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방송된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한 장면.

29일 방송된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한 장면. ⓒ KBS


"자막도 많이 선정적이었습니다. '조금 전 투신 현장...', '그 돈은 받았지만...' 아휴, 말씀…, 다시 언급하는 것 자체가 더 확대되는 것 아닌가 걱정이 되는데요."

KBS 정세진 아나운서는 말을 자꾸 삼켰다. 황당함때문인지 말을 잠시 쉬기도 했다. 지난 23일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시신을 이송한 구급차를 생방송으로 현장 중계한 < TV조선 >의 선정적인 보도 행태에 말문이 막힌 것이다.

29일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언론의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사망 보도 문제점을 짚었다. 실제로 < TV조선 > 화면 속 카메라는 구급차를 쫓고 있었고, <보도본부 핫라인>의 엄성섭 앵커는 특유의 하이톤의 음성으로 하나마나 한 멘트를 이어가고 있었다.

"본인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유서로 추정되는 문서도 나왔기 때문에 저희도 너무 충격적인 상황이라 쉽사리 표현 드리기가 어려워서 저도 지금 입을 떼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굉장히 힘든 상황에서 보여드리는데, 보시는 시청자분들도 굉장히 충격일 거 같은데요."

"지금 저희가 화면으로 보여드리는 저게 현장 라이브입니다, 현장 상황을 저희가 보여드립니다"라고 자꾸만 '라이브'를 강조하는 엄성섭 앵커. 이러한 화면이 무려 6분 30초나 전파를 탔다. 이에 대해 패널인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표출했다.

"아무리 언론 비판을 많이 하더라도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 보는 게 있거든요. 근데 이건 되게 화가 나요. 전형적으로 중계방송 보도인데, 게다가 할 말도 없고 충격적이고 그렇다면서 왜 하는 건데요.

왜 그 화면을 보면서 아무 할 말도 없는데 쓸데없는 말을 하는 그런 보도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상태잖아요. 더구나 더 놀랐던 건 구급차의 뒷좌석을 클로즈업하는 장면. 말 그대로 그 안이 보이면 보여주려고 했던 건지. 보도를 해야 할 아무 이유가 없는 것을 이렇게 (보도하겠다고) 판단했다는 것 자체가 놀랍습니다."


< TV조선 >과 <연합뉴스TV>의 단독 생중계

 29일 방송된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한 장면.

29일 방송된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한 장면. ⓒ KBS


지난 21일자 <조선일보> 이혜운 기자의 <노동자 대변한다면서 아내의 운전기사는 웬일인가요>란 제목의 칼럼은 < TV조선 >의 이 '생중계'와 함께 노회찬 원내대표의 사망 직후 공분을 일으킨 대표적인 보도다. 헌데, 노 원내대표의 사망 소식을 생중계한 방송사는 < TV조선 >뿐만이 아니었다.

<연합뉴스TV> 역시 투신 현장과 이송차량을 이원 생중계했다. <연합뉴스TV>는 구급대원들이 시신을 들것에 실어 이동하는 모습까지 카메라에 담았고, 이는 패널들의 토론과 함께 그대로 전파를 탔다. 경찰과 보도진, 주민들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아파트 현장과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과학수사' 마크가 찍힌 천막이 지속적으로 비춰졌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보도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화면이었다.

"과연 보도채널의 보도가 맞는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 저널리즘 역사의 최악의 자살 보도 사례."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평가가 아니다. 보도 직후 <연합뉴스TV> 공채2기 기자들이 '시신 추격 생중계, 무엇을 위한 보도였습니가?'란 제목으로 낸 성명서에 포함된 표현이다. <연합뉴스TV> 기자들이 자사 보도에 대해 '한국 저널리즘 역사의 최악의 자살 보도 사례'라는 유례없는 표현을 서슴지 않은 것이다.

이 두 보도는 '역대 최악'이란 오명을 씻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면이나 온라인 보도는 어땠을까.

있으나 마나 한 자살보도 권고기준

 29일 방송된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한 장면.

29일 방송된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한 장면. ⓒ KBS


"노회찬 의원, 90세 노모 뵙고 극단적 선택... 신촌 세브란스에 빈소." (<동아일보>)
"노회찬 최초 발견 경비원 '소리 듣고 가보니 이미...'"(<중앙일보>)


<저널리즘 토크쇼 J>가 꼽은 인터넷 '낚시성 기사'였다. 이에 대해 정준희 교수는 전자를 "고인을 불효자 같은 느낌을 주는" 제목이라고, 후자는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제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패널인 방송인 최욱은 CBS 노컷뉴스가 SNS 사진 속에 고인만 흑백 처리한 것을 나쁜 보도의 예로 꼽았다. 일단이지만, 이미 여러번 지적돼 왔던 보도였다.

<저널리즘 토크쇼 J>와 패널들은 이러한 '나쁜 보도'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실제로 "화가 난다"는 표현이 난무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보도가 가능한 언론사의 일반적인 취재 구조를 따져 물었고, 자살보도 권고기준도 거론됐다. 이날 패널 중 한 명은 KBS 일선 정치부 기자였다.

현장의 일선 기자들은 하나라도 더 취재하고, 한 화면이라도 더 따내려고 노력한다. 당연하다. 그 책임은 그 윗선인 데스크가 지기 마련이다. 더 빨리, 더 많이를 외치는 구조 속에서 자살보도 기준이 교육될 리 만무하다. 이날 패널로 출연한 KBS 기자 역시 유독 "현장에서 배울 수밖에 없는" 구조란 사실을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이날 지적한 비윤리, 반윤리에 가까운 노회찬 원내대표 사망 보도들은 일단일 수 있다. 그간 자살과 관련한 이 같은 보도 행태는 수없이 지적돼 왔다. 다소 나이브했지만,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이 같은 지적은 공영방송이 뒤늦게 재정리했다는데 그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표적으로 < TV조선 >과 <연합뉴스TV>가 어떤 제대로된 사과를 했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한국의 저널리즘이 보여주는 '선정성'은 한도 수위를 넘은 지 오래다. 노회찬 원내대표의 죽음이 이를 또 다시 입증했을 뿐이다. 수박 겉핥기에 가까웠던 이날 <저널리즘 토크쇼 J>의 '도 넘은 노회찬 사망 보도'가 다시금 입증한 사실이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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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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