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트로이트 포스터

영화 디트로이트 포스터ⓒ 그린나래미디어(주)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은 그 누구보다 긴장감 있는 영화를 잘 만든다. 그는 앞서 만든 <허트로커>(2008)에서도 숨이 막힐 것 같은 긴장감을 긴 호흡으로도 잘 끌고 갔다. 후속작인 제로 <제로 다크 서티>(2013)에서도 그는 그런 능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영화를 사실감 있게 묘사했다. 그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과거 벌어진 군사 작전이나 상황을 마치 직접 체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은 그런 연출에 재능이 있는 감독이다.

최근 비글로우 감독은 '디트로이트 소요 사태' 속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1967년 7월 벌어진 이 흑인폭동은 경찰의 시내 주점 단속 과정을 다른 흑인들이 목격하면서 시작된다. 작은 항의로 시작된 이 사태는 점점 더 커지고 과격해지며 불을 지르거나 물건을 훔치는 등 혼란 또한 심화된다. 미국 정부는 해당 지역에 군대를 파견해 상황을 통제하려 하고 결국 36명이 사망하고 수 천명의 부상자가 발생한다.

<디트로이트>는 영화 초반 이 사태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차근 차근 보여주면서 등장 인물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려준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키는 건조하면서도 충실한 설명이 담긴 도입부에는 실제 그 당시의 사진과 뉴스 영상 자료가 더해져 관객들에게 사실감 있게 다가온다.

현장 속으로 관객을 끌고 가는, 비글로우 감독

다소 거시적인 관점에서 디트로이트 소요사태의 도입부를 다루던 영화는 알제호텔에 우연치 않게 모인 등장인물들에게 벌어진 사건을 보여주며 미시적인 관점으로 추적해 나가기 시작한다. 영화 초반부에서는 마치 역사 공부를 하는 느낌으로 진행되다 그 현장 속으로 관객들을 끌고 들어간 것이다.

모텔에 모인 등장인물도 다양하다. 흑인 일반 남자, 흑인 전역 군인, 여자 백인, 백인 경찰, 군인, 주 경찰, 흑인 경비원 등이다. 흑인 남자들과 여자 백인들을 제외하면 모두 공권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공권력에 무기를 소지 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흑인 경비원도 작은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가 된다.

흑인 경비원 맬빈(존 보예가)은 일반 흑인들과 백인 사이에서 피해를 최소화 시키고자 노력하는 인물로 영화 내내 중간 위치에서 사건을 관찰하며 인물들의 주변을 맴돈다. 래리 리드(알지 스미스)와 프레드 템플(제이콥 라티모어)는 흑인 가수를 꿈구는 친구들인데 우연히 모텔에 왔다가 사건에 엮인다.

백인인 줄리(한나 머레이), 캐런(케이틀린 디버)도 모텔에 여행왔다 이 상황에 개입되고, 흑인 전역 군인 그린(안소니 마키)도 마찬가지다. 백인 경찰인 필립(윌 폴터)와 그 동료 2명은 이 영화에서 명백한 악마로 등장하여 주요 인물들을 괴롭힌다. 비글로우 감독은 이런 다양한 인물들을 하나의 장소에 고립시킨 뒤 숨막히는 상황을 체험하게 한다.

당시 흑인과 백인의 간극 그대로 보여준 흑인 경비원 맬빈

 영화 <디트로이트> 중에서

영화 <디트로이트> 중에서ⓒ 그린나래미디어(주)


장난으로 시작된 모텔에서의 상황은 극단적인 인종차별 주의자들인 백인 경찰들에 의해 공포 분위기로 바뀌게 된다. 백인 우월주의자의 모습을 보이는 백인 경찰 필립은 도망치는 무방비의 흑인을 죽이고 정당방위로 위장하고, 모텔에서도 칼(제이슨 밋첼)을 죽이고는 정당방위라고 주장한다. 그리고는 인물을 하나하나 심문하며 총을 쏜 사람을 찾는다.

하지만 여기에 실제로 총을 쏜 사람은 없다. 단지 칼이 소리나는 장난감 총으로 창문 밖을 향해 쐈을 뿐이다. 이런 장난을 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 소리로 인해 군인과 주 경찰, 디트로이트 경찰이 모두 모텔로 오지만, 디트로이트 경찰이 주도권을 잡고 그 상황을 이끈다.

실제로 경력이 2년, 4년 등 경험이 많지 않은 디트로이트 경찰이 주도권을 잡고 흑인들과 여성들을 벽에 일렬로 세우고 취조를 시작한다. 주변부에서 그 상황을 보던 군인들과 주 경찰은 그 상황에 개입하지 않고 회피해 버린다. 복잡한 일에 개입하여 골치아픈 것보다는 모르는 척 외면하는 방식을 택한 그들 중 일부는 내부의 인물을 도와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 폭압적인 상황을 외면한다.

흑인 경비원 맬빈의 존재는 그 당시 흑인과 백인의 간극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국에서 5번째로 큰 디트로이트는 공업도시로 공장 노동자들이 많은 지역이다. 실제로 맬빈도 낮에는 공장에서 일한다. 맬빈은 소요사태 이후 경비원으로 근무하면서 출동한 군인들에게 최대한 맞추려 애쓴다. 공격당하는 흑인을 도와주며 그는 '오늘은 살아야지, 오늘은 넘기자'라고 이야기 한다.

꼭 소요사태가 아니더라도 하루하루를 잘 넘겨야하는 블루칼라들은 백인과의 충돌을 피하면서 조용하게 살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맬빈은 최대한 모텔의 사태를 진정시키고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하지만, 사태는 점점 심각해지고 그가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그의 관찰자 혹은 중재자로서의 무기력함은 영화 후반부까지 이어진다.

여전히 우리 주변에 만연한 '인종차별'

우리는 여전히 주변에서 인종차별을 접한다. 특히나 미국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여전히 많은 나라 중 하나다. 유럽에서도 특정 인종에 대한 추방이나 입국 금지를 요청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아시아 권에서도 동남아나 이슬람 쪽의 인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보이기도 한다.

여러가지 인종차별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우리는 분노하게 된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또는 중간적 입장에서 인종차별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 사회를 크게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영화 속 맬빈과 같이 차분하게 그 일을 관찰하면서 벌어지는 일의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간접적으로 노력하지만 변화는 요원하다.

인종차별 뿐만 아니다. 영화 <디트로이트>에서 피해 받는 사람들은 흑인과 여성이다. 최근 흑인과 여성 인권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는 이들을 무시하는 시선들이 많고, 사회적 임금과 대우들은 차별적이다. 또한 공권력에 의한 폭압도 문제가 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백인 경찰들은 경찰이라는 이유로,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흑인과 여성을 멸시하고 공격한다.

 영화 디트로이트 중에서

영화 디트로이트 중에서ⓒ 그린나래미디어(주)


결국 영화 <디트로이트>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현재 다른 모습으로 계속되고 있다. 물론 그때보다 과격함은 많이 줄어들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이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차별과 잘못된 공권력에 대한 싸움은 다른 형태로 계속되어야 한다.

영화 속 가수 지망생인 래리는 결국 가수를 하지 못한다. 그가 부르는 노래를 백인들이 같이 즐기는게 싫었고, 무엇보다 공연 등의 외부 할동에 백인 경찰들이 찾아오는 것이 두려워서 주로 교회 찬송가를 부르는 일을 하며 지냈다. 그는 그 사건이 진행되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체험한 생존자다. 그가 보고 느낀 사회에서 그가 꾸던 가수라는 꿈은 무의미해진다. 사회는 공평하지 않고 그건 일반 사회에서도, 재판에서도 똑같다. 그런 불공평함은 여전히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 잘못을 한 사람이 법을 피해 처벌을 받지 않거나 작은 처벌을 받는다. 래리는 그것을 피해 교회로 숨어버렸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긴장감으로 몰아세우면서 그때의 끔찍함을 체험하게 한다. 디트로이트의 소요사태가 이렇게 까지 커질 일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일이 이렇게 커진 데에는 그간 쌓였던 흑인들의 불만이 크게 작용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어쩌면 미시적으로 일어나고 있던 작은 인종차별의 모습들이 쌓이고 쌓여 이렇게 폭발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영화에 등장하는 무수한 배우들은 아주 심각하게 그 당시의 상황을 재현하고 있으며, 절망적인 그 상황에 반응하는 개인의 모습들을 너무나 잘 연기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며 우리가 느끼는 절망감과 분노가 우리 주변에 여전히 존재하는 악마들을 사라지게 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고 생각했다. 여전히 그들은 우리 주변에 있고,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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