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주말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기세가 매섭다. 첫 회 시청률 8.8%(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뒤, 매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이 기록의 중심에는 단연 작가 김은숙이 있다. "영화는 감독 놀음, 드라마는 작가 놀음"이라는 세간의 말처럼 김은숙의 힘이 여실히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 드라마는 스타급 드라마 작가와 함께 흥망성쇠를 함께 하고 있다. 오늘날의 김은숙처럼 각 시대를 대표했던 드라마 작가는 과연 누가 있을까?

[1960년대] '1세대 드라마작가' 유호와 한운사

 지난 2008년 12월 12일 오후 여의도 CCMM빌딩 서울시티클럽 우봉홀에서 열린 '제9회 방송인상 시상식'에서 방송공로부문을 수상한 한운사 작가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지난 2008년 12월 12일 오후 여의도 CCMM빌딩 서울시티클럽 우봉홀에서 열린 '제9회 방송인상 시상식'에서 방송공로부문을 수상한 한운사 작가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인의 노래 '신라의 달밤'의 작사가로도 유명한 유호는 1세대 드라마 작가로 명성을 떨쳤다. 1945년, 25살의 나이에 경성방송국에서 라디오 드라마를 쓰기 시작한 그는 1961년 개국한 TBC 드라마 <초설>을 시작으로 드라마 작가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맞벌이 부부> <짚세기 신고 왔네> 등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방송국 측은 아예 작가의 이름을 딴 <유호 극장>이란 연속극을 편성할 정도였다.

유호가 쓴 드라마는 방영 즉시 세간의 화제가 되었고, 매번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불러 모았기 때문에 방송사 측은 원고료, 전속료 외에도 승용차까지 제공할 정도로 그를 극진히 모셨다. 1960년대 드라마 업계에서 유호는 'TBC 그 자체'라고 할 정도로 막강한 위세를 과시했다.

유호 못지않은 60년대 최고의 스타 작가는 한운사였다. 소설가, 기자를 거쳐 1957년 전업작가로 데뷔한 그는 단번에 CBS 드라마의 중심이 되었다. 최초의 TV 일일드라마이기도 한 <눈이 내리는데>를 시작으로 <서울이여 안녕> 등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60~70년대는 바야흐로 '한운사의 시대'였다.

그는 TV 드라마 뿐 아니라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서도 탁월한 역량을 드러냈다. <이 생명 다하도록> <현해탄은 알고 있다> <남과 북> <빨간 마후라> <나루터 삼대> 등의 수작으로 그는 TV와 영화를 넘나들며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1970년대] '사극 대가' 신봉승과 '김수현 시대'의 개막

드라마 작가 김수현씨 드라마 작가 김수현씨

드라마 작가 김수현.ⓒ 연합뉴스


1970년대는 TV 드라마가 대중적 인기를 얻기 시작한 시대였다. TV 드라마의 전성기라고 불릴 만큼 TV의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강해졌고, TV 보급이 600만 대에 이르는 등 '1가정 1TV 시대'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향은 TBC 일일드라마 <아씨>, KBS <여로>의 성공으로 더욱 강화되었다.

TV 드라마 시대가 본격화 되면서 스타 드라마 작가도 속속 탄생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사극대가' 신봉승이었다. <용의 눈물> <여인천하> 등으로 유명한 김재형 PD가 연출을 맡고, 신봉승이 대본을 쓴 TBC <이조여인 500년사>는 1972년부터 1979년까지 장장 8년여에 걸쳐 방송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 후, 신봉승은 대한민국 대표 사극 작가로서 MBC <조선왕조 500년> 시리즈, KBS <한명회> <장희빈> 등으로 당대를 풍미하게 된다.

사극에 신봉승이 있었다면 현대극에는 단연 김수현이었다. '언어의 마술사''시청률의 연금술사''드라마계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달고 다니는 김수현은 1972년 MBC 일일드라마 <새엄마>를 시작으로 <강남가족> <수선화> <안녕> <여고 동창생> <행복을 팝니다> 등을 집필하며 왕성한 활동을 자랑했다.

'한국방송대상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이자 200회 이상 방영되는 동안 단 한번도 시청률 1위를 빼앗기지 않았던 <신부일기>와 혼전 임신, 불륜, 복수 등 당시로선 파격적인 소재를 채택했던 <후회합니다> <청춘의 덫> 등은 1970년대 김수현의 대표작들이다. 김수현의 등장은 남성 작가 위주의 드라마업계에 균열을 낸 일대 파란이었다. 또 드라마 작가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지 보여준 표본이 됐다.

[1980년대] 김수현의 전성기, '나연숙'과 '김정수'

 김정수 작가의 대표작 MBC <전원일기>

김정수 작가의 대표작 MBC <전원일기>ⓒ MBC


1980년대 최고의 스타 작가는 명실상부 김수현이었다. 1984년, 뒤바뀐 자매의 운명을 그린 드라마 <사랑과 진실>로 8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구가한 그는 1987년 <사랑과 야망>으로 다시 한 번 신화를 써 내려가는 저력을 과시했다. 일반 대중의 머릿속에 '김수현 드라마'라는 브랜드가 또렷이 아로 새겨진 것도 바로 이 때다.

1988년 방송한 <모래성>은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박근형, 김혜자, 김청이 주연을 맡은 8부작 불륜극이었던 <모래성>은 여성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며 김수현 시대를 더욱 공고히 한 효자작품이었다. 올림픽 기간 경기 중계로 결방을 예고하자 MBC 드라마국에 항의전화가 빗발쳐 결국 정상방송 되는 해프닝이 있을 정도였다.

김수현의 위세가 하늘을 뚫을 정도였지만 이와 비견할만한 라이벌급 스타 작가도 속속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단연 나연숙이었다. 1980년대 '김수현의 라이벌'로 명성을 떨친 나연숙은 KBS <달동네> <보통사람들> 등을 집필하며 당대의 히트 작가로 급부상했다.

그 중 대표작은 다름 아닌 1989년 방송된 KBS 2TV <야망의 세월>이다. 현대건설 사장이었던 이명박을 주인공으로 한 이 드라마는 남성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불러 모으면서 엄청난 인기를 자랑했다. 이 드라마 덕분에 이명박은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며 15년간 국회의원, 시장, 대통령 등을 역임했다. 드라마의 주인공을 맡았던 유인촌 또한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관광부 장관을 맡은 바 있다.

MBC <전원일기>로 유명한 김정수 작가 또한 1980년대 스타 작가 중 한 명이었다. 농촌 드라마 <전원일기>를 국민 드라마로 만드는 데 일조했던 그는 <겨울 안개> <행복한 여자> 등을 거치며 드라마 작가로서 필력을 보여주기에 이른다.

[1990년대] 송지나와 노희경, 새 시대를 열다

 송지나 작가의 최고 히트작 SBS <모래시계>

송지나 작가의 최고 히트작 SBS <모래시계>ⓒ SBS


1980년대를 풍미했던 김수현과 김정수는 1990년에도 건재함을 과시했다. 1991년 MBC <사랑이 뭐길래>로 최고 시청률 64.9%, 평균 시청률 59.6%를 기록한 김수현은 1994년 KBS <목욕탕집 남자들>(최고 시청률 53.4%), 1999년 SBS <청춘의 덫>(최고 시청률 53.1%) 등으로 막강한 문화 권력의 상징이 된다.

김정수의 성장세도 눈부셨다. 김수현이 떠난 MBC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한 그는 <엄마의 바다> <전쟁과 사랑> <자반 고등어> <파도>에 이르기까지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루 갖춘 역작들을 줄줄이 쏟아내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 중에서도 최고 시청률 62.4%를 기록한 최불암, 최진실 주연의 <그대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도 김정수의 대표작으로 남아있다.

기성작가들이 탄탄한 실적을 자랑한 데 이어 눈에 띄는 '신예 작가'들도 등장했다. 그 중 돋보였던 작가는 송지나와 노희경이다. 1991년 <여명의 눈동자>(최고 시청률 58.4%)를 통해 대한민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송지나는 1995년 SBS <모래시계>로 대히트를 치며 90년대를 대표하는 선 굵은 드라마 작가로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나 지금 떨고있니?"라는 대사로도 유명한 <모래시계>는 남성 시청자들의 '귀가시계'로 불릴 정도로 신드롬을 일으켰고 최고 시청률은 64.5%에 다다를 정도였다. 이 후에도 송지나는 대학생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드라마 <카이스트>, 한류스타 배용준의 대표작 <태왕사신기> 등을 통해 꾸준히 대중과 호흡하는 영민함을 보여주었다.

'시청률은 송지나, 작품성은 노희경'이라는 세간의 평가처럼 작가주의를 대표하는 노희경의 등장도 예사롭지 않았다. 1995년 MBC <베스트극장-세리와 수지>로 데뷔한 그는 <엄마의 치자꽃>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아직은 사랑할 시간> <내가 사는 이유> 등의 수작들을 줄줄이 쏟아내며 김수현 이래 가장 주목받는 신예라는 호평을 얻었다.

한국 최초의 마니아 드라마로 기록된 KBS 2TV <거짓말>은 불륜을 소재로 하면서도 깊은 통찰력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KBS 2TV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슬픈 유혹> <바보 같은 사랑> <화려한 시절> <고독> <꽃보다 아름다워> 등 많은 수작들을 남긴 노희경은 단 한번도 '막장 드라마'라는 오명을 쓰지 않았다.

최근에는 약했던 대중성까지 보완하여 JTBC <빠담빠담>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tvN <디어 마이 프렌즈> <라이브> 등의 히트작까지 만들어내며 흥행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작가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2000년대] 문영남과 임성한, 막장 드라마의 여왕들

 막장 드라마로 스타작가의 입지를 굳혔던 임성한의 <신기생뎐>

막장 드라마로 스타작가의 입지를 굳혔던 임성한의 <신기생뎐>ⓒ SBS


2000년대에도 스타 작가의 맨 앞 줄에는 여전히 김수현이 서 있었다. SBS <불꽃> <완전한 사랑> <사랑과 야망> <내 남자의 여자>, KBS 2TV <부모님 전상서> <내사랑 누굴까> <엄마가 뿔났다> 등의 히트작을 끊임없이 쏟아냈다.

재밌는 것은 2000년대 드라마 업계를 '막장 드라마' 논란에 휩싸이게 만든 두 명의 작가들이 대한민국 대표 스타급 작가로 떠올랐다는 사실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문영남과 임성한이다. 1990년대 KBS 1TV <바람은 불어도> KBS 2TV <정 때문에> 등 훈훈한 가족 드라마로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었던 문영남은 2000년대 들어 '막장의 선봉'에 서며 급격한 변신을 시도한다.

KBS 2TV <소문난 칠공주>를 시작으로 <조강지처 클럽> <수상한 삼형제> <폼나게 살거야> <왕가네 식구들> 등 그가 쓴 작품 대부분은 막장 논란에 시달렸지만 시청률은 모두 40%를 넘길 정도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그 와중에도 최진실의 TV 복귀작이었던 <장밋빛 인생>은 문영남의 '수작'으로 평가 받는다.

임성한의 기세 역시 만만치 않았다. MBC <보고 또 보고> <온달 왕자들>등 홈 드라마 작가로 인정 받았던 그는 2002년 MBC <인어 아가씨>를 시작으로 <왕꽃 선녀님> <하늘이시여> <아현동 마님> <보석 비빔밥> <신기생뎐> <오로라 공주> <압구정 백야> 등을 통해 '막장 드라마'의 새 역사를 썼다.

김수현의 등장 이후 가장 흥행하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고, 대중에게 유명한 스타 작가로도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무속, 귀신, 빙의 등 난해한 소재는 물론 "암세포도 생명"이라는 이해하기 힘든 대사까지. 그의 작품 대부분은 작품성 논란에 휘말렸다.

이처럼 막장 드라마가 거센 인기를 몰고 다니기는 했지만 주목할 만한 작가 또한 많았다. MBC <종합병원> <허준> <주몽> SBS <올인>의 최완규, MBC <대장금> <선덕여왕>의 김영현, KBS 2TV <꼭지> <상두야 학교 가자>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이경희, MBC <해바라기> <네 멋대로 해라> <아일랜드>의 인정옥, MBC <장미와 콩나물> <아줌마> <변호사들>의 정성주, KBS 2TV <쾌걸춘향> SBS <마이걸> <환상의 커플>의 홍자매 등 유독 '스타 작가'들이 눈에 띈 것도 2000년대라고 할 수 있겠다.

[2010년대] 김은숙 시대의 개막, 세대교체의 시작

 김은숙의 신작, tvN <미스터 션샤인>

김은숙의 신작, tvN <미스터 션샤인>ⓒ tvN


2010년대에 접어들어 영원할 것만 같았던 '김수현의 시대'가 저물어 가기 시작하고, 그 자리를 차지한 사람은 김은숙이었다. SBS <파리의 연인>을 시작으로 <연인> <프라하의 연인> '3부작 연인 시리즈'를 성공리에 마무리 지은 그는 <온에어> <시티홀>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로 이어지는 막강 흥행 라인업을 구축하며 시청률의 여왕으로 자리매김했다.

다양한 매체가 발달하면서 TV 드라마의 시청률이 예전 같지 않은 요즘, 최고 시청률 38.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한 KBS 2TV <태양의 후예>를 만들어 냈을 뿐 아니라 지상파를 떠난 첫 작품이었던 tvN <도깨비> 역시 20.5%(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로 케이블 시청률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신드롬급 인기'를 자랑했다. 최근작 <미스터 션샤인>에서도 9년 만에 이병헌을 브라운관으로 불러낼 정도로 막강한 작가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흥행력의 김은숙'이라면 '구성력의 김은희'도 눈에 띈다. SBS <싸인> <유령> <쓰리 데이즈> tvN <시그널> 등에서 치밀한 구성과 꼼꼼한 사건 전개로 막강한 마니아 군단을 형성하고 있는 김은희는 김은숙과 함께 가장 주목 받는 드라마 작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재미있게도 성향이 완전히 다른 김은숙과 김은희는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김은희는 "김은숙은 드라마를 쓸 때 얘네들을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할까 고민하고, 나는 드라마를 쓸 때 얘네들을 어떻게 죽일까 고민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고.

스타 작가의 탄생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한국 방송에서 드라마가 사라지지 않는 한, 스타 작가들은 계속 탄생할 것이다. 이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 세계를 어떤 식으로 구축하고, 어떻게 대중과 호흡하느냐에 따라 드라마 업계의 수준도 결정된다. 모쪼록 앞으로도 계속 될 '스타 작가'들의 등장이 한국 드라마를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를,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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