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방송예정인 MBC <PD수첩> '거장의 민낯, 그 후' 예고편.

7일 방송예정인 MBC '거장의 민낯, 그 후' 예고편. ⓒ MBC


[기사수정 : 7일 오후 6시]

지난 6월 초 김기덕 감독은 MBC < PD수첩 > 제작진과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편에 출연해 김 감독에게 성폭행 등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배우들을 무고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당시 김 감독 측은 고소장에서 "가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대중에게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PD수첩 내용과 같은 '성폭행범'은 결코 아니다"라며 "악의적인 허위 사실에 기반한 무고, 제보, 방송제작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두 달여 칩거에 들어갔던 김기덕 감독은 다시 법의 힘을 빌리기로 한 것 같다.

"화요일 방송을 두고서 '방송금지 가처분 소송'이 들어왔습니다. 소송의 주체는 김기덕 감독입니다. 심리는 내일 월요일 오후 5시에 서부지법에서 열립니다.

방송을 이틀 앞두고 이런저런 방송준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소송준비'까지 보너스를 얻었습니다. PD생활 해오면서 '방송금지 가처분소송'은 처음 경험해 봅니다. 23년차 시사교양 PD인데, 이제사 '그분'을 맞이한 겁니다."


지난 5일 MBC 유해진 PD가 본인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앞서 < PD수첩 > 측은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3월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을 방영한 데 이어 오는 7일 그 후속편인 '거장의 민낯, 그 후' 편을 방영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유 PD는 김기덕 감독이 제기한 소송을 '보너스'라고 표현했지만, 이어 간절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 감독께서는 방송이 못나가도록 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시겠지만, 저는 방송이 온전히 전파를 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어느 때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방송준비 하겠습니다."

김기덕 감독의 반응

 지난 3월 방송된 mbc <섹션TV 연예통신>의 한 장면.

지난 3월 방송된 mbc <섹션TV 연예통신>의 한 장면. ⓒ MBC


"미투 운동 시작하고 나서 이윤택씨 취재를 시작했는데, 여러 채널을 통해 김기덕에 대한 제보가 더 많이 들어왔다.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피해사실의 유사성에 한 번 놀랐고, 진술의 구체성이나 정확도를 봤을 때 심각한 범죄가 있었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취재를 했다."

유해진 PD와 함께 취재한 조성현 PD는 지난 6월 <섹션TV 연예통신>과 인터뷰에서 김기덕 감독을 취재하게 된 경위를 위와 같이 밝혔다. 실제로 방송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먼저 피해자들이 참으로 많았다. 김 감독의 페르소나였던 배우 조재현의 성폭행, 성추행과 관련된 제보도 여럿이었다.

김기덕 감독과 함께 일한 스태프들 역시 인터뷰에 나섰고, 영화인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방송 직후 일부 영화인들은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김기덕 감독은 < PD수첩 >측의 인터뷰를 거절하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제작진이 공개한 내용은 이랬다.

'먼저 직접 인터뷰를 못해 죄송합니다. 극단적인 생각만 들고 너무 힘들어서요. 그럼에도 드리고 싶은 말은 미투운동이 갈수록 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을 기다리고 또 사실 확인 없이 공개되어 진실이 가려지기 전에 사회적 매장을 당하고 그 후에는 평생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제 내용은 자세히 모르지만 어떤 내용이든 지금 제가 드리는 세 가지 기준으로 해석해 주시면 어떨까요.

첫 번째, 저는 영화감독이란 지위로 개인적 욕구를 채운 적이 없고 항상 그 점을 생각하며 영화를 찍었습니다.

두 번째, 여자에 대한 관심으로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일방적인 감정으로 키스를 한 적은 있습니다. 이 점은 깊이 반성하며 용서를 구합니다. 그러나 동의 없이 그 이상의 행위를 한 적은 없습니다.

세 번째,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만나고 서로의 동의하에 육체적인 교감을 나눈 적은 있습니다. 이것 또한 가정을 가진 사람으로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고 후회합니다.'


요약하자면, '미투 운동'이 자극적으로 흘러가면서 진실을 가리고 있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또 이대로 사회적 매장을 당할 수는 없다는 의지도 언뜻 피력했다. 모든 '행위'는 동의 하에 이뤄졌다는 주장도 눈여겨 볼 만하다.

무엇보다 그는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성폭력에 대해 "영화감독이란 지위"와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를 본 어느 영화계 관계자는 법적인 책임을 피해가려 변호사의 자문을 받은 것 아니겠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 PD수첩 > '거장의 민낯, 그 후' 편은 추가 피해자의 증언과 함께 2차 피해 문제를 다룰 것을 예고하고 있다.

김기덕과 조재현에 대한 추가 폭로 그리고 2차 피해

 지난 3월 방송된 <PD수첩>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 편의 한 장면.

지난 3월 방송된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 편의 한 장면. ⓒ MBC


"뛰어내려서 내가 얼마나 고통 받았는지를 세상에 알리고 싶은 그런 마음이..."

< PD 수첩 >과 만난 한 피해자의 고백으로, '거장의 민낯, 그 후' 편에 담길 내용의 일부다.  또 다른 피해자들도 "역고소 당하고 나서 불안 증세가 점점 심해지고..."라거나 "내가 피해자인데 내가 왜 죽고 싶지?"라며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여배우 C 역시 심각한 상태였다고. 

"그 친구가 제일 걱정하는 건, 부모님이 알게 되실까봐... 부모님한테 못 알리고 혼자 겪으니 더 힘든 거고. 이걸 알면 부모님이 자기보다 더 힘들어할 거라고. 아빠도 가만히 안 계실 거고. 가족들이 다 무너질 것 같대요. 그땐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여배우 C의 지인)

"이게 그냥 이 친구가 배우의 꿈을 잃어버렸다 정도가 아니에요. 대인기피증 왔죠, 공황장애 왔죠(중략). 그런 고백을 한 적이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도) 스킨십도 잘 못 하겠고, 그런 트라우마가 생각이 나서 힘들다. 그러니까 여성으로서의 삶이 영위가 안 되는 거죠..." (여배우 C의 지인인 톱 여배우 K)

피해자들은 이렇게 신원 노출의 불안, 장기간 소송의 압박, 보복의 두려움 등 심각한 2차 피해의 고통을 호소하는 중이다. < PD수첩 >은 이러한 2차 피해와 함께 김기덕 감독뿐 아니라 조재현에게 고소를 당한 피해자 인터뷰를 진행했고, 모든 걸 내려놓고 자숙하겠다던 조재현의 입장 변화 역시 내용에 담았다고 한다.

< PD수첩 >의 이러한 추가 보도는 시의적절해 보인다. 미투 운동 이후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행보가 이를 입증한다. 지난 2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가해자로 지목된 86명 중 5명 구속이 구속됐을 뿐, 31명은 사실상 수사가 스톱된 상태라고 한다. 또 33명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이들은 13명에 불과했다.

재판 과정에 있는 이들 역시 지속적으로 논란과 송사를 이어가고 있다. < PD수첩 > 제작진을 고소한 김기덕 감독을 비롯해 지난 7월 고은 시인은 자신을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한 시인 최영미 씨 등을 상대로 10억여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전형적 2차 피해"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조재현 역시 과거 성폭행 사실을 폭로한 재일교포 여배우와 송사를 벌이고 있다. 또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은 법원에 보석 신청을 낸 것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이와 관련, 연극인들은 이윤택 감독의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모아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또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 비상대책위원회 역시 연극배우 겸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김태훈 교수가 학생들을 성추행했다고 폭로한 이후, 양측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미투 운동' 이후 폭로된 사안만큼이나 피해자들에 대한 빈번하고 다양한 2차 피해 호소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정현백 장관이 "'미투'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주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엄중 처벌'이나 법 개정은 원활하지 않은 반면 가해자들의 맞고소나 언론 플레이 등 직간접적인 2차 피해는 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7일 방송될 < PD수첩 >은 '거장의 민낯, 그 후' 편에 더욱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미 송사를 진행 중인 김기덕 감독이 제기한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도 관심사다. 지난 5일 < PD수첩 >의 한학수 PD는 역시 김기덕 감독의 방송금지가처분 신청과 관련, 아래와 같은 소감을 남겼다.

"미투 열풍이 뜨거웠던 몇달 전에 '거장의 민낯'을 방송했습니다. 미투가 잠잠해지고 그 뒤에 여러 어려움들이 드러났습니다. 미투의 현재와 한계 그리고 더 나아가기 위한 과제들을 사례를 통해 살펴봅니다. 유해진 조성현 PD, 이아미 작가가 분투하고 있습니다. 추가소식. 김기덕 감독이 방송금지가처분을 냈다고 합니다. 무사히 방송 나가기를!"

"유해진, 조성현 PD가 충실하게 취재했습니다. 사실에 근거해서 방송하겠습니다. 김기덕 감독의 방송금지가처분 소송도 헤쳐 나가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댓글3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어제는 영화기자, 오늘은 시나리오 작가, 프리랜서 기자.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청탁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