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인과 연>에서 배우 하정우가 맡은 차사 강림은 다른 차사들과 달리 천 년 전 기억을 모두 갖고 있다. 이 사실로 인해 영화 중반 차사들 간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신과 함께: 인과 연>에서 배우 하정우가 맡은 차사 강림은 다른 차사들과 달리 천 년 전 기억을 모두 갖고 있다. 이 사실로 인해 영화 중반 차사들 간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1400만 관객이 본 1편, 그리고 2편 역시 개봉 당일 한국영화 역대 오프닝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신과 함께: 인과 연>(아래 <신과 함께2>는 하정우에겐 남다른 작품이었다. 대학교 선배였고, <국가대표>로 함께 흥행도 맛봤다. 그렇지만 이후 거액을 쏟아부은 <미스터 고>의 참패 후 김용화 감독의 우울감을 곁에서 지켜보기도 했다. 

가상 캐릭터 고릴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야심찬 기획의 실패 후 하정우는 "어떤 작품이든 절 불러주시면 함께 하겠다"는 일종의 수표를 던졌고, 감독은 웹툰 원작의 판타지 영화 <신과 함께>에 그 찬스를 썼다. 가상 캐릭터에 각종 특수효과가 난무하는 거대 기획이었다.

국산 판타지물의 진화

"이걸 과연 할 수 있을까" 시나리오를 받아든 하정우가 가장 먼저 한 생각이었다. 세 차사가 귀인을 모시고 재판을 받는 과정도 그랬지만 천 년 전 과거 이야기가 서로 얽혔기에 감정 표현까지 섬세하게 해내야 했다. 하정우는 "제가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따졌을 때 강림뿐이었다"고 당시 소회를 전했다. 다행히 "1편 때보다는 마음이 좋아졌다"지만 "관객분들이 2편을 어떻게 읽어줄지 걱정도 된다"며 그가 말을 이었다.

"처음에 봤던 시나리오는 더 방대하고 길었다. 감독님과 또 김병서 촬영 감독님이 합류하면서 같이 이런저런 얘길 나눴다. 1편과 2편을 동시에 찍는다는 건 곧 한 작품을 찍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데 한 신에서 서로 결이 다른 감정을 유지하기가 쉽진 않겠더라. 장비를 사용하는 빈도 역시 다른 작품들보단 높을 수밖에 없었다. 와이드 카메라를 많이 써서 배우들 사이에 카메라가 서 있곤 했다. 배우들 간 호흡뿐만 아니라 카메라 워킹과 합도 맞춰야 했지.

아시다시피 이 여정의 시작은 <미스터 고> 직후였다. 시나리오가 불확실한 때였는데 그때 감독님과 의기투합했다. 어떤 작품이든 같이 하자고 말씀드렸다. 저도 경력이 쌓이고 나이가 들면서 점점 얘길 들어줘야 하는 입장일 때가 생기더라. 모른척 해야 할 때도 생기고. 그런 면에서 강림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느꼈다. 천 년 동안 다른 차사와 달리 자신만 기억을 안고 살아왔잖나. 그런 심정이 이해되는 부분이 있었다."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효과를 입혀야 하는 설정상 배우들은 그린 매트에서 연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할리우드 히어로물에 주로 쓰이는 작업 방식이다. 하정우는 "철판을 두껍게 깔아야 하더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연기해야 하니 민망했지. 그 민망함을 빨리 고백해야 한다. 지금 처음이라 너무 낯선데 혹시 괜찮은 건지, 주지훈과 차태현 형에게도 물어봤다. 안 민망하냐고. 그들도 민망하다더라. 스태프들에게도 지금 좀 민망하다고 고백했다. 2편을 보셨으면 알겠지만 '눈 감아!'라는 대사를 소리치며 내뱉는다. 평상시에 누가 '눈 감아'라는 말을 샤우팅하겠는가(웃음). 뻘쭘하고 창피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어벤져스> 메이킹 영상을 봤는데 오, 우리가 하는 것과 비슷하더라. 보면서 적응해 나갔지.

CG 팀의 자신감이 보이더라. 놀라운 건 공정률이 40프로만 돼도 꽤 좋은 퀄리티가 나온다. 1부에선 물을 표현할 땐 나름 해외에 맡겨서 분업화를 시켰는데 그 사이에 기술이 또 발전해서 2부에선 대부분 효과를 한국 팀에서 맡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배우 하정우.

배우 하정우.ⓒ 롯데엔터테인먼트


별명 제조기

해원맥을 맡은 주지훈, 덕춘 역의 김향기와 대부분 붙어서 연기해야 했기에 이들과의 일화가 많아 보였다. 셋 중 가장 연차가 높은 선배이기에 나름 중심을 잘 잡아야 했다. 오히려 하정우는 "그런 것보단 셋이 함께 현장에서 대기할 때가 많았는데 마치 퇴근시간을 기다리는 회사원들처럼 오늘 촬영 끝나고 뭐 먹을까 얘길 가장 많이 했다"며 현장에서 각종 간식을 나눠 먹은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분명 하정우는 현장에서 동료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등 일종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주연으로서 필수 덕목은 아니지만 이런 모습에 현장 분위기는 더욱 좋아지는 법이다. 참고로 염라대왕 역을 맡은 이정재에게 '염라스틴', '염라 언니'라는 별명을 붙인 것도 하정우였다.

"제가 지은 별명이 맞다. 곰곰 생각해보면 제가 이 영화에 공헌한 부분이 많네. 마동석씨에겐 마동동이라는 별명을 붙였고(웃음). 염라스틴이라는 별명은 아무래도 분장이 오래 걸리기에 정재 형이 가장 먼저 현장에 와서 준비를 하거든. 수염을 붙인 뒤 가발을 세팅하는데 항상 그즈음에 제가 현장에 도착한다. 뒷모습을 보니 참 청순하더라. '되게 청순하시네요' 이러면서 그 별명을 붙이게 됐다."  

<신과 함께> 시리즈의 흥행은 배우 하정우 개인으로서도 자신감이 붙는 계기였다. "판타지 장르가 사랑받는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라며 그는 "제작자, 감독 입장에서도 상상의 범위를 더 넓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공감받으면 상상의 범위가 더 넓어질 것 같다. <부산행>도 잘되었잖나. <아가씨>도 물론 박찬욱 감독님의 이름값이 있겠지만 외국어 대사가 절반이 넘는데도 흥행했다. 그만큼 관객분들이 영화를 보다 넒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영화든 앞으로 좀 더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신과 함께>를 통해 열렸으면 좋겠다."

<신과 함께> 이후 오는 9월, 하정우는 차기작 <클로젯> 촬영에 들어간다. 본인의 소속사에서 제작하는 작품. 이후 <백두산>과 <보스턴 1947> 촬영도 이어질 예정이다. 연말엔 이미 촬영을 마친 < PMC>가 개봉한다. 여러모로 바쁘게 지내게 됐다. 최근까지 이탈리아 여행, 그리고 개인 전시회를 열었던 그가 다시 본업으로 달리는 것. 여기에 더해 그는 세 번째 연출작에 대한 구상도 살짝 공개했다.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는데 곧 초고가 나온다. 언론사 이야기다(일동 웃음). 제가 코미디 상황을 좋아해서 그런 분위기가 될 것이다. 기자들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일이 꼬이는 과정을 다룬다. 기자라는 직군보다는 해당 캐릭터의 눈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게 흥미로우니 그렇게 생각해주셨으면 한다. 언제 촬영에 들어갈지는 모르겠다. 감독으로서 영화를 찍는 게 몇 개월 만에 되는 건 아니니까."

 "어떤 영화든 앞으로 좀 더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신과 함께>를 통해 열렸으면 좋겠다."

"어떤 영화든 앞으로 좀 더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신과 함께>를 통해 열렸으면 좋겠다."ⓒ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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