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족> 영화 포스터

<어느 가족> 영화 포스터 ⓒ 티캐스트


여러 영화에서 가족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 이야기 해 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또 다른 가족 이야기, 2018년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 수상작, <어느 가족>이 지난 달 개봉했다. 피는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지만 가족으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2시간의 러닝타임동안 보는 사람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가 먹먹하게 만들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여러 물음표들을 남긴다.

시바타 가족은 할머니 하츠에(키키 키린)의 연금과 좀도둑질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아빠 오사무(릴리 프랭키)와 엄마 노부요(안도 사쿠라)가 일을 하고는 있지만 일용직인데다가 얼마 있지 않아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고 만다. 2인 1조가 되어 익숙한 솜씨로 마트에서 먹거리와 생필품을 훔친 오사무와 아들 쇼타(조 카이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추운 겨울날 아파트 복도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어린 여자아이를 보게 된다. 방치된 아이를 무시하고 지나갈 수 없었던 오사무는 여자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가고 아이에게 린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영화으 한 장면

영화으 한 장면 ⓒ 티캐스트


보통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를 우리는 '가족'이라고 부른다. 부모와 자식에게는 각자의 역할이 있으며 그에 맞게 부여된 의무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때로 규범이 되어 '가족'이라는 집단을 이상화하고 정형화시킨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꾸준히 가족의 정형성이라는 것에 질문을 던져왔고 이 질문은 <어느 가족>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이어진다.

1988년 도쿄에서 일어난 실화, '스가모 어린이 방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아무도 모른다>에서 집나간 엄마를 기다리는 형제들의 일상을 보면서 우리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예뻐 웃다가도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각자 아빠가 다른 네 명의 아이들이 보호자 없이 생활해야하는 상황에 이내 가슴이 답답해진다. 노부모가 사망한 후에도 연금을 받기 위해 사망신고를 하지 않은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어느 가족>역시 좀도둑 가족들의 유쾌한 모습에 웃음이 나오다가도 그들 각자의 숨겨진 이야기에 안타까워지고 결국은 무너질 수밖에 없는, 어쩌면 예고된 것일지도 모를 현실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뉴스로만 이 사건들을 접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의 잘못으로 생긴 일이라고 책임을 묻고 가치 판단을 내리기가 쉬울 것이다. 하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사건의 보여 지지 않은 이면을 이야기함으로서 우리로 하여금 누군가의 편에 서서 판단을 내리는 대신 보다 관대하고 열린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게 만든다.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 티캐스트


<어느 가족>에선 떠나왔거나 남겨졌거나 혹은 버려진 자들이 모여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산다. 그들 가족이 혈연이 아닌 서로의 선택으로 맺어진 것이기 때문에 '진짜' 가족보다 더 낫다는 노부요의 말에 하츠에는 괜한 기대를 하지 않아서 좋다는 말을 더한다. 이들은 서로가 이야기 하지 않은 것을 들추려 하지 않고, 서로의 아픔을 어설프게 위로하려고 하지 않으며 각자 삶의 방식에 간섭하지도 않는다. 분명 일반적이지 않은 가족이지만 이들이 함께하는 모습은 가장 일반의 모습이다. 함께 밥 먹고, 목욕하고,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리는 불꽃놀이를 즐기고, 바닷가에서 손에 손을 잡고 점프를 하며 크게 웃는다.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 티캐스트


가족 구성원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사회와 시대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일용직 노동자들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일을 하다가 몸을 다쳤을 때 산재처리는커녕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고, 월급을 줄이기 위해 노동자들의 근무 시간을 줄이고, 인원감축을 할 때 시급이 높다는 이유로 일방적인 해고통지를 받는-과 아동학대에 무방비한 시스템의 문제들을 이 영화에서 볼 수 있다. 영화 속 이러한 현실은 양심의 가책 없이 도둑질을 하는 좀도둑 가족들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사용되지 않는다.

감독은 이들 가족을 관객에게 설득하려고 하지 않고 가족의 가치가 무엇인지 저울질 하지도 않는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은 이미 붕괴되었고(그것이 폭력 때문이든, 무관심 때문이든), 선택으로 맺어진 가족 또한 자의로든 타의로든 너무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결국 남는 것은 추억이고 함께한 시간이다. 이들의 추억은 차가운 겨울, 추위를 잠시라도 녹여주는 햇살처럼 관객의 무겁게 내려앉는 마음에 위로가 된다. 

 쇼타 역을 연기한 죠 카이리의 연기 지도를 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쇼타 역을 연기한 죠 카이리의 연기 지도를 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티캐스트


[추신]
배우들의 열연을 빼놓을 수가 없다. 이번 작품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함께하는 6번째 영화인 키키 키린과 4번째인 릴리 프랭키는 물론이고 <100엔의 사랑>으로 한국에서 주목을 받은 안도 사쿠라, 그리고 영화가 처음인 아역배우들까지.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할 정도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강지원 시민기자의 브런치 계정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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