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함께-인과 연' 김용화 감독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의 김용화 감독이 2일 오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 김용화 감독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으로 김용화 감독은 큰 흥행을 경험 중이다. ⓒ 이정민


약 220억 원이 들어간 영화 <미스터 고>(2013)는 그때까지만 해도 흥행 감독이라 불리던 김용화 감독에겐 뼈아픈 기억이다. <오! 브라더스>(2003), <미녀는 괴로워>(2006), <국가대표>(2009) 등으로 성공 가도를 달려온 그는 야심 차게 국내 최초로 가상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특수효과를 구현해 냈지만, 시장에서 크게 외면받았다.

정확히 4년 뒤 김용화 감독이 꺼낸 카드는 또다시 특수효과로 점철된 판타지 SF 영화 <신과 함께>였다. 원작 웹툰을 재구성 한 총 2편의 프로젝트로 <미스터 고>의 두 배에 달하는 제작비를 들였다. 기획 당시만 해도 귀인을 데리고 저승의 여러 재판을 통과하는 세 차사의 이야기가 이 정도로 흥행할지 몰랐을 터. 김용화 감독의 모험이 어느덧 결실로 돌아오고 있었다.

기획의 시작

실패 후 한 번 더 판타지 장르를 하게 된 까닭을 물었다. 김용화 감독은 "두려웠고, 또 망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실패라는 건 멈춰버리면 실패로 규정된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제가 만약 <미스터 고>에서 멈췄으면 그런 도전은 실패로 규정되겠지. 하지만 멈추지 않으면 그건 하나의 과정이 되니까 좌표를 그렇게 정했던 것 같다. 그리고 처음 <신과 함께> 프로젝트를 제안받았을 때보다 회사(김용화 감독은 특수효과 및 콘텐츠 기업인 덱스터를 2011년 설립했다)가 많이 성장했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제안받았을 땐(2012년) 엄두를 못 냈는데, 다시 제안받았을 땐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김용화 감독이 말한 자신감이 현재 상영 중인 <신과 함께: 인과 연>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각 인물들에 적용된 특수효과는 물론이고, 호랑이와 늑대 무리, 심지어 <쥬라기 공원>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공룡 랩터 등이 등장한다.

"난도가 높은 작업이었다. 성주신(마동석)이 머물고 있는 이승의 집 세트만 수월했고, 나머진 상당히 어려웠다. 덱스터가 성장할 수 있던 배경엔 크리쳐(동물이나 괴물들) 기술력이 있었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이니 호랑이는 그렇게 넣어보자는 생각이었다. 공룡은 일종의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오마주였다. 우리가 안 해서 못한 것이지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젊은 친구들이 1편을 많이 봤는데 그런 친구들에게 오락적 요소로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반대 의견도 많았다. 굳이 공룡 등을 넣어야 하나 그렇게 의견이 갈리다가 영화적 즐거움이 있을 것 같아서 넣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안 해서 못한 것이지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

"우리가 안 해서 못한 것이지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 ⓒ 이정민


이야기 구성 역시 1편과 2편을 다른 결로 했다. 천년 간 차사 일을 해왔던 강림(하정우), 해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이 귀인 자홍(차태현)을 데리고 저승 재판을 받으며, 귀인 가족에 얽힌 애잔한 사연을 드러낸 게 1편이었다면, 2편에선 세 차사들이 서로 과거에 얽히게 된 비밀과 함께 자홍의 동생 수홍(김동욱)의 재판 과정이 병렬적으로 제시된다.

김용화 감독은 "1편에선 서사와 감정이 직선적이라면 2편은 눈물보다는 다른 재미를 추구하고자 했다"며 "하정우씨가 다른 인터뷰에서 말했듯 1편이 눈으로 울었다면, 2편은 가슴으로 울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편은 이야기가 세 갈래로 진행된다. 저승의 원귀(수홍)를 변론해야 하는 강림과 이승에서 할아버지 영혼을 데려와야 하는 해원맥과 덕춘, 그리고 이들의 천 년 전 과거 이야기로. 만만치 않았고, 편집하는 데 시간을 많이 들였다. 이야기가 점점 하나로 모이는 구성이었는데 보시다 보면 전반부에서 느껴지는 산만함이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전 아무래도 전 세대를 대상으로 한 상업영화 감독이니까 영화가 어렵게 느껴지는 걸 많이 경계했다. 1편을 보고 2편 내용을 예상한 분도 계셨을 것이다. 근데 동시에 예상 가능한 거면 나쁜 영화고 실패한 영화일까? 그건 또 아니라고 생각했다."


 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의 한 장면.

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오달수와 최일화 편집의 전말

물론 어두움도 있었다. 올해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미투운동'을 통해 <신과 함께> 출연 배우인 오달수와 최일화도 가해자로 지목된 것. 1편에서 판관으로 나왔던 오달수가 2편에서도 판관으로 등장하고, 최일화는 하정우의 아버지 역으로 2편에 새롭게 등장해 촬영을 마친 상태였다. 감독은 꽤 긴 시간 고민했고, 두 배우의 분량을 통편집한 뒤 조한철과 김명곤을 섭외해 새로 촬영하는 것으로 매듭지었다.

"1편이 생각보다 잘 됐다. 초반엔 (작품성 면에서) 언론의 집중포화도 맞았지만 예상 외의 사랑을 받아서 2편에선 일반인 모니터링(작품의 일부를 공개해서 평가받는 식)을 많이 했다. 편집 단계마다 많이 보여드렸다. 이야기가 설득력 있는지 재미는 있는지, 의미적인 만족도가 있는지 여러 차례 체크했다.  

오달수씨가 있는 버전도 체크를 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배우가) 바뀌게 됐다. 관객들 반응, 제작사 반응이 종합된 판단이었다. 영화는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닌 이상 가급적이면 (관객들이) 편안하게 보시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상당히 많았다."

새로운 배우를 투입해 일부 재촬영을 했고, 기술을 이용해 정교하게 본편에 합성한 게 지금의 결과물이었다. 영화에선 염라(이정재)와 판관, 지옥 대왕들과 차사 강림이 한 신에 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조한철 등과 이정재는 현장에서 한 번도 마주친 일이 없다는 후문. 카메라워킹과 배우 동선 등을 계산해서 편집해 넣었기에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었다.

 "영화를 다시 찍는 과정보다 그 당시 그 사태 속에서 가슴이 많이 아팠다. 이걸 운명처럼 치부해버리고 흔쾌히 결정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고통을 많이 받았다."

"영화를 다시 찍는 과정보다 그 당시 그 사태 속에서 가슴이 많이 아팠다. 이걸 운명처럼 치부해버리고 흔쾌히 결정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고통을 많이 받았다." ⓒ 이정민


"후속편 밑밥은 던져놨다"

하정우가 이미 공개했듯 (관련기사 : "나 지금 좀 민망해"... 하정우가 안절부절 못한 까닭, http://omn.kr/s5a4) 김용화 감독은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하정우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고, 의지하기도 했다. 2012년 <신과 함께>가 기획되기 직전 하정우와의 만남을 그는 이렇게 말했다.

"<미스터 고> 실패 이후 후유증에서 어느 정도 회복하고 있었는데 정우에게 전화가 왔다. 커피숍에서 보자더라. 제가 어려워 보였나 보더라. 커피 마시면서 얘기를 하는데 감독님 작품이면 뭐든 하겠다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면서 얘기하더라. 그 모습에 저도 눈물을... (웃음) 그래서 원래는 그 직후 <탈출>이라는 영화를 하기로 했었는데 그게 미뤄지고 <신과 함께>가 들어와서 정우에서 시나리오를 줬다. 보고 하고 싶은 역할을 택해봐라 했더니 바로 강림을 하겠다고 하더라."

마동석 캐스팅도 우정의 산물이었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낸 가까운 친구라고 소개하며 그는 "섭외했을 당시엔 지금의 후광이 있던 시기는 아니었지만 이미지를 많이 소진시키지는 않으려 했다"며 "그 이후 그가 <부산행>과 <범죄도시> 등으로 열심히 활동했다"고 덧붙였다.

"(1편과 2편을 동시에 촬영했기에) 2편까지만 개봉시키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던 김용화 감독에게 후속편의 가능성을 물었다. 결말을 보면 충분히 가능한 시도로 보인다. "<신과 함께>의 최대 적이 <신과 함께>"라며 김용화 감독은 말을 이었다.

"2편 마지막 부분의 떡밥은 예의상 한 것이다. 이 영화를 프랜차이즈로 해달라는 관객분들에 대한 예의를 지킨 것이다. 3부와 4부로 갈 수 있는 밑거름은 있는 상태다. 다만 대중 영화감독이니까 관객분들이 보고싶어하는 걸 잘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않나.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다른 감독에게 맡길 수도 있고, 일단 지금 상영 중인 영화가 잠잠해질 때 제 자신을 돌아본 뒤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원작 웹툰의 저승편을 닮아갈 수도 있고...

저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 뿐이다. 중앙대 영화과를 재수해서 들어가 91학번인데 그때 한국영화의 위기라는 말이 나왔다. 92년에도 한국영화 위기라더라. 그 말이 계속 이어져 올해도 한국영화 위기라고들 한다. 문화는 정부의 정책이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본다. 자기복제를 하다보면 소멸할 것이고 새로운 세대가 나타나겠지. 이게 건전한 것이라 본다.

주제넘게 제가 이 산업에 어떤 말을 덧붙일 건 아니라고 본다. 세계시장을 흔들어보겠다고 시도한 게 <미스터 고> 아닌가. 얄팍한 시도였지. 한국에서도 인정 못 받는데 어떻게 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겠나. 과거의 실패를 제가 알고 있으니 지금 주어진 걸 끝까지 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신과함께 김용화 하정우 주지훈 마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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