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퀘어> 영화 포스터

▲ <더 스퀘어> 영화 포스터 ⓒ 찬란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영화로 사회적 실험을 한다. 그는 인물을 '불편한 상황'에 놓은 다음에 보여주는 태도를 통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계에 비판을 가한다. 그는 '문명'이라고 일컬어지는 시스템의 모순과 부조리를 파헤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제67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전작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2015)은 평범한 가장을 어떤 상황에 던진 후 그의 민낯이 드러나는 상황을 관찰했다. 스톡홀름 현대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크리스티안(클라에스 방 분)이 '더 스퀘어' 전시를 앞두고 겪게 되는 갖가지 사건을 그린 <더 스퀘어>에서도 실험을 계속된다.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더 스퀘어>의 연출 의도를 이렇게 설명한다.

"주변을 돌아보면 개인에 대한 확신은 늘어나는 반면, 공동체에 대한 신뢰는 줄어들고 있다. <더 스퀘어>는 사회적 책임과 신뢰, 부유함과 가난함, 힘 있는 자들과 힘없는 자들에 관한 주제를 넘나들며 인간과 사회, 미디어의 양면성을 꼬집는다"

<더 스퀘어> 영화의 한 장면

▲ <더 스퀘어> 영화의 한 장면 ⓒ 찬란


<더 스퀘어>는 2015년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이 직접 제작한 예술 프로젝트 '더 스퀘어'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한다.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과 영화 제작자 칼레 보만은 스웨덴 베르나모 지역에 위치한 반달로룸 디자인 미술관 광장에 정사각형 형태의 조형물을 설치하고 "'더 스퀘어'는 신뢰와 배려의 성역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모두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나눠 갖는다"고 정의했다. '더 스퀘어'는 인간 본성의 이면에 대한 문제 제기와 인도주의적 가치의 전파를 목표로 삼았다.

<더 스퀘어>는 조형물 '더 스퀘어'를 영화로 옮기며 전제를 상황으로 확장했다. 영화는 크리스티안의 일상에 소매치기 일당에 지갑과 핸드폰을 빼앗기는 상황을 주어 균열을 꾀한다. 갈라진 틈을 통하여 인간, 예술, 사회의 감춰진 이면을 엿본다.

크리스티안은 빼앗긴 물건을 되찾는 과정에서 감추었던 속물근성, 성차별과 인종차별, 노숙자와 이민자를 무시하는 태도를 고스란히 노출한다. 신뢰와 배려, 동등한 권리와 의무 등 선한 가치를 추구하는 '더 스퀘어'와 크리스티안의 행동은 상반된다.

'더 스퀘어'와 크리스티안의 대비 속에서 그가 속한 남성(종), 아버지(가정), 큐레이터(직업), 진보주의자(정치), 부유한 지식인(계급)은 맨살을 드러낸다. 크리스티안이 보여주는 치부는 최고 복지국가로 알려진 스웨덴의 그늘이기도 하다.

<더 스퀘어> 영화의 한 장면

▲ <더 스퀘어> 영화의 한 장면 ⓒ 찬란


<더 스퀘어>는 초반부에 크리스티안과 기자 앤(엘리자베스 모스 분)의 인터뷰 장면으로 현대 미술에 질문을 던진다. 크리스티안이 정리한 현대 미술의 정의는 돌을 쌓은 설치 미술품 '아무것도 없다'가 부주의로 훼손되어 수습하는 과정과 모순을 형성한다. 비교되는 두 장면으로 영화는 현대 예술의 허세를 꼬집는다.

'더 스퀘어'의 홍보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은 눈길을 끌 요량으로 어린아이를 폭파하는 영상을 제작한다. 영상은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하고 비난 여론 역시 솟구친다. 위기에 처한 크리스티안은 금기를 넘어설 기회라고 궤변을 늘어놓는다. 영화는 미디어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미술관에서 마련한 파티에 초대된 예술가 올레그 로고진(테리 노터리 분)이 원숭이로 분하는 행위 예술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순간이다. 행위 예술로 펼친 원숭이의 폭력적인 행동과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의 침묵 내지 무감각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하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어느 수준까지 자극적으로 변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다른 하나는 주위에 사람들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을 돕지 않게 되는 현상인 방관자 효과를 이야기한다. 부르주아와 지식인 계급의 위선은 까발려지고 동물의 야만성과 동격으로 비춰진다.

<더 스퀘어> 영화의 한 장면

▲ <더 스퀘어> 영화의 한 장면 ⓒ 찬란


영화는 미장센과 사운드를 활용하여 크리스티안을 둘러싼 상황에 감정을 불어 넣는다. 복도, 벽, 거울 등 크리스티안은 '더 스퀘어'를 떠올리게 하는 사각형의 프레임에 계속 갇힌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을 연상케 하는 사각형이 겹쳐지는 계단 장면은 인물과 상황에 혼란스러움을 더해준다.

영화엔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의 울음, 도와달라는 비명 소리, 미술관 안의 소음 등 사운드가 줄곧 들린다. 화면의 사각형이 모순적인 행동을 시각화한 것이라면 기이한 사운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으나 모른 척 외면하는 태도를 청각으로 표현한 연출에 가깝다.

<더 스퀘어>는 예술의 역할과 정치적 올바름, 스웨덴의 현실과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흥미로운 상황으로 하나씩 집어가는 세련된 풍자극이다. 또한, 관객을 불편한 상황에 몰아놓는 도발적인 사회적 실험이다. 영화 속 크리스티안은 곧 우리 자신이다.

흥미진진하고 날카로운 거울 <더 스퀘어>은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보았는가?" 질문은 이어진다. "나는 인간을 믿는다 / 나는 인간을 믿지 않는다"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미술관의 한 장면으로 희망이 있다고 대답한다.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가 응답할 차례다. 제70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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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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