박병호가 빠른 시간 안에 페이스를 끌어올린 것과 달리 지금의 초이스는 시즌 초반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을 찾아볼 수 없다. 삼진 79개, 4사구 43개로 좋지 않은 선구안도 발목을 잡았다.

넥센으로선 초이스가 살아나길 바랐고, 계속 그를 기다렸지만 끝내 부활하지 못했다. 후반기에는 11경기 동안 34타수 6안타(2홈런) 타율 0.176 5타점으로 더 이상 기회를 받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시즌 초반보다 1승의 가치가 커진 현 시점에서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는 초이스를 계속 끌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5강 승부수 던진 넥센, 교체 카드 통할까

초이스를 내보낸 넥센은 곧바로 새로운 외국인 타자 영입 소식을 전했다. 외야 수비와 1루 수비가 가능한 선수로, 연봉과 인센티브 포함 총액 10만 달러에 제리 샌즈와 계약을 맺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통산 5시즌 동안 156경기에 출전, 타율 0.238(420타수 100안타) 10홈런 57타점을 기록했고 마이너리그에서는 통산 11시즌 동안 936경기에 출전, 타율 0.275(3312타수 911안타) 180홈런 609타점을 기록한 바가 있다.

올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산하 더블A 팀 리치몬드, 트리플A 팀 새크라멘토 등에서 경기에 나섰다. 새크라멘토에서 22경기 타율 0.310(71타수 22안타) 7타점으로 타격감이 나쁘지 않았다. 4~5일 후에 입국한 이후 일본으로 이동해 여러 절차를 밟게 되며, 선수단 합류 시기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현재 넥센에 남아있는 경기는 총 35경기로, 리그에서 잔여 경기 수가 가장 적은 팀이다. 일단 며칠 동안 기존에 있던 타자들이 타선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다. 제리 샌즈에게 리그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감안한다면 결국 본격적으로 그가 전력에 가세하는 시기는 9월 이후가 될 전망이다.

후반기 넥센의 팀 타율은 0.274로 머무르고 있다. 타격감이 가장 좋은 이정후, 후반기에만 홈런 8개를 몰아친 박병호 등 몇몇 타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전반적으로 타격감이 떨어졌다. 주전 유격수 김하성은 후반기 타율 0.159 2홈런에 머무르고 있다. 박병호 한 명만으로는 부족한 느낌이다.

시간이 많지 않은 가운데서 얼마나 빠르게 리그에 적응할지가 관건이다. 지난해 가을야구에 가지 못한 설움을 털어내고 싶은 넥센의 승부수가 적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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